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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영생'이라는 아름다운 지옥, 택할 것인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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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여러 모로 뱀파이어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아무런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영원한 삶을 얻을 것인가. 너무 극과 극에 있지 않은가. 누구라도 영원한 삶을 선택할 것 같다.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그랬고, 중세의 연금술사들도 그랬다. 많은 종교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 못지않게 영원한 삶에 대해 수많은 콘텐츠들을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가 '뱀파이어'다. 그들은 햇빛에 노출되지 않거나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삶을 보장받는다. (그들의 신체 능력은 발군을 자랑하기에 동족이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뱀파이어가 된 당시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유지하기에, 경우에 따라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녕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러면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영원한 삶과 죽음,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영생의 삶, 축복일지 저주일지 모를 삶을 살게 되다


1994년 나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여러 모로 뱀파이어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전 뱀파이어 콘텐츠에서 통용되었던(브람 스토커가 <드라큘라>로 집대성한 결과물들이다) 통념들을 조금 무너뜨렸다. 그렇지만 그 '조금'이 상당한 차이로 다가온다. 성수나 마늘, 십자가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뱀파이어에게 물린다고 무조건 뱀파이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빨고 뱀파이어의 피를 그 인간에게 줘야, 비로소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 이전보다 뱀파이어가 되기 힘들어졌지만, 일단 되기만 하면 거의 약점이 없는 것이다. 


영화는 200살 된 뱀파이어인 루이스 드 포인트 두 락(브래드 피트 분)이 기자와 인터뷰하며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뱀파이어란 걸 밝히고,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연대기를 이야기한다. 아내와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져 죽음을 갈망하는 그를 뱀파이어 레스타트 드 라이온카운트(톰 크루즈 분)가 물어버린다. 그러곤 그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영생인가, 죽음인가. 죽음을 갈망하는 루이스는, 정작 죽음을 택하지 못하고 영생을 택한다. 새로운 삶, 축복일지 저주일지 모를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영생인가, 죽음인가. 죽음을 갈망하는 루이스는, 정작 죽음을 택하지 못하고 영생을 택한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뱀파이어는 신선한 피가 없이 살 수 없다. 그 중에 제일은 인간의 피다. 하지만 루이스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드문 뱀파이어가 되어, 레스타트의 강요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피를 한사코 거부한다. 그때부터 그에게 뱀파이어의 삶은 지옥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영원한 삶 또한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었다. 완벽한 뱀파이어인 레스타트와 같이 있는 것 또한 견딜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만들어 준 아버지이고, 그 없이는 뱀파이어로 살아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 와중에 엄마를 잃은 고아 클로디아(커스틴 던스트 분)를 만난다. 레스타트는 루이스의 마음을 속단하고 클로디아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셋이 가족을 꾸린다. 클로디아는 레스타트를 잘 따라 완벽한 뱀파이어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언제나 어린 소녀, 그녀는 그 모습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는 사실이 견딜 수 없다. 결국 루이스와 함께 그녀를 만든 레스타트를 죽이고 길을 떠나게 되는데... 


'영생'이라는 아름다운 지옥, 택할 것인가?


영화는 참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많은 콘텐츠가 추구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다분히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루이스와 클로디아의 시선을 쫓으며, 영원한 삶이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지옥 같다는 것이다. 언제나 어둠 속에서만 살 수 있고,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며, 인간이나 동물의 피를 먹어야 하지만 엄연히 소수이기 때문에 대놓고 대응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영원히 쥐 죽은 듯 살아가야 한다. 


삶의 근원, 삶의 시작에 대한 성찰 또한 계속 된다. 처음엔 뱀파이어가 되어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걸 감사하고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옥 같은 나날이 계속되면서 자신을 왜 뱀파이어로 만들었는지 자신이 왜 뱀파이어가 되겠다고 했는지 반항과 후회가 이어지는 것이다. 급기야 아버지를 죽이거나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자신의 근원을 부정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삶의 근원, 삶의 시작에 대한 성찰 또한 계속 된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한편, 이 영화에 유난히 '브로맨스' 혹은 '동성애'로까지 비춰지는 분위기와 장면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루이스가 거부하고자 하는 건 뱀파이어의 삶이 아니라 동성애자로의 삶인 것인가.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 멀리까지 나간 생각인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뱀파이어가 되면 더욱더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일면 그들의 사랑 형태가 궁금해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생인가 죽음인가의 말도 되지 않는 선택에서 어떤 걸 택할 지 조금은 망설여진다. 그만큼 영생의 지옥도를 잘 표현해냈다. 그것도 과하지 않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말이다. 그 모순이야말로 영생과 죽음의 기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아름다운 지옥', 지옥이라도 아름답다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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