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열전/신작 영화

유라시아를 건넌 건 전기차가 아니라 삼대에 걸친 사랑이었다

singenv 2025. 9. 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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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다큐멘터리 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포스터. ⓒ어쩌다 필름

 

전라도 광주에서 영화사를 운영하는 40대 중반의 송진욱 씨에겐 두 아들이 있다. 그런데 아내가 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발령이 나 가게 되었다. 그는 채 10살이 안 된 두 살 터울의 아들 송다니엘, 송하진과 함께 부다페스트에 가기로 했다. 거기에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70대 중반의 아버지 송주동이 합류한다.

그들의 여정이 특별한 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배를 이용하는 것을 제외한 유라시아 전체를 오로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로만 횡단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송진욱 씨가 평소 도전 정신이 투철하기도 했지만, 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자연스레 아들들에게도 물려줄 것이었다. 이른바 '송송송' 삼대의 합은 안성맞춤이었다.

신개념 로드 무비 다큐멘터리 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은 영화사 '어쩌다 필름'의 대표 송진욱 씨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 각본, 기획, 촬영, 편집, 주연까지 도맡았다. 첫 계획은 1만 7,198km였으나 결국 2만 7,363km로 늘어났다. 총 80일이 걸렸다. 프로젝트 매니저 한 명과 촬영감독 두 명이 동행해 퀄리티와 안전감을 높였고 삼대의 시선을 따로 또 같이 드러내려 노력했다.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이지만, 굉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 굉장하다. 아무래도 1인 다역을 해야 하니 퀄리티를 보장하기 힘들기 마련인데, 로드 무비로서의 흥미진진함과 유라시아 횡단에서 기대할 만한 수려한 자연 풍광이 오감을 자극한다. 거기에 다큐멘터리만이 줄 수 있는 날 것의 참신함이 매력을 넘어 재미로 다가온다. 그들의 여정처럼 영화 또한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다.

전기차만으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그래도 한국에선 전기차 배터리 충전이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고 또 충전소도 많은 편이나, 유라시아는 그렇지 않다. 특히 태반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경우 전쟁 중이기에 어떤 상황에 처할지 알 수 없다. 전기차가 생소한 편이고 당연히 충전소도 많지 않으며 전력이 약해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 혼자도 아니고 삼대가 함께한다니, 무리한 도전이다. 할아버지 송주동 씨는 간암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게 이 여행에 함께한 이유이기도 하나 몸이 좋지 않은 만큼 일행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손주들의 경우 당연히 천방지축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를 만큼, 특히 막내가 문제다.

 

경험이라는 목적 위에 가족이라는 특별함

 

송송송 삼대는 무사히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다페스트까지 무사히 갔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의 계획보다 1만 km 정도 늘어난 거리를 횡단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일수도 늘어났을 테고 힘듦도 더 했을 테다. 그래도 이 여정의 진짜 목적인 '경험'은 충분하고도 넘치게 했을 게 분명하다.

송주동 씨부터 내려온 경험의 중요성, 그는 아들에게 많은 돈을 못 물려줄지언정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며 경험을 물려주려 했다. 그리고 송진욱 씨 또한 아들들에게 경험을 물려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이 하나로 합친 게 바로 이 전기차 유라시아 횡단이었다. 이 여정 자체가 위기의 연속이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 풍광의 연속이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경험은 바로 '가족'이다. 오롯이 가족끼리 떠나는 대장정, 마냥 좋을 수는 없는 게 가족이라 편하지만 가족이라 많이 부딪히고 갈등하고 싸운다. 서로의 밑바닥, 민낯, 본성을 오롯이 볼 것이다.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랄까. 이 삼대 가족도 마찬가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부럽기도 하다. 덕분에 여러모로 좋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후속 편으로 헝가리에서 한국으로 가는 유라시아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는데, 기대가 많다.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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