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이라는 용서받을 수 없을 짓에 도전한 사람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조이의 탄생>
체외수정, 즉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체외)에서 인공수정시킨 후 자궁에 이식하는 기술로 탄생한 아기를 '시험관 아기'라고 한다. 불임의 대안으로 지금은 많은 이에게 알려져 있고 또 시도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오해 또는 편견으로 '악마화'되었다. 시험관 아기가 최초로 성공하기까지 그리고 이후로도 논쟁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5년에 최초로 이란성 쌍둥이가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고 그중 한 명은 자연임신으로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류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최초였으니 문제가 있었을 것 같지만 잘 살았고 자연임신으로 아이 둘을 낳기도 했다. 최초는 항상 많은 논란과 함께하는 법, 시험관 아기는 두 말할 것도 없다.
1978년 인류 최초로 시험관 수정을 통해 태어난 루이즈 브라운의 부모는 온 세상에서 온갖 저주를 받았다. 그들의 행위 자체를 저주하는 건 물론 루이즈가 태어나지 못하거나 태어나도 오래지 않아 아프거나 죽을 거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그런 한편 인류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과학자들은 누구였을까 궁금하다. 그들 또한 온갖 저주를 받았을 텐데 말이다.
'체외수정'이라는 위험한 계획
1968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간호사 진 퍼디는 생물학자 밥 에드워즈 박사의 팀에 들어간다. 그들은 함께 4시간 거리에 있는 올덤의 커쇼스 병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에게 협업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목표는 같다, 불임을 해결하는 것. 패트릭이 난자를 추출하면 밥과 진이 체외에서 수정한다는 계획. 패트릭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밥과 진은 케임브리지와 올덤을 오가며 패트릭이 제공한 실험실에서 연구를 이어간다. 실험자들도 패트릭을 찾아온 이들이었다. 그런데 큰 문제에 봉착한다. 가족, 교회, 과학계, 언론할 것 없이 온갖 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뿜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에선 그들을 악마처럼 취급했고 과학계는 그들을 윤리적으로 비난했으며 언론은 그들을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 비유했다.
세상의 비난뿐만 아니라 그들이 봉착한 문제는 또 있었는데, 기술적 한계였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 도무지 임신까지조차 가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니 실험 관계자 모두가 지쳐 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임신에 성공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결정적 실패와 더불어 진의 개인적인 사정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급기야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데… 이 프로젝트, 과연 어떻게 성공할까?
인류 최초의 시험관 시술 실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조이의 탄생>은 인류 최초의 시험관 시술에 성공하기까지의 고군분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0여 년간 서로 없으면 안 되었던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 생물학자 밥 에드워즈, 간호사 진 퍼디가 주인공이다. 그들의 성공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바 '어떻게 성공했는가'와 '왜 성공해야 하는가'가 주요 골자다.
셋은 범과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로 체외수정이 인류 발전과 진보적 움직임에 꼭 필요하다는 일념으로 한데 뭉쳤다.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이 난자를 추출해 넘기면 생물학자 밥이 체외에서 수정한 다음 산모의 자궁에 이식한다. 간호사 진은 산모들을 관리하고 패트릭과 밥을 보좌한다. 완벽한 조합이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기술이 뒤떨어진다.
하지만 체외수정에 성공해 임신하고 아기가 태어나기까지의 성공 확률은 지금도 40%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 시간, 공력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 확률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40%라는 엄청난 확률에 기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그야말로 무슨 짓는 하든 임신조차 되지 않는 불임의 경우 단 1%의 확률에라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용서받기 힘든 짓이었지만...
1960~1970년대 영국, 시험관 아기 프로젝트는 절대다수의 비난을 받았다. 아기를 인공적으로, 그것도 체외에서 수정시킨다니 윤리적으로 용서받기 힘든 짓이었다. 극 중에서도 나오는 바 특히 교회에서 악마가 깃들었다며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보다 더 신실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더 절절히 기도드리면 반드시 아기가 찾아올 거라고 했다.
한편 여성은 반드시 아기를 낳아야 하는 존재였다. 그렇지 못하면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해도 싼 죄인이었다. 그래서 산부인과를 찾지만 돌아오는 답은 임신이 힘들거나 불가능하다는 것. 하여 체외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도전하지만 금전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세상의 시선에 심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하여 패트릭, 밥, 진은 과학적 발전의 이유에,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붙여 설파한다. 산모들의 절절한 마음, 나아가 아기를 낳지 못해도 죄인이고 체외수정으로 아기를 낳아도 죄인이라면 어떻게든 낳아야겠다는 결심이 그들에게 가닿은 것이다. 그들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영화를 재밌다고 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지만 지루한 면이 전혀 없었다. 실화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디테일한 부분들에 영화적 장치를 과하지 않게 넣어 최소한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 했다. 표현해 보자면 '고품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