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이즈 러너 시리즈>





십 대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다. 십 대야말로 희망이며 세상을 바꾼다.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 되기 일쑤인 십 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금은 어설프지만 다이내믹한 파워를 분출해 시선을 잡아 끈다. 중량감에서는 조금 달려 보이지만,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등의 뒤를 잇는 틴에이저 파워 콘텐츠라 할 만하다. 은근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영화는 토마스라는 십 대 소년이 영문도 모른 채 '글레이드'란 곳으로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곳엔 토마스와 비슷한 또래의 십 대 소년들이 수십 명 있다. 그들은 이름 외에 아무런 기억이 없이 살아간다. 글레이드 사방엔 어마어마한 높이의 장벽을 자랑하는 미로가 존재하고 그 미로는 매일 변한다. 일명 '러너'들이 매일 아침 문이 열리는 미로 속으로 탐험을 떠나는데, 그곳엔 글리버라는 괴물이 득시글거려 탐험이 결코 쉽지 않다. 자칫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는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토마스는 미로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인다. 그러며 어느 누구보다 그곳에서 나가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 다른 소년들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걸 먼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때문에 그는 죽을 뻔하기도 하고, 수장급 러너인 갤리 등에 의해 매도 당하기도 한다. 그의 너무 큰 호기심이 글레이드의 삶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갤리 등은 글레이드의 삶에 이미 적응이 되었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변화를 매우 두려워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구축해온 것이 소용없어지는 게 싫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이 싫고 그 이후에 적응하는 것 역시 싫기 때문이다. 두렵기도 하지만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분명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 또한 있기 때문일 텐데, 그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바뀐 세상에서 구 세상은 악으로 폄하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만큼 너무 어려운 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갤리 등은 지난 3년 동안 글레이드를 지켜온 건 오직 '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틀리지 않은 말이다. 자신을, 가족을, 집을, 모두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희생을 치르고, 그렇게 얻어낸 필생(必生)의 규칙은 결단코 그들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 토마스는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기어코 미로를 나가고자 한다. 이 둘의 대립, 선택은 정녕 쉽지 않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가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밝혀진다. 태양이 세상을 파괴했다. 모든 게 불타 사라지고 인류는 지하로 내려간다. 더 끔찍한 게 그들을 괴롭혔으니, 플레어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을 일종의 좀비로 만든다. 이에 '위키드'라는 단체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가 태어났는데, 그들의 면역성을 시험에 들게 하고 통과된 이들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글레이드에 보내진 이들이 바로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의 대표들인 것이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이 위키드의 신조이다. 그렇게 그들은 끊임없이 면역이 있는 세대들을 테스트하고 통과한 이들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개발에 이용되는 아이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영원히 있을 것이다. 위키드의 수장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대의적'이라면, 그 대의에 그들은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인가 싶다. 


다수의 의견 때문에 소수의 의견이 깨끗이 무시 당하는 것도 문제 삼아야 할 진데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 당해야 한다니, 어패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신조이다. 그럼에도 이에 관해 완벽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가 행한 그야말로 완벽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제3차 세계 대전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미국의 거대 도시를 송두리째 날려버림으로써 전쟁이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전 세계 태반의 인구를 구한 그 행동을 말이다. 이 딜레마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1편보다 못했던 2편, 3편에 기대를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2편보다 1편에서 훨씬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한 훨씬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는, 성숙하지 않은 십 대들 만의 갇힌 세계가 주는 스릴감이 풍부하다. 나가고자 하는 자와 안주하고자 하는 자의 치열한 정치 싸움이 주는 희열 또한 수준급이다. 다만 액션 영화 치고는 액션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미로 속에서의 액션은, '미로' 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듯하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보여준 미로 액션이 그리웠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콘텐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워킹데드>만의 질감과 분위기가 있는데, <메이즈 러너>가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고립, 깨달음, 죽음, 진격, 실망, 탈출, 도망, 배신, 전쟁 등. 일련의 과정부터 전체적인 색감까지 꼭 빼닮았다. 개인적으로 다른 틴에이저 콘텐츠보다 더 애착이 가고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제까지의 모든 틴에이저 콘텐츠처럼 이 시리즈도 마지막 3탄에 가서는 대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괜찮은 1탄과 별로인 2탄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는 3탄에서 모든 게 끝날 텐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걱정이 된다. 1, 2탄을 봤을 때 이 영화는 액션에서 상당한 단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것들을 많이 취했으니, 3탄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부디 그것이 제작자와 감독의 의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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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금서의 역사>


