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역대 최고의 흥행력...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전복 시도는?

singenv 2025. 1. 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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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징어 게임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2>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는 2020년 4월 <인간수업>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년 반 정도 후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이 선보였고 오래지 않아 전체 순위 1위를 찍더니 11월 초까지 한 주를 빼곤 1위를 이어갔다. 이듬해까지도 흥행을 이어간 결과,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시청수 1위와 시청 순위 1위(2023년 6월 이후 집계 변경)와 시청 가구 순위 1위(2021년 10월 이후 집계 변경)를 이룩했다.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역대 최고의 미드로 칭송받는 <왕좌의 게임>을 능가할 정도였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이미 골든 글러브, 미국 배우조합상, 크리스틱 초이스 등에서 다양하게 수상하며 에미상 수상을 점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아가 경제적인 수익은 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국 드라마와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신드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2023년 중순께 시즌 2, 3 제작 확정 발표가 났고 2024년 말 <오징어 게임 2>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가 작정하고 밀어준 결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93개국 동시 1위의 대기록을 작성했고 <웬즈데이>가 수성하고 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글로벌 오프닝 시청 수 기록을 월등하게 갈아치웠다. 시청 시간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영향력, 파급력, 작품성이 시즌 1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2025년 하반기에 나올 <오징어 게임 3>까지 완벽한 트롤로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시작되는, 목숨 건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한 후 미국행을 포기한 성기훈, 작은 모텔을 사들여 은신하며 2년 넘게 사람을 시켜 서울 지하철 전역을 수색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하러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일명 딱지남을 찾아내 궁극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희생자를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딱지남을 찾아냈고 성기훈은 그와의 게임에서 이겨 프런트맨을 만날 기회를 얻는다. 리무진에 타서 어디론가 가는 성기훈은 프런트맨과 대화하지만 얘기가 통하지 않고 탈출도 불가능하자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기로 한다. 
 
한편 강력계 형사 황준호는 선장에게 구해져 간신히 살아남아 2년이 지난 후 교통경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살려준 선장을 섭외해 섬이란 섬을 모조리 수색하며 형을 되찾고자 온 힘을 다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가 차량 단속 중 우연히 성기훈과 마주한 후 그를 찾아 나서고 결국 그와 합심한다. 프런트맨을 찾아 나선 성기훈과 달리 황준호는 성기훈이 지원하는 막대한 돈으로 용병을 사들여 오징어 게임이 시행되고 있을 곳으로 의심되는 섬을 향해 간다. 
 
결국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온 성기훈, 하지만 이번의 목표는 무모한 죽음을 막고 다 같이 사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가 모든 게임을 다 알아도 새로운 게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 이번 게임에서 바뀐 룰, 매 게임마다 찬반 투표를 통해 게임의 진행 여부를 가린다는 걸 이용하기로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과연 성기훈은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 황준호는 형을 찾을 수 있을까?

 

투표, 분열, 내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

 

<오징어 게임 2>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고 간결하며 시의적절하다. 시즌 1이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추악한 인간 본성을 전하려 했다면, 시즌 2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전복 시도와 민주주의의 맹점 타파 등의 행동주의적 시선을 견지했다. 와중에 전편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돈이 걸린 게임에 참가해 주최 측과의 목숨 건 대결을 펼친다.

주인공 성기훈의 의도이자 작품의 주요 방향성이기도 한 오징어 게임 파괴, 즉 돈으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괴랄한 시스템을 없애 버리려는 시도는 작품의 시작과 함께한다. 외부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시 한번 게임에 참가해 내부에서 무너뜨리고자 한다. 참가자들을 설득하고 선동해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 다 같이 살아서 밖으로 나가자고 말이다.

그런데 성기훈의 의도는 주최 측의 기막힌 수로 가로막힌다. 매 라운드가 끝났을 때마다 진행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것. 외형상 공평하고 민주주의적이기까지 하지만 실상 분열과 내전으로까지 이어질 거라는 확신으로, 이른바 VIP들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판을 마련한 것이었다. 목숨이 돈보다 중요한 사람과 목숨보다 돈이 중요한 사람.

 

나아가 극 중 투표의 모습은 다분히 현실을 반영했다. 시즌 1이 공개된 이듬해 초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불과 0.73% 앞선 투표율로 대통령이 된 바 있다. 제15대 대통령 선거의 1.53% 차이를 넘어서는 역대 가장 근소한 차이였다. 어떤 식으로든 분열이 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는데, 현실에서든 작품에서든 마찬가지. 

 

공고한 시스템을 전복할 수 있는가

 

<오징어 게임 2>는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말 하나 없이 가장 피하고 싶은 작금 현실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은 수단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현실의 한 단면을 도려내듯 날것으로 드러내기에 마냥 평면적인 게임으로만 볼 수 없다. 천천히 입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무섭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의 중추는 오징어 게임인 것이다.

이 구조, 돈 많고 권력 있는 VIP들의 유흥을 위해 돈 없고 빚 많은 이들이 목숨과 맞바꿔 게임으로 돈을 얻는 구조는 너무나도 견고해 보인다. 모두의 욕망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인다. 와중에 인간 본성이 꿈틀거리게 살짝 터치해 주면 된다. 그 자체로 이미 불평등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개 개인이 전복을 시도해 봤자 생채기만 남기는 수준일 것이다.

주지했지만 매 라운드마다 진행 여부 투표는 주최 측의 기막힌 수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죽어 나가고 돈은 쌓이니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갈수록 집단화되며 첨예하게 나뉘어 비난은 서로를 향한다. 모두 같이 살아남자는 성기훈의 바람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어진다. '우리 편'이 살려면 '적'을 죽여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2, 3편이 한 번에 제작되었고 2편 공개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3편을 공개할 예정인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넷플릭스를 넘어 영상 콘텐츠 사상 영향력, 파급력, 흥행력 등에서 오랫동안 최상단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그런 작품이니만큼 물고 뜯고 씹으며 충분히 맛보고 즐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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