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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과 풍부한 음의 세계를 오가는 소녀의 성장담!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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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오리지널 리뷰] <코다>

 

영화 <코다> 포스터. ⓒ판씨네마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에 언제나처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렸던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소소하지만 역대급 사건이 있었다. 작년 <미나리>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전후로 수많은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등을 석권하며 이름을 날렸는데, 올해에는 <코다>가 선댄스 영화제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날아오른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와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션 헤이더 감독은 넷플릭스 초창기 간판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작가진으로 활약한 바 있고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탈룰라>를 연출한 바 있다. 단편 영화 <유기견 입양기>로 호평을 받은 적도 있는 바, 그녀의 행보에 일괄적으로 '소외'가 있었다. 이번 영화 <코다>도 연장선상에 있다. 

 

'코다'라는 제목이 낯설다. 영어 문장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Child Of Deaf Adult)'에서 앞글자만 땄다. 다양성에 점차 눈을 떠 가는 영화계에서도 장애에 관한 영화 콘텐츠는 극소수이다. 우리나라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 코다와 관련된 영화를 찾아 보면 <반짝이는 박수 소리> <나는 보리> 정도가 눈에 띈다. 한편,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했고 애플TV+가 일찌감치 2500만 달러라는 놀라운 거금을 들여 판권을 구입해 해외에선 애플TV+로 공개되었다. 

 

음악을 시작한, 농인 가족의 청인 아이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루비네 가족, 그런데 17살 막내 루비만 청인이고 아빠와 엄마와 오빠 모두 농인이다. 그러니 직접 잡아온 물고기들을 직접 팔기가 힘들고, 조합에 정해진 할당액을 주며 헐값으로 팔아넘겨야 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들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떼어 먹기 일쑤였다. 루비가 없이는 제대로 뭐 하나 꾸려 나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빠와 오빠를 깨워 함께 바다에 나가야 했던 루비는 학교 생활이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합창부에 들어가기로 한다. 바다에 나가선 매일같이 노래를 부른 그녀다. 하지만 자기가 잘 부르는지 어떤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합창부 선생님 베르나르도 비얄로보스는 빠르게 그녀의 재능을 캐치하곤 또 다른 기대주 마일스와 함께 가을 콘서트 듀엣 연습을 시킨다. 그러며 루비가 자기의 재능을 깨닫게 하고는 방과후와 주말에 개인교습까지 시켜 준다. 버클리 입학을 목표로 말이다. 

 

루비가 마일스와 함께 듀엣 연습을 시작하고 따로 특훈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루비네 가족은 큰일을 저지른다. 조합에서 탈퇴해 직접 물고기를 팔기로 선언하고 어부들에게 공표하기를 자기네한테 오면 2배를 처 주기로 한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루비에게 중간 통역을 맡기며 가족의 힘으로 힘껏 밀어붙인다. 의외로 사업은 잘 되고, 루비도 루비대로 열심히 한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으니 루비는 가족 사업도 나름대로 힘들고 연습과 특훈도 나름대로 힘들다. 결국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는데...

 

한 여름의 성장담, 그리고 쉽지 않은 문제

 

영화 <코다>의 메인 포스터가 크게 두 개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루비와 마일스가 다이빙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청명한 여름의 청춘 어린 한때를 보여 주며 영화가 품고 있는 싱그러움을 표현해 내고자 한 듯하다. 다른 하나는 루비네 가족이 함께 죽 앉아 있는데, 'CODA'를 문장으로 풀어놓고는 루비만 정면을 보고 다른 세 가족은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함께 있지만 다른 세계를 살 수밖에 없는 이 가족의 생태를 의미심장하게 표현한 듯하다. 

 

이 영화의 핵심 둘을 따로 또 같이 내 보이고자 한 전략이지 않나 싶다. 외적 모양새로는, 첫 사랑과 첫 느낌이 풋풋하게 담긴 17살 그때 그 여름의 성장담을 담았다. 항구 도시, 청명한 하늘, 숲속에 있는 듯한 집 등 자연과 벗 하는 듯한 배경에서 농인 가족을 둔 청인 아이가 노래로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 말이다.  비단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빠르던 느리던 독립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영화가 전하는 공감 포인트가 특수한 상황 아닌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통용되니, 세상은 모두 통한다는 진리가 새삼 다가온다. 

 

내적 모양새로는, 제목 그대로 농인 가족을 둔 청인 아이의 문제를 역설하고 있다. 루비는 가족 공동체라는 이 소우주에서 철저히 별개로 지내고 있다. 수어로 표현하기에 지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지만, 시시때때로 농인과 청인의 다른 점들이 서로가 서로를 찌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는 그 지점을 '음악'으로 제시했다. 루비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가족들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으니 그녀를 놓아 주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가족만의 정이 루비를 세상으로 보낼 거라 믿는다. 

 

오감을 넘어선 육감에 대하여

 

이 영화의 또 다른 정체성은 '뮤직 드라마'이다. <라라랜드>의 음악을 탄생시킨 조합인 마리우스 드 브리스 음악 감독과 닉 백스터 프로듀서가 다시 뭉쳐 음악 영화다운 퍼포먼스를 뽐냈는데, 극중 루비가 부르는 노래는 마일스와의 풋풋한 로맨스와 가족과의 끈끈한 유대감까지 한 곡에 담겨 있다. 새로운 노래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의 노래를 편곡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단한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 농인 배우가 연기한 루비네 세 가족, 영화는 그 무음의 세계를 꽤 많이 시간 할애해 보여 준다. 그러며, 한편에서는 루비의 합창부를 통해 풍부한 음의 세계를 한껏 보여 주기도 한다. 두 세계의 걸쳐 있으면서도 두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당당하게 자리 잡은 루비는, 이 아이러니의 기막힌 조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두 세계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녀는 몸소 보여 준다. 비록 그녀의 적은 한쪽 세계에서 다른 한쪽 세계로 옮겨 간다고 해도 말이다. 

 

영화는 자연 친화적인 배경에서 무음의 세계와 풍부한 음의 세계를 오가며 때론 풋풋하게 때론 격렬하게 사랑하고 또 먹고 마신다. 즉, 오감이 풍부한 영화라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듯 자연스레 보여지는 연출이 탁월하다. 그러며, 루비가 성장해 가며 오감 이상의 그 무엇을 선보이는데 '육감'이라고 통칭하는 그것은 감동을 선사한다. 루비의 아빠가 소리를 듣진 못하지만 느끼고자 루비가 노래를 부를 때 성대에 두 손을 가져가 목울림을 전달받고자 하는데, 그야말로 오감 이상의 또는 이외의 그 어떤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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