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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섣부른 추측이 불러온 학교 도난 사건의 기이한 파국 [신작 영화 리뷰] 카를라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으로 새로 부임해 당차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곳에선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민자 가정의 아이 알리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항변까지 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알리를 도둑으로 몰아 놀리기 일쑤다. 교실뿐만 아니라 교무실에서도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카를라는 직접 범인을 잡고자 교무실 자기 테이블에 지갑이 든 외투를 남겨둔 채 노트북 카메라를 틀어놓는다. 나중에 확인하니 지갑에서 소량의 돈이 사라졌고, 카메라를 돌려보니 오렌지색 별 모양의 블라우스를 입은 이가 외투를 뒤지는 모습이 보였다. 둘러보니 교직원 중 누군가가 영상 속 블라우스를 입었다. 행정실의 쿤 선생님이었다. 카를라는 별 뜻 없이 그녀에게 가선 돈을 돌.. 더보기
비출산 동거 커플에게 난데없이 아이가 찾아왔을 때 [신작 영화 리뷰] 첫 작품이 인정받고 곧바로 두 번째 책 제안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신인 소설가 재이, 영어 학원 강사로 5년째 일하며 원장한테 신임을 얻어 분점 원장 자리까지 제안받은 건우는 동거 커플이다. 그들은 비혼, 비출산 커플이기도 하다. 그저 서로만 바라보며 서로를 챙기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어느 날 재이가 몸에 이상을 느낀다. 함께 산부인과로 가서 검사를 해 보니 임신이란다. 12주. 재이는 현실을 부정하며 글 쓰는 일에 매달리려 한다.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우는 당황도 잠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는다. 사실 그는 아이가 생겼으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임도 잘했건만 0.6%의 확률로 임신을 했으니 운명이라고나 할까.. 더보기
시한부 판정 받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진정한 자아 찾기 <리빙>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오래되지 않은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부서를 이끄는 윌리엄스는 암암리에 '미스터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로 살아가는데, 이를테면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과로 보내 버리고 다시 돌아오면 한쪽에 처박아 버린다. 손에 닿을 거리에 두지만 절대로 손을 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 부서 사람들한테는 물론 아들내미 부부한테도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는 싫으니 뭐라도 하려 한다. 바닷가로 훌쩍 떠나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친구한테 하루를 온전히 맡겨 보기도 하고, 부서의 홍일점이었던 생기발랄한 해리스와 하룻 나절을 함께 보내 보기도 .. 더보기
그녀가 남의 쓰레기를 주워 파헤치는 이유 <너를 줍다> [신작 영화 리뷰] 한지수는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를 통째로 집에 가져와선 하나하나 분류하곤 컴퓨터에 정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단지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악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한 명 보인다. 그녀는 그가 바로 옆집인 705호 사람이라는 걸 파악한 후 곧 쓰레기를 수집해 파악에 들어간다. 그녀가 파악한 그, 강우재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물고기 하나 죽었을 뿐인데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 곱게 포장했으니 말이다. 이후 지수는 우재의 주위를 맴돌며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정확히 한다. 우재로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수는 밀키트 판매 회사에 다니는데 고객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선임인데도 컴플레인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수와 우재 모두 마.. 더보기
"이것이 무슨 수사여? 똥이제!"라고 일갈하는 형사 <소년들> [신작 영화 리뷰] 20세기 한국에서, 아니 군부 독재 시대에 국가 폭력으로 가짜 범인이 만들어지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대표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끌고 가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을 가해 가짜로 시인하게 만드는 사례들이었을 테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자 마련한 이벤트성이었던 적도 많아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무죄로 판결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군부 독재 시대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본격적인 민주주의 시대, 나아가 인권 중심의 시대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시름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9년 '완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3인조가 슈퍼에 침입해 강도짓을 하던 와중 할머니가 질식사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동네에 살고 있던 3명의.. 더보기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12.12 군사반란 영화 <서울의 봄> [신작 영화 리뷰] 얼마전 전두환과 노태우의 2주기였다. 그들은 불과 한 달여를 앞뒤로 죽었다. 하지만 1979년에 발발했던 12.12 군사반란 주동자들 중 전두환, 노태우 등을 제외하곤 상당수가 살아 있다. 당사자들이 살아 있으니, 비록 오래 되었으나 마냥 지나간 역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12.12 군사반란을 주제로 삼은 영화는 단 한 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는 보고 듣고 씹고 맛보고 하며 수없이 접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속속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전두환,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하나회가 주축이 된 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켜 성공해 정권을 잡았다' 정도랄까. 상업영화로 만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소재가 아.. 더보기
이방인보다 못한 20대 북한이탈주민의 처연한 한국 생존기 [신작 영화 리뷰] 한영은 중국에서 머물며 배운 중국어를 바탕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지만 외려 한국말이 어려워 보인다. 그녀는 힘겹게 서울살이 중인 20대 여성이지만 사실 북한이탈주민이다. 믿을 건 북한에서 함께 탈출해 온 남동생 인혁과 친구 정미뿐이다. 중국어를 가르쳐 줬던 리샤오가 찾아오기도 한다. 담당 경찰 태구, 동료 미선과 청하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에 관해서는 누구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동생 인혁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태구한테 도움을 청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알아 보긴 하지만 기다리면 돌아올 거라는 말을 되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친구 정미는 말도 없이 남자친구와 독일 이민을 준비 중이다. 곁에 더 이상 믿을 수 있.. 더보기
작은 거짓말이 두 나라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는 순간 [신작 영화 리뷰] 천 년도 더 된 옛날, '알하미트'와 '바이카리'라는 이웃이면서 원수지간인 나라들이 있었다. 사소한 문제들로 다투다가 개똥 문제가 불거져 전쟁으로 치닫는다. 모두 지쳤을 무렵 두 나라는 맹세를 맺었다. 전쟁이 끝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고양이 오줌 문제 불거져 다시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세워진다. 한편 옛 맹세의 내용은 이러했다. 알하미트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바이카리에 시집보내고 바이카리는 가장 총명한 소년을 알하미트에 장가보내야 했다. 이제 두 나라는 맹세를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렇게 알하미트의 93번째 왕녀 사라에게, 바이카리의 해고된 말단 관리 출신으로 시골 촌구석에 사는 나란바야르에게 각각 신랑과 신부를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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