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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한 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기 앞의 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의 소설, 관련하여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변호사 연수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공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소설을 남겨 42살 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해 스타로 떠오른 '로맹 가리'. 20여 년이 지나며 비평가들은 그를 두고 한 물 갔다고 했는데, 그는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며 압박을 피하려 했다. 그러던 61살이 되던 1975년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이다. 에밀 아자르 즉, 로맹 가리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 측에서 밀어붙였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가 두 번 이상 수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당시 '에밀 아자.. 더보기
추천하면서도 비추천하는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시리즈 <더 리버레이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미국 오클라호마 소재의 한 부대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상륙해 나치가 점령한 유럽을 관통하는 혹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선더버즈'로 불린 이 부대는 멕시코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카우보이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은 정작 미국 본토에선 같은 바에서 어울려 술도 마실 수 없었다. 하지만, 전쟁 중엔 서로의 목숨을 내맡기고 구하는 형용하기 힘든 전우애로 똘똘 뭉쳤다. 2년 전 오클라호마 포트 실, '해결사'라 불리는 스파크스 소위는 J중대를 맡게 된다. J중대의 J는 'jail'의 J였다. 즉, 군대 내 교도소에 있는 군인들을 한데 모아 훈련시켜 전쟁에 나설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스파크스는 과거는 물론 인종도 상관하지 않고 차별 없이 오직 .. 더보기
지난한 삶이냐, 자유로운 듯 화려한 삶이냐 <이지 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프랑스 칸, 16살 생일을 맞이한 소녀 나이마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선, 방학을 맞이해 게이 친구 도도와 자주 어울리며 함께 연기 오디션을 준비하기도 하고, 엄마가 일하는 호텔 조리실에서 인턴으로 일해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던 와중, 파리에 사는 사촌 언니 소피아가 나이마의 생일도 축하할 겸 놀러왔다.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언니라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소피아는 조금 달라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딱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는 나이마에게도 명품 가방을 생일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성형 티가 많이 나는 얼굴과 노출 심한 옷차림으로, 나이마와 함께 거리를 활보했다. 해변에서는 반나체.. 더보기
21세기 오리무중 밀실 살인, 그녀는 누가 왜 죽인 걸까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20년 10월 27일 비 오는 일요일, 아르헨티나 카르멜 컨트리클럽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마리아 마르타 가르시아 벨순세라는 이름의 그녀는, 남편과 함께 친구네랑 점심 식사를 하고는 4시에 다른 친구들과 테니스 시합을 했다. 하지만 비가 내려 가족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제부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축구 경기가 끝난 6시 1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카를로스는 6시 5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하여, 그녀의 잘못된 상태를 최초로 발견하게 된 남편 카를로스, 그가 집에 와 보니 문이 열려져 있었고 가르시아는 욕조에 고꾸라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그녀를 끌어내 눕혔다. 7시면 항상 방문해 안마를 해 주.. 더보기
금융사기극 실화로 메시지와 재미를 잡다 <블랙머니> [오래된 리뷰] 정지영, 75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노장 감독으로 1970년대 영화계에 발을 들여 1982년 장편 연출 데뷔를 했다. 80년대에 꾸준히 각본·연출작을 내놓았지만 큰 빛을 보지 못하다가 90년대가 시작하는 해에 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한다. 그의 제1 페르소나 안성기가 주연을 맡고 또 다른 페르소나 최민수가 주연급으로 활약한다. 이후 1994년까지 세 작품을 내놓는데, 가 그것들이다. 그의 또 다른 페르소나 이경영을 비롯 안성기와 최민수 등이 출연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내놓은 두 편의 영화로 그는 충무로를 떠난다. 은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에서 감독상을 받았을 만큼 연출력을 인정받았지만, 흥행에선 실패한다. 는 괴작 판명을 받고 흥행과 비평 양면에.. 더보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주 작은 단면을 들여다보다 <블러드 오브 제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 하면 단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 수 있겠다. 다분히 판타지가 가미된 배경에, 신이 중심이 되어 괴물과 반인반신과 반인반괴와 인간 등 온갖 존재가 출현하여 전쟁, 사랑, 배신, 모험, 암투, 욕망 등 온갖 것이 뒤섞여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특히 영감을 주는 건 최고 신 제우스의 사생아 이야기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구상 모든 신화와 전설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헤라클레스'가 있다. 그는 제우스가 "거인족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위대한 인간 영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운명의 세 여신의 예언에 따라, 티린스 왕 암피트리온의 부인 알크메네와 동침해 낳은 아들이다. 헤라클레스는 평생 시련을 겪었는데, .. 더보기
인생이라는 체스를 사는 불우한 천재 소녀 이야기 <퀸스 갬빗>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50년대 후반 미국 중남부 켄터키주의 어느 보육원, 아빠 없이 살다가 엄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곤 혼자 살아남은 9살 소녀 엘리자베스 하먼(이하, '베스')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흑인 친구 졸린이 그녀와 함께해 준다. 그곳에선 아이들이 매일매일 두 가지 약을 먹었는데, 초록색 약은 온화환 성품을 주황갈색은 튼튼한 몸을 길러준다 했다. 불시에 혼자가 된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완벽한 식단을 챙겨 주지 못하기에 약으로 보충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베스는 어느 날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관리인 샤이벌이 두는 체스에 관심을 가지고 곧 초록색 약, 즉 신경안정제의 효능으로 체스에 비상한 능력을 뽐내게 된다. 신경안정제만 먹으면, 잘 알지도 못하는 머릿속 체스 게임이 천장에 .. 더보기
이집트 고왕국 사제, 그 화려한 무덤과 평범한 삶의 비밀 <사카라 무덤의 비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남서쪽에 위치한 '사카라 네크로폴리스(고대 묘지)', 기자와 다슈르 등과 함께 이집트 고왕국의 피라미드 소재지로 유명하다. 이들이 모두 포함된 고왕국 시대 수도 '멤피스'의 피라미드 지역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단연코 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이기도 하다. 배워서 익히 알고 있는 4대 문명(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중 하나다. 사카라에는 수많은 유물이 있지만, 지상에서 가장 규묘가 큰 최초의 석조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자그마치 4600여 년 전 이집트 고왕국 제3왕조 조세르왕의 묘지 말이다. 이 피라미드는, 이후 기자 지역에 건립되었던 피라미드들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곳엔 발견되지 않은 유물들이 여전히 많..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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