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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파격의 거장 프랑수아 오종의 전환점 <프란츠> [리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가 낳은 작금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갓 20살이 넘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했지만 2002년 에 이르러 그 이름을 알렸다. 그 이전까지 그의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적이 없고, 그 이후로 그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사례만 보아도 어림직잠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뛰어 오른 건 아니고, 1990년대부터 비평계에 그 이름을 드높여 왔다. 그는 매 작품마다 파격적 소재를 기본 장착하고 개성있는 상상력과 풍자를 선사했다. 비평가들이 좋아마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종을 상징하는 건 섹슈얼리티 기반의 욕망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의 작품 이 당대를 대표할 만한 섹슈얼 미스터리라는 점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이 먼저.. 더보기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을 향한 드넓고 깊은 인간의 죄... <동물들의 인간 심판> [서평] 어렸을 때 집에는 놀 만한 게 없었다. 엄마가 직접 나와 저녁 먹으라고 부르실 때까지 밖에서 놀았다. 친구들과 놀 건 정말 많았는데, 우리집에서 조금만 가면 얕은 산을 낀 공원이 있어 그곳에 자주 갔다. 그러곤 매미, 잠자리, 사마귀, 메뚜기, 개미 등의 곤충을 잡았고, 잡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저 죽어가는 곤충이 있는 반면 잡아 괴롭히는 데 온 정성을 쏟는 곤충이 있었다. 그 행위는 우리들에겐 흔한 놀이였고, 어른들에겐 자연 학습이었다. 그때보다 훨씬 자연과 덜 친숙한 지금, 모르긴 몰라도 그런 경향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그건 그 무엇보다 학습적인 놀이이다. 물론 그 곤충의 입장에서 생각할 이유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러나, 그 곤충은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 더보기
살아남는 게 이기는, 비인간적인 전쟁의 한 가운데 <덩케르크> [리뷰] 크리스토퍼 놀란의 크리스토퍼 놀란은 작가주의 감독이 아니다. 분명 그의 영화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명명백백하게 담겨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영화를 만드는 이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맞춰져 있는 듯하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이 중 하나로서, 놀란은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에는, 특히 그가 단독으로 각본을 맡은 영화들은 사실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 대신 그 빈자리를 제대로 된 영화적 감각으로 채워 모자람이 없게 한다. 배경, 촬영, 음악, 음향, 편집, 캐릭터, 상황 등 영화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 않은가. 놀란은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반드시 무엇 하나를 던진다. 절대 장황하지.. 더보기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이전의 최초 사회파 소설 <점과 선> [지나간 책 다시읽기] 마쓰모토 세이초의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추리소설가가 아닌)들이다.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독자도 이들의 소설 한 편쯤은 접해봤음직하다. 30여 년 동안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더욱 대단한 건 장르 작가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거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장르 소설을 제외한 소설이 거의 죽다시피 한 일본 소설계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장르 소설을 엄연히 소설의 주류로 받아들이는 일본 소설계의 넓은 아량(?)을 엿볼 수 있겠다고도 하겠다. 이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우리는 이들을 '사회파 소설가'라 칭한다. 추리를 위한 추리, 미스터리를 위한 미스터리가 아닌, 사회 구조를 테마로 하되 그 .. 더보기
공기인형은 인간이 되고, 인간 속 빈 인형이 된다 <공기인형> [오래된 리뷰] 뭘 잘 몰랐던 시절, 즉 영화에 대한 지식이 짧았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나름 이해는 가는 이유 때문에 좋은 영화를 '쓰레기' 취급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건 뭘 좀 안다는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갖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안목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2009년에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이 나한텐 그런 케이스 중 하나이다. 당시에는 당연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아예 몰랐었고,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좋은 영화만을 진짜 좋은 영화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 '전형적'에는 '야하지 않은' 영화가 속해 있었다. 이 영화는 상당히 특이한 형식에 과감한 노출신이 꽤 나온다. 당시 나의 기준에서 탈락이었다. 불과 7년 .. 더보기
위대한 영화가 그리는 위대한 성취와 위대한 인간 <헤드윅> [오래된 리뷰] 오래된 숙원 사업이 하나 있다. 영화 을 소개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거니와 영화를 볼 때마다 또 다른 것들이 나를 덮쳐와 벅찬 면도 있었다. 소설 가 이 영화와 더불어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적이 있는데 풀어 냈고, 이제 만 남았다. 기억에 처음 본 게 대학생 때였으니 2004년 쯤이었던 것 같다. '영화와 철학' 비슷한 제목의 교양 과목에서 '젠더' 주제의 타이틀이었다. 그때는 정녕 '충격'으로만 다가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던 것 같다. 두 번째가 2008년 쯤이었다. 이 영화를 극히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봤는데, '아련'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세 번째가 3년 전쯤이었다. 혼자 봤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구나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에 네.. 더보기
인간과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개념 사랑 <그녀> [오래된 리뷰]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 100여 년을 주기로 일어난 산업혁명이 4차 때는 50년 만에 찾아왔다. '알파고'는 그 상징 중에 하나가 되었는데, 단순히 인간의 능력을 앞서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이전에 인간이 인간을 대체해왔다. 참으로 많은 분야에서 인간이 인간을 대신해 왔는데, '대리사회' '대체시대'라고 명명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은 각각의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감정도 대신해주는 것이다. 이 시대가, 이 사회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대체불가 로맨스 영화 는 여자 인공지능과 사랑에.. 더보기
방법과 방향이 틀린 나치독일 잔해 제거 임무 <랜드 오브 마인> [리뷰] 영화 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만큼, 전쟁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다. 정확히는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영화겠다. 거기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세상살이의 도식이 존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피해자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만 양산하는 전쟁 따위를 왜 해야 하는가. 수많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가 미국, 영국, 소련의 손에 만들어졌다. 승전국이자,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패전국이자 가해자인 독일, 일본 입장에서도 만들어졌다. 가해를 정당화하거나 반대로 가해 사실을 공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일본은 종종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여 비난 받아왔다. 많은 경우, 진정한 가해자의 손에 피해를 입은 자국민들이나 성숙하기 전에 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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