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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살아생전 영국의 자랑, 죽은 후엔 영국의 수치 <지미 새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미 새빌'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들어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름이겠지만, 영국에선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다시피 했거니와 권력층의 핵심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영국 미디어의 간판 BBC의 아이콘이었기에 모든 영국인의 추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테다. 유명세를 이용해 자선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기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1990년에는 기사 작위도 받았는데, 당시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대처 총리가 강력하게 밀었다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그는 왕실하고도 깊이 있게 친분을 유지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와는 매우 친했고 찰스 왕세자와는 국정을 논하는 정도였다. 지미 새빌은 단순히 국민 MC 정도가 아니었고 .. 더보기
추리소설로 당대를 들여다보는 탁월한 역사서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신작 도서 리뷰] 추리 소설을 잘은 모르더라도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은 들어 봤을 테고, 추리 소설을 즐겨 읽지 않더라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한 권쯤 접해 봤을 테다. 등을 말이다. 물론, '셜록 홈스'의 아서 코난 도일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면 반박하기 쉽진 않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의 No.1 추리 소설 작가는 그녀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66권의 장편소설과 14권의 단편집과 19권의 희곡까지 100여 권의 책을 출판했고 2017년엔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2018년엔 역사상 가장 많은 소설을 판 작가로 올랐다. 제 아무리 추리 소설이 '재미'가 최우선이라고 해도 세상과 인간 본연에 대한 '통찰'이 없다면 이만큼 많이 팔릴 수 없었을 것이다. 추리 소설을.. 더보기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크셔 리퍼' 이야기의 기막힌 이면 <더 리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지난해 11월 13일 영국에서 소식이 날라왔다. 일명 '요크셔 리퍼'라고 불렸던 피터 서트클리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거부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이미 심근경색과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요크셔 리퍼는 영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범으로 손꼽히며, 19세기 전설의 살인마 '잭 더 리퍼'에서 이름을 따올 정도의 악명을 떨쳤다. 1970년대 영국 북부의 웨스트요크셔, 한때 부유했던 그곳은 외부 산업의 유입으로 급속한 쇠퇴를 거듭해 몰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 1975년 10월 끔찍한 범죄 사건이 일어난다. 28살의 이혼여성으로 네 아이를 키우고 있던 '윌마 매캔'이 불과 집에서 140m 떨어진 곳에서 살해당한 것이었다. .. 더보기
'정보', '치열', '참혹'의 세 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본 제2차 세계대전 10대 사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39년 9월 1일, 나치독일이 전격적으로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하지만, 훨씬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1921년 일찌감치 나치당 당수가 된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엔 독일국(바이마르 공화국) 총리에 오르고 이듬해엔 대통령에 오름과 동시에 나치 독일(제3제국) 총통이 되었다. 즉, 외견상으론 여전히 독일국이었지만 실상 나치 독일이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과도한 제1차 세계대전 보상금과 세계 대공황 등을 미끼로 시름에 빠진 독일인들을 한대 모을 계획을 세운다. 1936년 히틀러는 라인란트 재무장을 실시하는데,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 프랑스와 벨기에가 더 이상 국경의 안전 보장을 확립할 수 없게 되었다. 힘을 얻는 나치 독일은, 1938년엔 오스트리아를 1.. 더보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있기까지, 35년 전의 <모리스> [모모 큐레이터'S PICK] 지난해 전 세계를 사랑의 물결로 물들였던 영화 (이하, '콜바넴'), 주인공으로 분한 티모시 샬라메를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만들어주었지만 영화계의 시선은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원작 소설 을 훌륭하게 각색한 제임스 아이보리에게 말이다. 그는, 1928년생으로 90세의 연세로 감각적이고 섬세한 영화를 내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누구인가. 1960년대 초에 장편 연출로 데뷔해 많은 걸작 소설을 원작으로 걸작 영화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문호 E. M. 포스터의 걸작들을 다수 영화로 옮겼는데, 가 그것이다. 문학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있어 자타공인 최고의 제임스 아이보리이기에, 하나같이 원작 못지 않은 걸작 영화로 정평이 나 있다. .. 더보기
의사가 된 하층민 패러데이가 다시 찾아간 그곳은... <리틀 스트레인저> [넷플릭스 리뷰]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해 극장개봉으로 이어지지 않는 괜찮은 외국 영화들이 종종 있다. 그중 팬들의 성원으로 몇 년만에 들여오는 경우가 있는데, 등이 최근 지각 개봉한 작품들이다. 한편, 넷플릭스가 시작되고 나서는 지각 '극장' 개봉이 아닌 지각 '넷플릭스' 서비스되는 경우가 생겼다. 등이 대표적이다. 도 그중 하나다. 작년 후반기에 북미에서 개봉했지만 처참한 흥행 실패 때문인지 국내에 극장개봉하지 못했고, 얼마전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소설 로 유명한 사라 워터스의 동명 2009년작을 원작으로, 와 으로 이름을 드높인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한껏 높였다. 영화는 드라마로 시작해 미스터리 스릴러를 지나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다. 그 중심엔 '의사 패러데이'.. 더보기
이보다 사랑스럽고 필요하고 바람직한 리더가 있을까 <패딩턴 2> [오래된 리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은 영화에도 통한다. 수많은 영화들이 여러 면에서 여러 종류의 성공을 거두곤 여지 없이 속편 작업에 착수해 잊어버릴만 할 때 내놓는다. 하지만 개중에 많은 것들이 '왜 만들었냐'는 말을 듣는다. 그럼에도 속편을 내놓는 건 돈 때문이다. 물론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로 못 이기는 척 내놓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욕을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편의 확실한 성공의 후광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게 불 보듯 뻔하기에 그러는 것이다. 여기, 위대한 속편들이 있다. 위대한 속편이 있으려면 위대한 오리지널도 있어야 하는 바, 오리지널도 괜찮지만 속편이 더 괜찮은 영화들이다. . 챙겨보니 많지 않다. 형만 한 아우가 되기란 그만큼 어렵다. 영국 영화 에 '위대'를 붙이.. 더보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당신 얼굴을 질투해본 적 있나요?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오스카 와일드의 연예인에 열광하고 연예인을 동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무엇, 즉 선천적인 타고난 끼와 외모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소녀시대를 향한 삼촌팬들의 마음은 어떨까. 또한 조인성을 바라보는 젊은 여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런 마음 속에는 젊음에 대한 환상과 이상적인 대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함으로써 계층적 대리만족을 느낀다. 여기에는 일종의 쾌락주의도 가미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쾌락주의보다는 금욕주의에 가까운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오래된 전통 문화에서 기인한 바 강력한 여론의 힘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쾌락주의에도 육체적·정신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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