오징어 게임이 하지 못한 걸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리즈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는 2020년에 시작되어 이듬해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 매해 빠짐없이 세계 정상의 흥행을 이룩한 시리즈들을 배출했다. K-영상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더불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옆나라 중국은 넷플릭스 자체가 시청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시리즈도 한국처럼 2020년에 시작했다. 매해 꾸준히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편이나 내놓았지만, 2023년까지 10위 안에 드는 건 하나뿐이었다. 2020년과 2022년에 나온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리즈.
그리고 <아리스 인 보더랜드 3>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시리즈 최초로 세계 정상에 섰다. <오징어 게임>보다 더 빨리 선보였음에도 동일한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라는 이유로 비교당하며 조롱까지 당했으나, 게임 자체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뚝심으로 '오징어 게임 아류'의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서바이벌 데스 게임
대학을 중퇴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청년 아리스는 여느 때처럼 친구 가루베, 조타와 함께 시부야 역에 나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험한 짓을 하다가 지하철 공용 화장실로 도망친 그들, 그런데 지진이 닌 듯 요동치더니 정전이 된다. 조심스레 나가 보니 시부야 역에 그 많던 사람이 전부 사라진 것. 무슨 일이지?
길을 걷다가 우연히 건물로 들어서는데, 게임을 해야 한단다. 그들 포함 몇몇 사람이 함께 말이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통과하니 '시간'이 주어진다. 이 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 일자를 늘려준다는 것. 그러니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목숨 건 게임을 이어 나가야 한다.
게임의 종류는 카드의 모양에 따라 스페이드(체력전), 다이아(지능전), 클로버(단체전), 하트(심리전)으로 나뉘는데 아리스 일행은 배신이 난무하는 하트 게임에 걸려 결국 아리스만 남는다. 하여 그 또한 친구들을 따라 죽으려 식음을 전폐하는데 지나가던 우사기가 발견해 살려낸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 암벽 등반에 능통했다. 한편 아리스는 두뇌회전이 빨랐다.
그렇게 아리스와 우사기는 따로 또 같이 각종 게임에 참여해 이 이상한 세계의 정체를 알고자 최선을 다한다. 비록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모든 게임을 다 클리어하면 답이, 즉 이 세계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종국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아리스는 비상한 두뇌회전으로 갖가지 게임에서 살아남는다. 이상한 세계에 와 있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게임을 만들었을 테고,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반드시 파훼법은 존재할 것이었다. 게임 자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이다. 아리스가 누구보다 많이 게임을 해 왔기 때문일까?
한편 그는 착하디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 게임에 함께 참여한 이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아파하고 누군가 뒤쳐질 때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최대한 많은 이를 끌고 함께 가려 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게임에서 진다는 건 곧 죽음을 뜻했기에 그 두려움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후 각성하고 성장을 이어간다.
게임을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이 세계의 핵심이라는 걸 알아간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할면 살 것이다'라는 명언이 딱 들어맞는다. 죽음이라는 최악을 각오한 뒤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하면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당히 심오한 주제에 접근하려 한다.
일본의 불안, 그리고 인간의 도피 본능
시즌 1, 2가 본편이라면 시즌 3는 외전 같다. 시즌 2의 마지막에서 꽤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반전을 선보이는데, 그 즉시 시즌 1로 돌아가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더 디테일하게 또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세계, 즉 보더랜드의 정체를 알고난 후의 시즌 3은 상대적으로 별로일 수 있는데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내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 테다.
죽음이 상존하는, 즉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보더랜드는 재난의 나라 일본과 다름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최악의 재난으로 남아 그 트라우마로 여전히 괴로워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일본은 수시로 지진과 해일 등을 당한다. 보더랜드, 즉 삶과 죽음의 경계로서 일본은 오랫동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의 불안 요소임과 동시에 힘이자 동력이다.
그런가 하면 현실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의견 차이가 이 작품의 한 축을 차지한다.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 해도 하등 더 좋을 게 없으니, 이상한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니, 이곳에선 그저 어떻게든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차라리 여기가 더 괜찮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는 의지야말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궁극적 요인이다. 아무 생각 앖이 닥치는 대로 게임만 이기려는 건 오래 가지 못한다. 아리스가 보더랜드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남아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지 지켜보는 건 많은 걸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