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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춥디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부디, 얼지 않게끔> [신작 도서] 한국소설이 짧아진, 정확히 말해 분량과 호흡이 짧아진 역사가 10여 년 된 것 같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세기 IMF 사태의 한복판 1998년에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소설향' 시리즈로 중편 소설들을 선보인 바 있다. 독자는 책 살 돈이 없었고 출판사는 책 만들 돈이 없던 시절의 고육지책이자 혁신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이 흐른 후 2009년엔 민음사에서 '민음 경장편' 시리즈를 출범했는데, 당시 트위터로 대변되는 호흡 짧은 콘텐츠의 대세화에 발맞춘 결과물이었다. 앞선 소설향은 2006년에 마감했다가 2019년에 부활했고, 민음 경장편은 2012년에 마감했다가 이듬해 '오늘의 젊은 작가'로 이어졌다. 이 두 출판사의 시리즈들 말고도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장편 혹은 중편(이하.. 더보기
남편 없이 시아버지 모시고 12년, 이제 독립하다! <웰컴 투 X-월드> [신작 영화 리뷰] 세상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부부를 중심으로 친족 관계에 있는 이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일컫는데, 혼인, 혈연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러던 게 점차 다양해져, 천륜이라 부르는 혈연이 아닌 관계의 집단이나 구성원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게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족에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여기 매우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례가 있다. 오히려 그래서,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가족에의 또 다른 다양성과 포용성을 나타내는 것도 같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와 딸이라는 보고도 믿기 힘든 구성원을 가진 가족. 78세의 시아버지 한흥만,.. 더보기
감각으로 감각하는 장르적 쾌감을 마음껏 자극하라! <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9년 오랜만에 전남 보성의 단독주택 집으로 내려온 서연, 핸드폰을 잃어 버려서 무선 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이상한 전화를 두 번이나 받는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그녀에겐 뇌종양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가 있다. 보이지 않는 아빠, 서연이 어렸을 적 엄마의 큰 실수로 집이 불타며 아빠는 사망했고 서연은 화상을 당했다. 어느 날, 잠을 자다가 큰소리에 깬 서연은 벽으로 가려진 지하실 가는 길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1999년에 이 집에 살았던 이가 쓴 걸로 보이는 일기를 읽으며 영숙의 존재를 확인한다. 한편 1999년 같은 집엔 신엄마와 신딸 영숙이 살고 있었다. 신엄마는 영숙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그녀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또 외형상 괴롭히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 영숙은 .. 더보기
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영화 <힐빌리의 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6년 6월, 미국에서 라는 제목의 회고 에세이가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가 처절하기 짝이 없던 시절을 뒤로하고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반 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다. 이 책이 '트럼프 현상'의 현실적이고도 진솔한 분석과 연구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 호황을 구가하다가 불황을 직격으로 맞아 몰락해 버린 공업 지구인 '러스트벨트'의 한가운데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힐빌리(산골마을 백인)로서, 가난과 폭력과 우울과 불안와 소외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삶의 궤적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원동력.. 더보기
엄마와 딸의 심리와 감정을 스릴러로 파고든 똑똑한 영화 <런> [신작 영화 리뷰] 영화 에 대해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혜성같이 나타나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불과 1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저예산의 제작비로 전 세계 7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을 벌였다. 산호세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아버지가 스터디 그룹을 하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딸을 찾는 별다를 게 없는 이야기이지만, 오로지 전자 기기 스크린으로만 장면을 구성한 혁신성으로 찬사를 받았다. 아니쉬 차칸티 감독은 1991년생으로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놀라운 장편 데뷔식을 이뤄 낸 바, 29살에 로 전 세계를 강타한 '데이미언 셔젤'이나 역시 29살에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작품 를 내놓은 '대런 아로노프스키'나 자그마치 19살에 칸 입성작 를 내놓은 '자비에 돌란'이 떠오른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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