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쓰레기가 곧 회사의 수익이 되는 세상에서 해야 할 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새 물건을 사는 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점점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철저히 숨겨진 이면이 있다. 의도적이고 복잡하고 고도로 계산된 과학이 물건을 사도록 유혹하며 속이고 있다. 아마존, 애플,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을 위시한 전 세계 유수의 대기업이 모두 마찬가지다. 가능한 모든 수를 써서 진실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가 전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어떻게 우리의 등골을 휘게 하고 그로 인한 폐기물이 어떻게 또 얼마나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석하고 폭로한다. 초거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책임자급으로 일한 이들이 얼굴과 이름을 내놓으며 인터뷰이로 나와 신뢰감을 더한다. 소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은 외형상 기업들에게 알려주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이 주를 이룬다. 다른 말로 '더 합리적인 소비를 가로막는 법'이다. 구매하라는 제목과 그 이면에 음모가 있다는 부제처럼 다분히 반어법일 텐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하고 있는 짓을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며 보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소비, 구매, 쇼핑 등의 단어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사는 세상
첫 번째 원칙은 '더 많이 팔아라'다. 유럽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의 경우 스토리를 부여해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구매의 기회를 가질 만한 그럴듯한 이유로 만들게 한다. 스포츠 선수, 뮤지션과 합작해 욕구의 대상이자 동기부여의 대상을 창조하기도 한다. 패스트 패션의 경우 본래 1년을 두 시즌으로 나눠 때에 맞게 출시했던 걸 매월 출시로 바꿔 차원을 달리하는 종류와 양을 자랑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9년작 『유한계급론』에서 상류층의 소비 패턴과 경제적 행동을 '과시적 소비'라고 표현했다. 상류층의 과시 소비는 하류층의 모방 소비로 연결되고 곧 사회 전체의 소비문화를 형성했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고도 소비 사회에선 일반 소비자에게도 과시 소비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기업의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경우 소비자가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게 '원 클릭 바로 구매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필요한 게 생각나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하여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가로막고자 했다. 나아가 사이트의 모든 요소를 상품 구매 유도 최적의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소비자로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유럽 최대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의 경우 더 많이 만드는 게 지상 목표다. 그런 기업들의 마인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시간마다 250만 짝의 신발, 68,733개의 휴대폰, 1분에 19만 벌의 옷, 1초마다 12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되면 사용하고 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늘리고 속여라
두 번째 원칙은 '쓰레기를 늘려라'다. 1925년 이른바 '피버스 카르텔'이 결성된다. 전구 제조업자들이 한데 모여 전구 수명을 2500시간에서 1000시간으로 줄이는 데 합의한 것인데, 그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음모론도 아니고 기업에서 행하는 일상적인 일이다.
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경우 더 새롭고 완벽한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구제품을 버리고 신제품을 사게 만든다. 그렇게 하루에 1300만 개 휴대폰이 버려진다. 나아가 기업에선 제품을 수리할 수 없게끔 제품 수리법을 공유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수리하기 어렵게 제품을 만든다. 그래야 계속 신제품을 구입하니까. 소비자들의 쓰레기가 곧 회사의 수익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철저히 속여라'다. 세계 최대 음료 기업 코카콜라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진실을 속이려 한다. 재활용이 모든 걸 해결해 줄 테니 죄책감 없이 마음껏 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매립 또는 소각하며 생산량의 10% 정도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해마다 4억 톤씩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5천만 톤씩 배출되는 전자 폐기물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철저히 숨기고 통제하라
네 번째 원칙은 '꼭꼭 숨겨라'다. 엄청난 전자 폐기물을 해외로 보내는 건 당연히 불법이지만 약간의 뇌물이면 세관 통과가 가능하다. 그렇게 후진국으로 보내진 전자 폐기물은 해체하는 데 독성물질이 나온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게 실정이다. 헌 옷의 경우 기부하면 아프리카 등지로 보내진다. 그런데 너무 많아 쓰레기로 전락했다. 가나의 경우 3천만 명의 인구에 매주 1500만 벌의 옷이 들어온다.
다섯 번째 원칙은 '강력히 통제하라'다. 대기업을 상대로 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위, 파업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행해지고 있다.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 의해 아주 쉽게 무마된다. 이를테면 제아무리 회사의 핵심인력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업무정지, 해고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할 게 없다.
제품을 만드는 건 당연하다. 인류는 당연한 듯 끊임없이 생산하고 또 소비해 왔다. 그게 인간이 행하는 경제 활동의 기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많이 소비되며 결정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고 있다. 이건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 방식, 방법이 아니다. 제대로 순환되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다시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과 소비 그리고 버려지는 것까지 모든 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