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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를 뛰어넘은 충격, 20년 만에 부활한 사이버펑크의 경전

singenv 2025. 11.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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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이노센스>

 

애니메이션 영화 <이노센스> 포스터. ⓒ디스테이션

 

1995년 일본에서 개봉해 해외에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사이버펑크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의 입지도 구축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본토에선 흥행 참패를 막지 못했으니, 9년 후 2004년 후속작을 내놓을 때 <이노센스>로 제목을 바꾼다. 하지만 그마저도 본토에선 흥행 참패.

<이노센스>가 나온 지도 20년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에 재평가되어 <공각기동대> 못지 않은 사이버펑크 명작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재개봉으로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야기가 세상을 지배하다시피 할 것이기에 이 작품, 나아가 이런 작품들이 다시 한번 평가받으며 또 다른 의의를 지닐 것이다.

전편에서 몇 년이 흘렀을 뿐 배경도 인물도 같은데, 굳이 몰라도 감상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 여전히 ‘공안 9과’, 즉 공각기동대가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이야기다. 1탄이 전뇌 해커 인형사가 빌런으로,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이 주연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2탄은 이야기를 이끄는 단독 빌런도 단독 주연도 없다.

 

인간은 왜 자기와 닮은 인형을 만들었을까

 

2032년, 대테러부대 공안 9과는 사건 하나와 맞닥뜨린다. ‘하다리’라는 소녀형 애완로봇이 주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하다리를 만든 로커스 솔루스사가 범죄 조직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파헤친 후 공안 9과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안 9과의 에이스는 버트인데, 그는 신체의 대부분을 기계화한 사이보그로 로봇이 아닌 인간이라는 증거는 남아 있는 뇌의 일부분과 3년 전 사라진 파트너 쿠사나기 소령에 관한 기억뿐이다. 그와 함께 공안 9과의 유일한 인간 토그사가 파트너로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무지막지한 힘을 앞세우는 버트와 달리 토그사는 몸을 사려야 한다.

범죄 조직이 얽혀 있으니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쉽진 않다. 그 과정에서 범죄조직 홍진회, 검시관 하라웨이, 수사를 방해하며 버트의 전뇌를 해킹하는 나오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드로이드, 축제에서 인형을 불태우는 인간들과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버트와 토그사는 로커스 솔루스사의 거대한 비밀과 맞닥뜨리는데…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

 

영혼이 있는 기계가 묻는 철학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한 인형이나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라고 작품은 시종일관 묻는다. 나아가 "인형이나 로봇은 왜 자신을 만든 인간을 공격하는 걸까?"라고 묻는다. 이에 ‘인간은 자신도 기계로 환원될 수 있다는 공포심으로 자신과 닮은 모습의 기계를 만든다' '인간은 스스로 기계화하며 자신을 낳은 자연을 넘어서려 했다'라고 답한다.

결국 <이노센스>는 전편 <공각기동대>와 동일한 주제 의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국가 개념도 사라지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도 흐릿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철저히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두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은 철저히 완벽하지 못해 끝없는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야 할 운명이고, 그 욕심의 끝에는 파멸이 있을 뿐이다.

암울하고 음울하기 짝이 없는 배경에서 밀턴, 데카르트, 공자, 성경 등을 인용한 대사로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메시지를 끝없이 던지니 상당히 힘들다. 비록 2D와 3D를 따로 또 같이 완벽한 조화 속에서 보여주며 그 화려함이 경이로울 수준으로 오감을 사로잡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감상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왜 흥행에서 실패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이 작품, 걸작이다. 그 어느 때보다 AI의 파급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보다 더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20년 전에 이른바 비주얼 쇼크와 함께 넘칠 만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 하나만 제대로 독파해도 인간-AI의 핵심을 제대로 노크할 수 있다. 하여 <이노센스>는 시대를 앞서간 ‘경전’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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