<금서의 역사> ⓒ시공사

시간을 거슬러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로 가보자. 당시 진나라는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국가 통치 체제의 주된 전략으로 받아들여 우민 정책과 함께 법에 의한 획일적인 사회 통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 대륙에 뿌리내려져 온 유가 학문과 사상은 이 체제를 비판하였다.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반대하고 봉건제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치를 비판하는 일체의 사적인 학문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관련된 모든 책을 불태우게 하였다. 만약 관련 서적을 소장하고도 신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었다. 


또한 불로장생약을 구한다는 방사가 많은 재물을 사취하는 시황제의 부덕을 비난하며 도망을 치자, 시황제는 유생들 수백명을 체포하여 매장해버리기도 하였다. 이후 한나라에서 '협서율(금서 소지를 금하는 법)'을 폐지할 때까지 유가는 크게 위축되었고 자유롭지 못하였다.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학문과 사상을 철저히 탄압하고 금지시킨 대표적 사례인 '분서갱유'. 그럼에도 그 속에서 유가의 학문과 사상 그리고 책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체제 탄압과 금지의 사례는 비교적 현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노벨 문학상을 탄 '가오싱젠'이 있다. 그는 불문과 출신으로, 일찍부터 외국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브레히트, 베케트 등의 영향으로 부조리극에 눈을 뜨게 되어 1인자가 되었다. 때는 문화대혁명 직전이었다. 당연히 그는 정부의 요시찰 인물이었으며, 문화대혁명 당시 가혹한 탄압을 받는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을 놓지 못해 비밀리에 글을 썼다.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그에 대한 탄압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에 가오싱젠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창작욕구를 폭발시켜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글들 대부분이 사회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다시 요시찰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압박이 심해졌다. 더이상 버티지 못한 가오싱젠은 여행을 떠난다는 명목으로 프랑스에 망명 신청을 하였고 결국 망명하게 되었다. 이후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지만, 중국에서는 그의 작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밖에도 금지, 탄압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처럼 금지, 특히 금서의 역사는 깊고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처럼 철저히 이념으로 갈라진 나라의 경우, 그 깊이와 양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도 남을 것이다. 비록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자기검열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금지조치


<금서의 역사>(시공사)는 금지의 역사 중에서도, 금서에 관련된 대표적 사례만을 뽑았다. 고르고 고른 것이겠지만 다루는 책만 해도 자그마치 110여 권에 이른다.(목차에 나온 대표적 책들만 그 정도이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많은 책들이 금지조치 당했다.) 그리고 이 목록의 대부분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들이다. 어떤 책들은 당연히 금지조치를 당했을 거라 예상되고,(<1984>, <로리타>, 

<악마의 시>, <호밀밭의 파수꾼>, <다빈치 코드> 등) 어떤 책은 금지조치를 당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해리포터> 등) 


이를 책의 금지 성향을 나눈 파트만 해도 12가지이다. 그만큼 다양한 이유로 책을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질서 유지, 악의 근절, 정신 지배, 권력과 독재, 음란, 허위와 기만 등.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금지는 '자기검열'이다. 대부분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부끄러움 내지 자격지심이다. 대표적인 예로 프란츠 카프카의 유언 편지가 있다. 그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모든 원고를 읽지 말고 남김 없이 불태워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막스 브로트는 이 유언을 따르지 않고 원고를 책으로 냈고, 오늘날 너무나도 유명한 몇 편을 구해낼 수 있었다. 


