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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의 공간, 하나의 세계, 하나의 우주를 둘러보는 것 <인 디 아일> [리뷰] 난 '마트'와 인연이 깊다. 아빠와 엄마가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해 10대를 온전히 보냈고, 20대 중반에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 현지 대형 마트에서 야간 청소를 해봤고 이후 한인 마트에서 반 년 이상 일했으며, 20대 후반에는 편의점에서 주말 야간 알바로 일 년을 일했다. 누구보다 마트를 잘 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마트의 앞뒤상하좌우를 왠만큼 안다고 할 순 있을 것 같다. 매장과 창고를 오갔고 돈이 오고 가는 것도 관리했으고 마트의 시작과 끝을 지켰으며 닫고 열 때까지의 시간도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니 수많은 사건들이 생기고 수많은 사연이 있는 그곳 마트, 생각 외로 고객들 간의 또는 직원과 고객 간의 일보다 직원들 간의 일과 사연이 많다. 그곳, 그들, 그일을 들여다보는 건 .. 더보기
사랑과 생존에의 치열하고 특별한 모습들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리뷰] 사랑을 표현할 때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글자 그대로 사랑을 하면 능력이 뛰어나지고 훌륭해지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 우리 인류가 지금에 이르게 된 결정적 이유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쪽으로 가게 된다면 갈 수 있다면 그 가장 큰 이유가 다름 아닌 사랑 덕분일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사람이 여기 있다. 그(그녀)는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다. 그럴 땐 '혼자'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내가 함께 하는 우리가 아닌 우리에 속한 내가 되는 것이다. 반면 사랑을 하게 되면 전혀 다른 우리가 된다. 사랑을 할 때 혼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육체적으로 혼.. 더보기
조각난 관계들을 포옹으로 형성시켜라, 영화 <오 루시!> [리뷰] 일본 도쿄,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중년 여성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 분)는 조카 미카(쿠츠나 시오리 분)의 부탁으로 영어 회화 교실을 다니게 된다. 일단 무료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길, 수상하기 짝이 없는 학원 내부의 한 교실로 안내된 세츠코는 그곳에서 선생님 존(조쉬 하트넷 분)을 만난다. 그는 미국식 영어를 알려주겠다고 하며 별 거 없는 영어와 함께 과장된 몸짓과 포옹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녀는 루시(lucy)라는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금발머리 가발과 함께. 가발을 돌려주러 갔을 때 다케시(야쿠쇼 코지 분) 즉, 톰을 만난다. 존에게 영어를 배우러 온 그였다. 루시는 그때 존과 깊은 포옹을 하고 남다른 기분을 느낀다. 사랑? 정식으로 등록하러 갔을 때 존은 떠나고 없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 더보기
응원하게 되는 사랑스럽고 위대한 걸음걸음, 영화 <스탠바이, 웬디> [리뷰]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베이 에리어 장애인 센터, 그곳을 책임지는 스코티(토니 콜렛 분)는 모든 친구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자폐증세가 심한 웬디(다코타 패딩 분)도 그중 한 명인데, 그녀는 정해진 시간마다 요일마다 장소마다 정확히 해야 할 일만 정해놓고 생활한다. 웬디는 언니 오드리의 집으로 들어가 조카 루비를 보는 꿈과 함께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하는 꿈을 갖고 있다. 감정조절이 자유롭지 않은 웬디가 과연 아이를 잘 볼 수 있을지, 스코티는 그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오드리는 솔직히 두렵다. 오드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웬디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그녀와 함께 살 순 없는 것이다. 한편 웬디는 스타트렉 광팬으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평한다. 그녀는 진정한 팬들만 한다는 창작활동도 하고 있다.. 더보기
북한소설 <벗>을 소개합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북한소설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선언은 대한민국이, 아니 한반도가 65년만에 진정한 평화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도 바라마지 않을 한반도 평화를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염원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먼저 해야 할 건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게 아닐까요. '먼나라 이웃나라'는 아주 유명한 학습만화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웃해 있는 나라가 오히려 가장 먼 나라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의 명구이기도 합니다. 우린 일본, 중국, 러시아와 굉장히 가깝지만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 인종, 문화, 역사를 가졌기에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요.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 동안 한 민족.. 더보기
'인간 대 인간'이라는 사랑의 본질을 말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오래된 리뷰] 1983년 여름의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서인우(이병헌 분)의 우산 속으로 젊은 여인이 달려 들어온다. 첫눈에 반한 게 분명한 인우는 왼쪽 어깨가 젖어가는 줄도 모른 채 멍한 표정이다. 그렇게 헤어지고는 매일 같이 그 자리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인우다. 다시 한 번 어느 날, 학교 교정에서 그녀를 발견한다. 국문학과 서인우와 조소과 안태희(이은주 분)의 만남이 시작된다. 급속도로 친해져 사귀게 된 그들, 여타 커플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우가 군대를 가게 되었을 때 태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다. 17년이 지나 인우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가정을 꾸리고 딸까지 있는 그인데, 태희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보기
여성 식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로 본 과학, 인간, 사랑 <랩 걸> [서평] '과학책'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본래 과학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인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과학을 다룬 책이라면 역시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누군가가 대중화에 앞장섰다.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이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면, 올리버 색스 등은 의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세 명이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에 와서는, 알파고의 출현이나 4차 산업 혁명의 도래 등의 트렌드에 맞춰 과학의 대중화가 상당히 진척된 느낌이다. 그 총체적 접근법은 역시 책이다. '과학책' 말이다. 과학 자체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소개하기도 하고, 과학자를 색다르게 대중에게 소개하기도 하며, 때론 그저 과학자가 썼을 뿐 과학.. 더보기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사랑과 연대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다. 그는 명성에 비해 많은 영화를 연출하진 않았는데, 대표작 등으로 그만의 공고한 판타지적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밀접하게 또는 현실의 이면을 그려내어 비평적으로 많은 찬사와 함께 대중적으로는 마니아층을 공고히 했다. 그는 2008년 이후 5년 여 동안 연출이 아닌 주로 제작에 전념했는데, 이후 시리즈의 각본을 책임지고는 다시 연출에 살짝 발을 담군 모양새다. 굳이 언급하지 않고 필모만 훑어도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은, 이번에 작심하고 제작 원안, 각본 연출을 모두 섭렵한 으로 다시 한 번 만개했다. 는 제7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 제75회 글든글러브 2..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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