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형제, 욕망, 그리고 레스토랑 ‘블랙 래빗’까지 빛나는 도시의 가장 어두운 구석

singenv 2025. 10. 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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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블랙 래빗>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래빗> 포스터.

 

제이크는 뉴욕 한복판에서 3층짜리 레스토랑&VIP라운지 '블랙 래빗'을 운영하고 있다. 꽤 반열에 오른 상태로 밤낫없이 일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에게, 블랙 래빗에게 두 가지 기회가 찾아온다. 뉴욕 굴지의 음식평론가가 올 거라는 것과 뉴욕 굴지의 레스토랑을 인수할 계획이라는 것. 절체절명의 순간.

한편 제이크의 형 빈스는 어딘가에서 어김없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 기어코 큰 사고를 치고 뉴욕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뉴욕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사채업자, 갚지 못한 돈이 이자가 얹혀 14만 달러에 이르렀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간 손가락이 잘릴 판. 동생한테 가서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은 과거 함께 '블랙 래빗'이라는 이름의 밴드 활동을 하다가 빈스의 제안으로 레스토랑 '블랙 래빗'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약&도박 중독자 빈스가 큰 사고를 치고 쫓겨 나가고 말았다. 이후 제이크 홀로 고군분투하며 블랙 래빗을 키웠다. 더 높이 올라가려던 찰나 빈스가 큰 문제를 안고 나타난 것이었다. 빈스, 제이크 형제의 앞날은? 블랙 래빗의 앞날은?

 

가족,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지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래빗>은 주드 로와 제이슨 베이트먼이라는 걸출한 투톱을 내세워 극을 끌고 간다. 성공을 갈망하며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제이크를 주드 로가, 문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빈스를 제이슨 베이트먼이 분했다. 그들의 견고한 연기가 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자연스레 '가족'이 작품의 핵심 주제로 추동한다. 두 형제는 서로 못마땅한 게 너무 많아 못 잡아 먹어 안달인 것 같은데, 서로를 절대로 놓지 않는다. 특히 제이크는 골칫덩어리 빈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두 발 벗고 나선다. 주위에서 빈스에 대해 온갖 말이 오가도 흔들리지 않는다. 형제이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그들이 왜 그렇게 끈끈한 형제애를 나누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작품은 천천히 사연을 꺼내놓는다. 하여 조금은 지루해 보일 수 있겠으나 그만큼 진득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빈스뿐만 아니라 제이크의 경우도 목표에 한 끗을 남겨두고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나니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든다.

사실 가족에게서 문제가 발생하고 가족 때문에 문제 해결이 힘든데, 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하는 걸까. 각자의 사정이 있겠으나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의 일이 중요하게 작동하지 않나 싶다. 그때 행복과 불행을 얼마나 함께 겪었는지 말이다.

 

고급의 허상, 뉴욕의 민낯

 

한편 이 작품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의 한복판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으로 이름 높은 '블랙 래빗'의 민낯을 들춘다. 주방에서, 바에서, 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보다 오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최고일지는 몰라도 우아하진 않다.

작품을 보면, '레스토랑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레스토랑이 겉모습과는 다르다' 같은 말이 반복된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별 볼 일 없다는 것이다. 즉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을 들추는 건 곧 미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 추악하진 않을지 몰라도 추잡한 면을 들추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좋은 평가를 얻는 게 철저히 맛을 추구한 결과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 철저히 돈을 추구하며 온갖 로비를 한 결과다. 고급 레스토랑은 맛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고급진 분위기를 맛보러 가는 것이다. 고급진 이미지는 돈으로 만들 수 있다. 과연 레스토랑의 실체도 그럴까? 고급질까?

고급이라는 게 뭘까 생각해 본다. 문자 그대로 급이 높다는 말인데, 자본주의 시대에서 고급은 돈이 많다는 게 아닐까. 돈이 많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이자 돈이 많으려 뭐든 하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다. <블랙 래빗>은 범죄 스릴러가 가미된 드라마지만 시대의 이면을 묵직하고 또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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