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군가 그 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올리비아 워커 대위,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여느 때처럼 출근해 일을 본다. 그런데 갑자기 태평양에 정체불명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탐지된다. 절차에 따라 데프콘 4로 격상 후 국가안보화상회의를 갖는다. 여러 농담 섞인 추측들도 나오는 가운데, 미국 본토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채 20분도 남지 않은 상황, 데프콘 2로 격상됨과 동시에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 발사가 승인된다. 초고가 미사일이지만 정체불명의 미사일을 막아야 했다. 와중에 러시아, 중국과 연결을 타진하지만 여의치 않다. 급기야 미사일이 미국의 대도시 시카고에 떨어지는 게 확실해진다. 할 수 있는 건 점점 없어지고 타격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긴박한 백악관 상황실을 지나 미국 핵전력의 거점이라 할 만한 전략사령부 전투지휘실로 시점이 옮겨진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사령관은 미사일로 미국이 받는 타격의 정도를 읊으며 정체불명의 ‘적’을 당장 응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이제 시점은 미국 대통령으로 옮겨진다. 외부 행사로 한창일 때 날아든 비극적 소식, 대통령은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 움직이면 제3차 세계대전은 불 보듯 뻔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족히 천만 명이 죽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숨이 멎을 듯한 20분, 그리고 그 이후
여성 감독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최초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디토로이트> 등 선 굵고 짙은 영화들을 선보여 왔다. 그리고 자그마치 8년 만에 연출자로 복귀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다. 역시 선이 굵고 짙다.
영화는 ‘완만해진 기울기’ ‘총알로 총알 맞추기’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의 3부로 이뤄져 있다. 각각 백악관 상황실, 전략사령부 전투지휘실, 그리고 대통령이 중심을 이루며 미국 본토를 향하는 정체불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포착부터 착탄까지의 긴박한 20여 분을 다뤘다. 세 이야기 모두 동일한 시간대의 동일한 사건을 다루되 시점만 다르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듯 평화로운(?) 한때에 느닷없이 미국 본토를 직격하러 오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은 미국 수뇌부를 패닉에 빠뜨리는 데 충분하다. 요격 미사일의 연이은 실패는 정체모를 ‘적’을 향한 보복 차원의 타격을 강력하데 시사한다. 하지만 그 즉시 세계대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가?
미사일이 향하는 곳, 그리고 인간의 선택
여전히 세계 최강국, 적어도 군사적인 면에선 압도적인 세계 최강국 미국이 미사일 하나에 대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파멸의 선택지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처한 모습이 생소하다. 그리고 섬뜩하다. 전쟁은, 파멸은, 끝은 이리도 쉽게 빨리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찾아오는가. 고작 20분밖에?
이리도 숨막히고, 숨이 멎을 듯하고, 숨 쉬는 걸 까먹을 정도로 긴장해서 보고 있지만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 장면이라든가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장면조차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주지했듯 같은 사건과 시간대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3번이나 보여주고 있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만의 연출 스타일이 빛나는 대목이다.
당연히 또는 다행히 아직은 실화가 아니나 너무나도 현실적이니 진짜 ‘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는 비핵화되지 않았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서로 사용하지 말자고 협정을 맺었지만 언제 누가 어디서 먼저 핵을 쓸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꼴을 보면 염려가 된다.
백악관에선 일이 터진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고 군인들은 오직 타격이라는 강경책만 고집하며 대통령 또한 누구를 데려다놔도 양자택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이 터진 이상’일 것이다. 일이 터지면, 그것도 이런 류의 일이 터지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러니 일이 터진 후에 대응하는 데 전심하는 것보다 일이 터지기 전에 방지하는 데 전심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