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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여성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때 <나나> [신작 영화 리뷰] 동남아시아 지역의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그나마 태국이 장르에 특화된 영화를 앞세워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여타 나라들의 영화는 접하기가 여의치 않다. OTT나 영화제 등으로 제3세계 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와중에 인도네시아 영화는 10여 년 전의 정도밖에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다큐멘터리로 잘못 알고 있는 유럽 다큐멘터리 이 가장 유명한 실정이다. 2011년 데뷔한 카밀라 안디니 감독은 꾸준히 영화를 만들며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섭렵한 몇 안 되는 인도네시아 영화 감독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된 적은 없지만 매번 부산국제영화제로 국내 영화팬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4번째 작품 가 국내에서 정식 개봉에 .. 더보기
'나의 스무 살'에 성적을 매겨 본다면 <성적표의 김민영> [신작 영화 리뷰] 수능 100일 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자 김민영과 유정희가 함께 쓰는 기숙사 방에 모여 자못 엄숙히 클럽 해체를 선언하는 비공식 삼행시 클럽의 세 멤버, 김민영과 최수산나 그리고 유정희.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삼행시 클럽 해체를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는 수능 백 일을 앞두고 학생과 자식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우리의 창작욕을 잠시 재워 두려 합니다." 민영은 대구대학교에 입학해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고 수산나는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면 정희만은 청주에 그대로 남아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테니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서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삼행시 클럽 모임은 온라인으로 계속 가지고자 하는데 여의치 않다. 민영은 삼행시를 대충하는 것도 모자라.. 더보기
20여 년만에 찾아온 대만 청춘영화의 진정한 시작 <남색대문> [신작 영화 리뷰] 전 세계 영화계, 그중에서도 아시아를 한정해 보면 인도 그리고 한중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 최고의 영화 산업 메카를 형성하고 있는 발리우드의 인도와 각각의 뚜렷한 색채로 나름의 영화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중일 말이다. 거목들 사이에서 그래도 두 나라는 빼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만과 태국, 각각 청춘과 로맨스를 위시한 드라마 그리고 공포와 스릴러를 위시한 장르가 두각을 나타내 왔고 나타내고 있다. 태국도 태국이지만 대만 영화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친숙하다. 허우샤오시엔, 차이밍량, 에드워드 양처럼 대만을 넘어 세계를 호령한 예술영화 감독들이 있(었)고 2000년대 들어 청춘과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뤄 한국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대인.. 더보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대만 미래의 어느 날, 중년의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자못 야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지른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충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아내와 붙어 먹은 놈, 과거 아내와 붙어 먹은 놈을 제거하고자 한다. 아내는? 한편, 장은 딸아이도 만난다. 그녀는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아내 아닌 사랑했던 .. 더보기
도망치더라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무진기행>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주인공 윤회중은 서울의 복잡한 일을 피해 고향 '무진'을 찾는다. 배경 좋고 돈 많은 부인과 제약회사 사장인 장인, 그 회사에서 전무 승진을 위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귀찮고 복잡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피해서였다. 속물 근성이 판을 치는 속세를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러 왔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무진은 윤회중이 나이가 든 뒤로 몇 차례 찾았던 곳이다.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쳐야 할 때나 새출발이 필요할 때였다. 그렇지만 무진이라고 하면, 윤회중은 어둡던 청년 시절이 생각나곤 했다.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지지만 말이다. 여행으로 전근대와 근대의 대립을 느끼고 성장을 한다 누구나의 고향이 다 그럴까.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나의 고향은 무진과 비슷하다. 30년 가까이 지낸 .. 더보기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물 흘러 가듯 거스를 수 없는 것'에 순응하는 위대함 [리뷰] 여배우는 어디서든 특별한 존재이다. 특별하게 취급을 받는다. 자신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이 그녀를 우러러본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특권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줄 안다. 남자 배우를 '남배우'라고 칭하지 않지만, 여자 배우는 '여배우'라고 칭하지 않는가? 젊고 예쁜 여배우에게 주연은 당연한 거다. 그녀에게 조연을 맡긴다는 건 한 물 갔다는 증표이다. 한 물 갔다는 건 나이가 들어서 아름다움이 퇴색되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 엄마, 시어머니, 할머니, 옆집 아줌마, 보모 등의 조연급으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중년 여배우 대부분이 소싯적에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단지 나이에 밀려서 미모에 밀려서 스포트라이트를 넘긴 것이다. 사실 수많은 주연 여배우들은 나.. 더보기
우리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델리의 삶, <델리> [서평] 쿠쉬완트 싱의 행정사회적인 의미인 도(都: 도읍)와 경제적인 의미인 시(市: 저자) 두 가지 의미가 합쳐져 탄생한 '도시'. 많은 소설가들이 도시를 이야기했다. 서울을 이야기한 정이현의 , 더블린을 이야기한 제임스 조이스의 , 파리를 이야기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 파리와 런던을 이야기한 찰스 디킨스의 등. 거기엔 도시에 대한 사랑, 증오, 애정, 질투 등 그야말로 애증의 모순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어느새 '삭막함'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도시를 어찌 멀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편 세련되고 매력적인 도시를 어찌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시에는 떨쳐내고 싶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쿠쉬완트 싱의 또한 작가의 델리에 대한 애증의 모순적인 감정이 강력하게 드러나.. 더보기
독일이라는 나라, 우리의 롤모델로 적합해 역사를 보는 관점은 각기 다르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어 과거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관점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가 독일의 과거와 현재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편애하게 갈라질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건들에 대해서 말이다. 필자가 어느 한편에 서서 의견을 피력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인거 같고, 더구나 확고한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의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중에서도 분단과 통일과정에 관련해 한국이 가야할 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20세기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계 제1차, 2차 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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