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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인생 철학을 담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첫사랑 로맨스 [신작 영화 리뷰] 살다 보면 사소한 일이 불씨가 되어 거대한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를 목격한다. 가해 또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억울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는데' '애초에 그러지 않았으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인생인 것 같다. 태국 10대 로맨스 영화 가 이 인생의 진리 아닌 진리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쌍둥이 '유'와 '미'가 허구한 날 했던 사소한 장난으로 첫사랑이 시작되었고 엇갈리더니 다른 일과 얽히고설켜 파국으로까지 치닫으려 했다. 하염없이 달달하고 싱그럽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인생, 나아가 존재의 철학까지 담고 있다. 태국 영화 하면 공포와 스릴러 그리고 퀴어 등의 장르에.. 더보기
기예르모 델 토로가 선사하는 역대급 피노키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월트 디즈니의 1940년작 장편 애니메이션 로 잘 알려져 있는 ‘피노키오’는 일찍이 1883년 이탈리아 소설가 카를로 콜로디가 지은 소설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를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추앙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오랫동안 ‘피노키오’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수없이 리메이크되며 최고의 찬사와 최악의 평가를 오갔다. 그러던 2022년 ‘피노키오’는 지치지도 않고 또다시 리메이크되는데, 하나는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로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앞엣것은 저물어 가는 거장 로버트 저메스키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톰 행크스, 조셉 고든 레빗 등과 함께 .. 더보기
극장의 만남과 존재와 추억에 대해, 영화 <너와 극장에서> [리뷰]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아니, 사실 잘 가지 않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내가 진짜 보고 싶은 영화,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좋은 영화는 극장에 잘 걸리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곳의 원하는 시간에 말이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발품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몇 번 그렇게 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그곳엔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이나 벅참이 없었다. 극장엔 설렘이나 벅참을 동반한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오감만족하게 보여주는 곳이니까. 무엇보다 그곳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다. 공기에 퍼지는 공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난 극장을 잘 가지 않는다. 멀티플렉스는 더 이상 .. 더보기
화끈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월요일이 사라졌다> [리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수많은 위기를 초래하는 식량 부족,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일련의 상황을 인류 역사의 엄청난 위기라고 판단한 정부는 '산아제한법'이라 불리는 '1인 1자녀' 정책을 시행한다. 정부는 모든 이를 통제 하에 둔 후 허가받지 않고 잉태한 아이들을 강제로 냉동수면장치에 유치시킨다. 테렌스 셋맨(윌렘 데포 분)에게 일곱 쌍둥이 손녀들이 생긴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 살아가서는 안 될 운명을 거슬러 그들은 테렌스의 명에 의해 밖에서는 엄마의 이름인 '카렌 셋맨'(누미 라파스 분)으로 살아가고 집안에서는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로 각각 살아간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요일에만 외출할 .. 더보기
아름답게 보여주는 나의 이야기, 현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 <목소리의 형태> [리뷰] 일본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대하고 집요하다.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우주 서사시 시리즈나 일관되게 자연과 인간의 대결과 화해의 주제를 내놓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들, 거기에 를 필두로 하는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의 철학으로의 집요한 접근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일본 애니메는 미국 그래픽 노블이 선보이는 '작화보다 텍스트'를 추구하진 않는다. 대단히 철학적인 주제로 나아가는 만큼 일본이 자랑하는 극도의 비현실적 '예쁜' 작화와 대중적인 소재를 채택한다. 자칫 조화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부터 그토록 상반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기에 정립이 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린 올해 초에 그 한 정점을 보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다. 예쁘기 그지 없는 작화.. 더보기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간단히 톺아보기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줌의 평온과 한 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당했다. 동냥 주는 것을 거절하는 이가 동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 주머니 단추를 풀기 귀찮아서 그러듯이. 결국 내가 원한 것들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적막한 내 방에서 홀로 서글픈 심정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정말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목소리가 혹시라도 수많은 목소리들의 본질, 수많은 삶들이 열망하는 자기표현, 그리고 일상에 매인 운명, 부질없는 꿈과 가능성 없는 희망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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