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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권력 투쟁 와중 계약과 모험, 그 사이의 백성들의 운명은?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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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 1>


국내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 1 포스터. ⓒ넷플릭스



국내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기억될 <킹덤 시즌 1>(이하 "킹덤", 킹덤 시즌 1이 선보이기도 전에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 지난 1월 25일 전 세계에 선보이기 한참 전부터 기대가 만발했던 작품이다. 영화는 연출, 드라마는 대본이 작품을 좌지우지한다고 할 만큼 드라마에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한데, 다름 아닌 김은희 작가가 아닌가. 


그녀는 내놓는 작품마다 시청률 이상의 화제를 일으켰는데, <싸인> <유령> <씨그널> 등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전문적 소재들을 서스펜스 충만하고 짜임새 있게 선보이는 와중에도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해왔다. 


김은희 작가는 지난 2014년 웹툰 <신의 나라>로 만화 스토리 작가 데뷔를 하였는데, 다름 아닌 <킹덤>의 원작으로 그녀의 오랜 숙원이었던 조선의 좀비 즉 과거 시대 배경과 현대 소재의 만남을 구체화시킨 작품이었다. 하지만 잔인하디 잔인한 작품의 특색상 국내에선 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미뤄졌던 것이다. 넷플릭스를 만나 숙원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끝까지 간다> <터널>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이 된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치를 최대치로 올렸다. 그는 맡은 영화에서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도 도맡아 해왔는데, 이번엔 김은희 작가에게 각본을 도맡기고 연출만 했으니 그 시너지는 한도 끝도 없다 하겠다. 


왕가 내부 권력 투쟁과 좀비가 된 굶주린 민초


드라마 <킹덤> 시즌 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양란을 거친 3년 후 조선, 왕이 붕어하셨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하지만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와 그의 딸이자 중전 계비 조씨만 왕을 알현할 수 있을 뿐 세자 이창(주지훈 분)조차 불가능하다. 이에 이창은 이상함과 위협을 느끼고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분)과 함께 동래로 향한다. 왕을 알현했던 전 어의 출신 이승희 의원을 찾아 진위여부를 알기 위해서이다. 


한편, 이 의원은 왕을 알현했다가 왕에게 물려 죽은(?) 제자를 데리고 동래 지율헌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의녀 서비(배두나 분)는 생사초를 캐다가 돌아와서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고 있는 생소한 모습을 발견하는데 영신이 사슴을 잡아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그 고기가 다름 아닌 왕에게 물려 죽은 이승희 의원의 제자였다는 게 밝혀지고, 충격과 공포와 분노를 넘어 곧 고기를 먹은 모든 이들이 죽어 다시 살아나 괴물이 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괴질 역병이라고 하지만 실상 좀비인 이 괴물들의 탄생 원흉은 영신에게 있겠지만, 실상 좀비의 시작은 왕인데 죽은 왕을 되살리려는 조학주의 계략에 따라 왕에게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생사초를 먹인 결과였다. 계비 조씨가 임신한 상황에서, 세자 이창이 아닌 반드시 태어나야 할 조학주의 손자가 세자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왕은 죽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씨 위에 조씨 있다'는 말처럼 조선을 송두리째 점령하다시피 한 해원 조씨 수장 조학주의 계략, 힘없이 허울 뿐인 세자 자리에 있다가 계비 조씨의 아들이 태어나면 역적으로 몰려 죽을 운명인 이창의 모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먹고 괴물이 되어 오직 먹는 것만 탐하게 된 백성들의 무서움과 나약함과 슬픔. 이창은 나라를 되찾을 수 있을지, 조학주는 나라를 빼앗을 수 있을지, 그 사이에서 백성들의 운명은?


