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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왕가위와 박찬욱을 연상시키는 감각적 중국 영화의 현재 <열대왕사> [신작 영화 리뷰] 1997년 중국, 열대야가 극심한 어느 여름 밤에 에어컨 수리기사 왕쉐밍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차를 몰고 가던 도중 누군가를 친다. 이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그러곤 다시 와서 시신을 유기하는데, 잠도 못 잘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기로 한다. 하지만 겁에 질려 자수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대신 왕쉐밍은 그가 차로 치어 죽인 이의 아내 후이팡에게 사실을 이실직고하는 걸 선택한다. 우연히 후이팡이 남편의 실종 전단지를 붙이는 걸 봤었고 그녀의 집이 어디인지 알아 놨던 것이다. 하지만 왕쉐밍은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후이팡의 주위를 서성일 뿐이다. 에어컨 실외기 냉매를 빼서 찬바람이 안 나오게 하고, 남편 빛으로 협박하러 온 남자들과 싸우기.. 더보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밀실 스릴러! <더 길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로스엔젤레스 경찰 소속 911 전화교환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 베일러, 오늘따라 유독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동료와 상사에게 짜증까지 서슴치 않으니,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기자가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걸 보니, 심상치 않다. 다음 날 있을 예정인 공판이 자못 심각한 일인 것 같다. 늦은 밤인데도, 별거 중인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기도 한다. 전화교환원답게 이런저런 전화를 계속해서 받는 조, 대부분 실 없고 맥 없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신고들이다. 그런 와중, 어느 여자에게 전화를 받는다. 에밀리라는 이름의 그녀는 "안녕, 아가"라는 말을 시작으로 횡설수설하는 듯하지만, 조는 곧 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 더보기
역대급 10대 마약왕의 기묘한 이야기 <샤이니_플레이크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얼마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시즌 3이 공개되었다. 수없이 많은 드라마 시리즈가 명멸하는 넷플릭스에서 당당하게 시즌 3까지 만들어져 공개되었다면, 자타공인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다. 등으로 심심찮게 눈에 띄었던 '독일 드라마'의 또 다른 성공 신화로 말이다. 그런데, 제목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이 드라마는 익히 알려져 있듯 오래지 않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사고 파는 게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었던 것이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2015년 2월, 인터넷 사이트 '샤이니 플레이크스'를 운영했던 막시밀리안 슈미트가 전격 체포되었다. 그의 나이 불과 19살이었다. 그는 이른바 '마약왕'이었다. 기가 막힌 부분들이 널려.. 더보기
덴마크산 독특한 현대적 스릴러 영화 <더 길티> [리뷰] 긴급 신고 센터 112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 분), 그는 본래 경찰으로 재판 중인 사건 때문에 경질되어 이곳에 있다. 내일 재판을 잘 받으면 무리없이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건에 대한 재판인지 아스게르는 퇴근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그는 이런저런 '별 볼 일 없는' 긴급 전화를 받고 있다. 와중에, 어떤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아가"라고 말을 건넨다. 흔하디흔한 장난전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대화의 양상은, 곧 그녀가 납치 상태에 있다는 걸 알아치린 후에도 바뀌진 않지만 긴박하게 흘러간다. 이후 아스게르는 이벤이라고 알린 납치된 여인을 두고, 다른 지역의 긴급 신고 센터 교환대와 동료 경찰과 이벤의 딸, 이벤의 .. 더보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보이자, 공유하고 공감하자 <감정 시대> [서평] 요즘 어떠냐고 묻는 말에 '괜찮아' 정도의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듣기도 매우 어렵다. 난 대체로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가족끼리 종종 진지한 자리를 가지는 자리에서도 그런 대답을 자주한다. 문제는,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데 있다. 그저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가 왜 불안할까. 비단 나뿐만 그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걸까. '불안'말고 다른 느낌이나 감정은? 역시 부정적일까, 혹은 긍정적일까.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정시대'라는 주제로 지금 한국 사회를 떠도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윌북)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대략 6개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미래에 대한 .. 더보기
전염병에 대처하는 치명적인 자세 <네메시스> [서평]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4년 미국 뉴저지의 뉴어크 지역, 폴리오 바이러스가 발병한다. 이 치명적인 전염병은 주로 열여섯 이하의 아이들에게 걸리며, 마비로 인해 기형적인 불구자가 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백신이 없는 상태였기에 발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염된 사람에게 가까이 있기만 해도 옮을 수 있었기에 쉽지 않았다. 동네는 불안에 사로잡혔고 평화는 깨졌다. 아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도시를 벗어나 산이나 시골의 여름 캠프에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르스 사태와 흡사한 라인을 가진 이 이야기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의 초반부이다. '네메시스'라 하면 '보복'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보복의 여신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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