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노인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고 지켜야 할 걸 지킨다

singenv 2025. 9. 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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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목요일 살인 클럽>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목요일 살인 클럽> 포스터.



쿠퍼스 체이스, 옛 수녀원 자리에 이안 벤섬과 토니 커런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거대 호화 실버타운이다. 수많은 노인이 입주해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벤섬이 실버타운을 밀어 버리고 호화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 그가 바람을 펴서 아내가 이혼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걸 내놓아야 할 판이다.

한편 쿠퍼스 체이스에는 많은 동아리가 존재하는데 그중 '목요일 살인 클럽'이 꽤 유명하다. 미제 사건을 가져와 추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 이내 실제 살인 사건을 접한다. 커런이 집에서 살해당한 것이었다. 이제 쿠퍼스 체이스가 밀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목요일 살인 클럽은 사건을 파헤치는 한편 실버타운이 밀리지 않게 수를 쓴다.

클럽은 전직 요원 엘리자베스, 전직 노동조합장 론, 전직 정신과 의사 이브라힘이 포진되어 있고 전직 간호사 조이스가 새로 들어왔다. 엘리자베스를 필두로 사건을 파헤치고 론을 중심으로 입주민들의 힘을 모아 시위를 벌인다. 와중에 벤섬마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데… 과연 쿠퍼스 체이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는가?

 

아마추어 노인 탐정들의 집 지키기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목요일 살인 클럽>은 헬렌 미렌, 피어스 브로스넌, 벤 킹슬리 등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걸로 화제를 모았다. 거기에 <나 홀로 집에> <해리 포터> 등을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온 게 눈에 띈다.

크리스 콜럼버스 특유의 가족적이고 가벼운 분위기가 예상되는 한편 대배우들의 열연이 단단하게 뒤를 받칠 거라 생각된다. 제목만 보면 '살인'이라는 단어가 있는 만큼 나름의 서스펜스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실상은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하겠다. 아마추어 노인 탐정들이 비록 실제 사건과 대면하지만, 목적은 실버타운이 밀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묘하게 <해리 포터>와 <나 홀로 집에>가 섞인 것 같다. 마음이 맞는, 다양한 삶을 살아온 몇몇이 모여 일상을 뒤흔드는 큰 이야기 아래 일상을 영위하는 작은 이야기들을 헤쳐 나간다. 크고 작은 위기에 봉착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야 만다. 그 모든 게 일상을 지키려 하는 이유라는 게 친근하다.

실버타운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일상을 영위하며 취미를 즐기고 특기를 개발하고 연애도 하고 한적하게 노닐기도 한다. 밖에서 보면 호화롭기만 한 실버타운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평생 모은 돈으로 평범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는 것 말고는 다른 게 없다. 그런 일상이 파괴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일상 코미디

 

이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일상 코미디에 가깝다. 비록 몇몇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그조차 일상의 한 부분에 가까울 뿐 그 자체가 스토리를 주요하게 견인하는 매체로 작용하지 않는다. 하여 이 작품을 접하기 전에 작품의 정체(?)를 아는 게 중요할지 모른다.

마치 잘 짜인 체스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체스선수, 체스판, 체스말, 체스전략전술, 복기까지 모든 게 적절하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하다. 물론 불편하지 않다는 건 그만큼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도파민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는 시청자들에겐 그리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마냥 심심하기만 하다는 건 아니다. 노인들이 주인공으로서 더 답답하다거나 또는 느리다거나 혹은 활동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 모두 은퇴했으나 누구보다 오랫동안, 그리고 잘해왔던 전문 분야를 충분히 살려 일을 헤쳐 나간다. 심심할 겨를이 없을 것이고 한편으론 오히려 그들을 닮고 싶을 것이다.

이런 모양의 영화, 드라마 시리즈로 선보이면 좋겠다 싶다. 짧고 굵게 말고, 길고 가늘게 다양한 일상과 미스터리 추리로 깊이 있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다. 무엇보다 연기가 뭔지 아는 명배우들의 열연을 하염없이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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