지금 바로 여기를 향하는, <킹덤>의 사회정치적 메시지


드라마 <킹덤> 시즌 1의 한 장면. ⓒ넷플릭스



<킹덤>은 과거의 실제적 이야기를 과거의 배경으로 보여주며 현재의 실제적 이야기를 알레고리화하여 배치함으로써 여러 이야깃거리와 볼 거리 그리고 해석까지 가능하게 만든 수작이다. 비록 시즌 1로써 보여줄 수 있는 한계들, 이를 테면 시즌 2를 위한 사전 소개와 복선 정도로 그친 점과 아직 확고하게 갈피와 방향을 정하지 못한 듯한 연기들이 문제점으로 암약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비록 양란을 거치며 무능을 만천하에 떨친 왕가에 반(反)해 강력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명백히 조선이라는 나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왕과 세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해원 조씨는 지난 정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들었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연상케 하고, 양란을 거치며 굶주림에 죽은 사람까지 먹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백성 민초들의 모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네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김은희 작가 특유의 서스펜스가 '좀비물'이라는 소재를 만나 완벽에 가깝게 구현되는 가운데, 역시 그녀 특유의 처절하게 암담한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여주어 더욱 부각시켜 놓은 다음 인정사정 없이 강펀치를 날려 통쾌함 정도는 주고는 소소하게나마 변하는 와중에 변함없는 지금을 보여주는 씁쓸함 남는 전개 방식 또한 100% 구현되었다. <킹덤>의 사회정치적 메시지는 지금 바로 여기를 향한다. 


이 드라마에서의 좀비가,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그 어떤 좀비보다도 처절하게 다가오고 슬프게조차 느껴지는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좀비물에서든 좀비는 타자가 아닌 타자화된 자아지만 그래서 좀비를 대할 때 개인적 대상화로 인한 슬픔과 절망을 느끼지만, <킹덤>에서 좀비를 대할 때는 그 결이 다르다. 좀비의 시작은 왕이지만 왕을 그렇게 만든 건 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고, 그 절망적 수혜자는 왕족이나 귀족이 아닌 헐벗고 굶주린 민초인 것이다. 완벽히 타자화된 자아이자만, 개인적 아닌 집단사회적 대상화이다. 


'킹덤', 그들은 주체가 아닌 객체에 불과하다


제목은 왜 '킹덤(kingdom)'일까. 특정한 사람이 절대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왕국 말이다. 왕국에서 '왕'은 스스로에겐 영원불변의 절대적 주체일 것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권력. 하지만 일반 백성에겐 아이러니하게도 객체에 불과하다. 그들에겐 왕은 왕일 뿐, 이씨의 누구이건 조씨의 누구이건 사실 큰 상관도 관심도 없다. 그저 나라를 잘 다스리길 바랄 뿐, 그래서 굶주리거나 목숨에 위협이 가지 않길 원할 뿐.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킹덤도 주체 아닌 객체일 것이다. 왕국이기 때문에 절대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건 당연할 일, 하지만 그 지위를 이용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자신들의 위신만 챙기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그건 한갖 객체로서의 왕국이, 왕이, 왕족이, 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부 권력 투쟁이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해서, 그것으로 인해 외부가 피해를 봐선 안 되는 것이다. 백성들이 굶주리는 킹덤은 더 이상 킹덤이 아니라고 해도 지극히 맞는 말이 된다. 


하지만, 좀비=민초의 방정식을 너무 지극히 받아들이고 보여주고 답습하면 그 자체로 이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정치사회적 메시지에 수단으로서만 매몰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 아니, 다분해 보인다. 더군다나 적어도 이 드라마에선 좀비가 주체가 될 요량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좀비가 그저 민초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메타적 객체로 수단화된다면, 민초가 그저 '왕국'에서의 내부 권력 투쟁의 명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정권이 민중 혁명에 의해 물러나고 민중의 목소리를 받든다는 명분으로 이 자리에 오른 현 정권, 적폐청산과 평화와 경제의 삼위일체를 실현하려고 결초보은의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 마당에 여러 목소리들이 들린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주체가 아니다. 객체이다. 왕국 아닌 민주주의 사회에서 100%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혹여 국민의 목소리를 수단 삼아 그저 명분으로 치부해버린다면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킹덤> 시즌 2를 기다리며, 결을 같이 하여 우리가 세운 지금 이 정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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