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열전/신작 영화

시대를 초월하는 전설의 명작을 다시 한번 목도하라!

singenv 2025. 5. 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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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마데우스 오리지널 리마스터링>

 

영화 <아마데우스 오리지널 리마스터링> 포스터. ⓒ와이드릴리즈

 

18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좋아 열심히 노력해 황실의 궁정작곡가에 이어 궁정악장에 선임된다. 그야말로 당대 음악계 최고 고위급 인사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연주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악보를 보곤 신의 숨결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불경하고 방탕한 행실을 목격하고 황당함을 넘어 신을 향한 분노로 이어진다. 도대체 신께선 왜 자신의 악기로 이런 음탕한 이를 선택하셨는가 말이다. 그렇게 열등감 어린 증오를 뿜어내는 와중에 모차르트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 오스트리아 황제의 귀에도 들어가고 그 앞에서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연주 자체는 눈물이 나올 지경.

문제는 모차르트의 방탕함과 높디높은 자존심, 유명해졌지만 더욱더 가난해졌다. 결혼해서도 가족을 챙길 여력이 없다. 살리에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앞에선 선심 쓰듯 모든 걸 다 해줄 것 같이 굴지만 정작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그다. 결국 살리에리는 몰래 모차르트에게 모종의 의뢰를 하는데… 모차르트의 파국은 그렇게 시작된 걸까? 스스로 걸어 들어간 파국의 길인가?

 

훌륭한 음악 영화부터 스릴 어린 드라마까지

 

전설의 영화 <아마데우스>는 1979년 초연한 피터 쉐버의 희곡을 원작으로 그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고 밀로스 포먼이 연출한 1984년 작이다. 우리나라엔 이듬해 1985년 개봉했고 2015년 감독판을 선보였으며 2025년에 오리지널 리마스터링을 선보였다. 시대를 초월하는 이 명작은 수많은 명품 클래식의 모차르트 아닌 상대적으로 평범한 살리에리에 눈길이 가는 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중학교 음악 시간에 최초로 접한 기억이 있을 정도로 모차르트의 음악이 적재적소 삽입되어 '음악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만, 살리에리의 모차르트를 향한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기에 스릴까지 맛볼 수 있는 드라마다. 증오와 열등감, 경외감과 경멸, 우월감과 박탈감 등 대조적인 면모가 끝없이 이어진다. 과연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위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 데 있다. 평범한 인간의 비범한 인간을 향한 복잡적인 감정이 아닌, 살리에리는 자신을 두고 세상의 평범한 이들을 대변한다며 '인간 vs. 신'의 구도로 우리를 초대한다. 모차르트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신의 음악적 도구일 뿐이고, 살리에리 본인 또한 평범한 인간의 대변자일 뿐이다.

인간과 신에 맞붙으면 신이 이기는 게 당연한 이치, 하지만 철저히 인지하고 있는 살리에리는 음악밖에 모르는 철부지 모차르트를 철저히 농락한다. 평범한 인간의 대변자가 신의 도구를 농락하다니, 평범한 이들이 대부분일 이 작품의 관람자들이야말로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통쾌한 한편 불경스러운 느낌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희열이랄까.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자면

 

처음 봤을 때, 어렸을 때, 뭣도 모를 때 본 <아마데우스>는 아름다운 신의 숨결과 같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평범한 이들의 대변인 살리에리의 감정 정도만 보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몇 번 더 보고 뭐라도 좀 아는 나이가 되어 봤을 때는 또 다른 면모가 보인다. 시대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의 풍모겠다.

우선 모차르트부터 보자면,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하늘이 내린 능력에 비해 그는 황실 음악이 아닌 서민의 생활에 밀접한 음악을 추구했으니, 좋은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가난했던 이유가 단순히 자존심이 높아서인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의 음악적 신념이니 그를 마냥 신에게 종속시켜 바라보지 않아야 할 이유다.

그런가 하면 살리에리의 경우를 보면, 철저한 노력과 엄청난 절박함이 묻어나는 한편 꽉 막힌 황실 궁정에서 그나마 그가 인간적인 면모를 간직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는 비록 모차르트라는 인간은 싫어했으나 그의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사랑해마지 않았으니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평범한 인간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 또한 평범을 아득히 뛰어넘는 특출 난 자였다.

<아마데우스>는 작품 자체는 모차르트를 신의 도구로 보는 한 인간의 지리멸렬한 전기의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오히려 '모차르트'라는 인간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모차르트가 영원불멸의 존재인 이유가 다름 아닌 그의 음악 덕분인 건 모두 다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이 작품은 그런 모차르트를 땅으로 잡아 끌어내렸고 우리는 살리에리를 따라 그를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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