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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사라져버린 ‘나’, 엄마로만 살아가는 시간 [영화 리뷰] 이제 갓 결혼한 커플, 그레이스와 잭슨은 잭슨의 죽은 삼촌이 남긴 허름하지만 넓은 집에 신혼살림을 차린다. 그렇게 뉴욕에서 몬태나 시골로 이사를 와야 했다. 화끈한 부부의 성생활, 바로 아기가 들어선다. 그리고 예쁜 아기가 태어난다. 6개월 후, 그레이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촉망받는 작가지망생인 그레이스는 책상에 제대로 앉을 시간도 생각도 여유도 없다. 잭슨은 고된 노동으로 일주일에 세 번 집에 들어올까 말까다. 부부의 성생활은 현저히 줄어들고, 그레이스는 모든 순간 아기를 들여다봐야 하며, 잭슨은 곁에 없다. 그레이스에겐 고양이가 필요했는데 잭슨이 강아지를 데려온다. 그레이스는 말 그대로 미쳐간다. 둘은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데, 그레이스의 이상 행동이 수위를 넘나들.. 더보기
보이지 않는 ‘남쪽’을 향한 그리움, 미완성으로 완성된 걸작 [영화 리뷰] 1930년대 하반기를 오롯이 할애한 스페인 내전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와중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스페인 내전은 미술, 문학, 음악, 영화, 사진과 게임까지 만들어지며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특히 영화의 경우 21세기까지도 다뤄지고 있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기예르모 델 토로, 켄 로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등 거장들이 한 번쯤 다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빅토르 에리세다. 1973년 작 이 작년 1월에 국내에서 최초 개봉했고 1983년 작 이 올해 2월에 국내에서 최초 개봉했다. 영화 역시 스페인 내전의 후일담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곧.. 더보기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비극 뒤에 남겨진 이름, 아그네스 [영화 리뷰] 16세기 영국, 매를 돌보고 식물을 들여다보며 자연에서 삶의 위안을 찾는 자유로운 영혼의 아그네스는 그녀의 동생들을 가르치는 라틴어 교사 윌과 사랑에 빠진다. 이윽코 윌은 아그네스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마녀로 오인 받고 있는 만큼 윌의 부모가 허락할 리 만무할 터, 하여 그들은 아이를 갖는다.윌은 예술혼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가 나왔을 때는 런던으로 가서 연극 배우이자 극작가로서의 꿈을 펼치려 하고 있었다. 하여 수잔나, 햄넷과 주디스는 아빠가 지켜보지 않을 때 태어났다. 그래도 윌이 나름 성공해 큰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집에는 가끔 들렀을 뿐이지만.친오빠, 시어머님와 함께 집을 돌보는 아그네스는 주디스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 특유.. 더보기
가짜 가족을 연기하다, 진짜 인생을 만나다 [영화 리뷰] 일본에서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생활 중인 필립, 그는 7년 전 찍은 광고로 얼굴을 알렸으나 이후 반등 없이 무명배우로 지내고 있다. 그렇게 오디션장을 전전하던 그는 우연히 특이한 듯 특별한 듯한 회사에 취직한다. ‘렌탈 패밀리’라는 이름의 그 회사는 가족 역할 대행 서비스를 주업으로 했다.먹고살아야 했고 하는 일이 연기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생각한 필립은 그곳에 취직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일, 차마 부모님께 동성을 사랑해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젊은 여인의 가짜 남편이 되어 주는 일을 마치고 나름 깨닫는다. 누군가의 삶 속에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이후 그는 다채로운 역할을 동시에 맡기 시작한다. 그중에 아빠 없는 혼혈 소녀 미아의 가짜 아빠 역할과 은퇴한 배.. 더보기
쓸데없는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침묵 [영화 리뷰] 오즈 야스지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굴지의 감독 중 하나다. 20세기 전반부에 활동했으나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도달했으니, 2024년 말에 이 수십 년 만에 국내 최초 극장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다.그리고 그의 또 다른 걸작 가 우리를 찾아왔다. 1932년 무성 영화 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2000년대 이후 특별전을 통해서만 소개되었으니 극장 개봉은 최초다. 일찍이 윤가은 감독의 인생 영화로 명성을 떨쳤고 김초희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1959년에 제작된 만큼 장장 70년 가까이 지난 작품이지만, 유성 컬러이기에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즈 야스지로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가 최대치로 발현되어 불.. 더보기
20여 년 만에 바로잡힌 복수극의 전설 [영화 리뷰] 19세기 중반에 출간된 알렉산드르 뒤마의 프랑스 대하소설 은 현대적인 ‘복수극’의 전형을 만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무진장 재밌기도 해서 후대에 족히 수십 편은 될 만한 영화 및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흔히 떠올리는 건 2002년 작 다. 상당한 수작인데, 문제는 원작을 상당히 뜯어고쳤다는 것이었다.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4년 프랑스에서 원작을 제대로 살린 을 내놓았다. 당대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었고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비평 면에서도 상당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각본, 연기, 미장센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 바 피에르 니네이가 분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애는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리고 2년 여 만에 국내에 상륙했다.대략의 내용과 메시지까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 더보기
유곽이라는 우주, 사랑과 권력이 뒤바뀌는 순간들 [영화 리뷰] 아편전쟁 후 상하이는 개항장으로 지정되며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급부상한다. 동시에 서구 열강들의 조계가 설치되어 근대 도시로 일찌감치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태평천국운동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자연스레 유흥업이 번창했다. 특히 상하이 조계지 북쪽에 화류계가 생겨났다.19세기 말에 한방경이 써낸, 중국 최초의 창작 연재소설 은 바로 그 상하이 조계지의 화류계를 배경으로 유녀들의 지극한 일상을 그렸다. 확실한 줄거리 없이 등장하는 기녀들이 모두 주인공으로, 나름의 일상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식이다. 거기에 상당히 미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당대를 엿보기에 제격이다.대만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허우샤오시엔의 1998년 작 는 100여 년 전 소설 을 원작으로 했다. 단 38번의 테이크.. 더보기
10초에 담긴 인생, 달리는 이유를 묻는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육상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스포츠다. 그중에서 달리기는 가장 원초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장치도 없이 순수하게 몸 하나만 이용하니 말이다. 한 발 더 들어가면, 가장 짧은 100미터 달리기와 가장 긴 42.195km 마라톤이 가장 인기가 많다. 10초 남짓한 시간과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인생이 담겨 있다.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는 직관적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동명의 원작 만화는 우오토 작가의 데뷔작인데, 이 작품 이후 내놓은 로 명성을 떨쳤다. 두 작품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결은 비슷하다. 철학을 전공한 만큼 그의 만화들 전반에 꽤 심오한 철학적 신념들이 포진되어 있는 만큼, 도 외형상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 간의 치열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