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singenv 2025. 8.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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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영국과 대공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영국과 대공습> 포스터.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지 80주년 되는 해다. 1939년 9월 1일,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전격적으로 침공한 후 빠르게 서유럽과 북유럽을 정복한다. 주축국이 사실상 유럽 전역을 손에 넣은 것. 이제 서부 전선에서 남은 건 섬나라 영국뿐이었다. 나치 독일은 1940년 7월 공군으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영국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영국 본토 항공전'은 역사상 모든 병력이 공군으로만 이뤄진 최초의 전투로 일컬어지는 만큼 공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히틀러는 영국 본토 침공 개시 후 얼마 안 가 '바다사자 작전'을 명령하는데, 수십 만의 독일군을 영국 남부에 상륙시켜 영국을 점령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독일 공군의 압도적인 우위권이 선점되어야 할 것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영국과 대공습>은 영국 본토 항공전의 '런던 대공습'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독일 공군이 영국에서 맥을 못 추자 전략을 수정한다. 런던을 위시한 영국의 주요 도시를 집중 타격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1940년 9월 6일 런던 대공습이 시작되어 이듬해 5월까지 계속된다.

 

"이런 때일수록 더 배우고 새로운 문명을 쌓아야 해요"

 

'영국 본토 항공전'과 '런던 대공습'과 함께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 중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배경이 바로 영국 본토 항공전이다. 독일 공군의 공습을 피해 페번시가의 네 아이들이 한적한 시골로 피난을 갔고 어느 날 숨바꼭질을 하다가 발견한 낡은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세계로 건너간다.

그런가 하면 만화 <마스터 키튼> 2권을 보면 키튼의 대학생 시절 은사인 유리 스콧 교수님의 젊은 시절 일화가 나온다. 1941년 런던 대공습 때 그는 수업 시간 때도 구조 활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꿋꿋이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며 그가 한 말이 가슴 깊숙이 남아 있다.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런던 대공습에 관한 가장 감명 깊은 말이다. 윈스턴 처칠의 연설보다도 더.

"적이 노리는 건 이번 공격으로 영국 국민의 꿈과 희망을 꺾는 일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공부를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히틀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거죠! 이런 때일수록 더 배우고 새로운 문명을 쌓아야 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작품

 

<영국과 대공습>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장면과 목소리를 선사한다. 당시를 컬러로 복원했고 당시 대공습을 겪은 일반인들과 대공습을 실행에 옮긴 독일군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장면들이야 최신 기술로 복원할 수 있겠지만, 9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살아 있는 이가 많지 않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더 이상 추가적인 당대의 목소리는 전해 듣지 못할 것이다.

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 영국 본토 항공전과 런던 대공습은 곧 윈스턴 처칠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나,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거니와 수없이 많은 콘텐츠에서 다뤄 왔다. 이 작품이 귀하디 귀한 이유다.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전쟁을 직접 맞닥뜨린 보통의 사람, 민중의 이야기니 말이다.

'극복'의 사전적 의미는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냄'이다. 윈스턴 처칠이 한 일 중 가장 크게 칭송받는 게 바로 영국 국민에게 극복의 메시지를 뼛속 깊이 새긴 것일 텐데, 상당히 나이브하지만 다행히 통했다. 군사시설도 아닌 내 집을 직접 타격하는 폭격을 ‘극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야말로 절망,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희망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그런가 하면 전쟁은 세상이 완전히 바뀌는 대격변을 가져온다. 그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발판으로 전쟁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지금, 폭격 없는 대공습이라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의외로 이 작품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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