한편 전설적인 베스트셀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첼과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레마르크는 카프카와는 완연히 다른 이유로 자기 검열을 시도했다. 흔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첼의 유일무이한 단 한 권의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전에 많은 미출간 소설을 지었는데 출간하지 않았고 모든 원고를 없애버렸다. 이후 애국심에 불타는 여성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만 남긴 것이다. 레마르크의 경우, 성공적인 저널리스트였지만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다. 하지만 그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대중적 베스트셀러 만들기 전략에 의해 기존의 모든 글들을 스스로 폐기하였다. 실로 자기검열은 가장 강력한 금지조치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서도 계속되는 금서의 역사


금서의 역사는 현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세기의 베스트셀러인 <해리 포터>와 <다빈치 코드>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다빈치 코드>의 경우 예견된 사항이고, <해리 포터>는 의외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21세기 미국 최초의 분서 사건의 주인공으로 <해리 포터>를 가리켰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하나님의 성회' 종파의 기독교 신자들이 예배 분서 중에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마법을 예찬한다는 이유로 불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바이다. 


<다빈치 코드>의 분서는 너무도 유명한 얘기인데, 작품 속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둘 사이에 자식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이탈리아 세사노의 지방 정치가 두 사람에게 2006년에 공개적으로 불태워지고 말았다. 또한 2005년에는 터키의 한 지방 정치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모든 서적을 불태워버리라는 지시를 하기도 하였다. 비록 취소되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과 <1984>. 어김없이 금서의 역사에서 한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지금도 한 해에 전세계적으로 30만 권씩 팔린다는 역사적인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성장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인 이 소설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현상'만을 보았다. 주인공 홀든이 음란한 언어를 구사하고 술도 마시고 창녀에게 동정을 잃기도 했다는 걸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은 그들에게 '도덕의 파수꾼'이란 멋진 이름을 붙여주며 조롱하고 있다.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이 미래를 조종한다


책에서는 <1984>가 금지조치를 당했다는 서술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이 어느 나라에서는 분명 금지조치를 당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금지의 역사를 꿰뚫는 말을 남겼다.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래를 조종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진리부'에서 현재 지배하는 정치와 일치하지 않는 과거 문서의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한다. 미래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과거와 현재의 점유에 있다. 즉 원본을 획득하고 해석을 독점해야 한다. 미래는 이제 정해지지 않는 범위가 아니라 단지 논리 정연한 결과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우연적인 미래를 방지한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속에서)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우연히 빅브라더를 비난하는 골드슈타인의 금서를 얻어 읽게 된다. 그로 인해 그동안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니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빅브라더 정부는 과거를 지우고 현재만을 살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반쪽 짜리 진실에 기반한 현재에서. 


우리나라는 국방부에서 모든 책을 검열하고 국가 체제에 반하는 도서들에게 '볼온서적'이라는 낙인을 씌운다. 그러면 시중에 유통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검열을 통해 몇몇 책들에 '19금'의 낙인을 씌운다. 당연히 판매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는 비단 도서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금지로 논란이 되었듯이, 영화계에서도 검열이 시행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금지의 역사는 깊고도 넓다. 


언젠가는 반드시 현재도 과거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든지 지금 금지된 것들은 미래에도 금지의 영역에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이제 TV에서 술과 담배 광고를 보기가 힘들어졌거나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점차적으로 사회에서 그에 관련된 수요가 적어질 것이다. 자연스레 문학작품에서도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꼭 필요할 환경이 있을 것이 아닌가? 미래의 언젠가 우리는 술과 담배가 당연히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다른 무수한 요소들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게임중독법'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천천히 교묘하게 우리의 삶을 옭아매는 금지의 올가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있고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단, 거기에서 살아남아 계속 빛을 발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금지의 역사, 금서의 역사는 곧 투쟁과 생존의 역사이고 존재 발현의 역사이다. 


금서의 역사 - 10점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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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셀러를 돌아보며, 출판계를 걱정한다]스크린셀러(Screenseller)는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의 합성어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원작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이 있는가하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원작이 있다. 원작의 인기와 상관없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원작이 인기를 얻게 된 케이스이다. 엄밀히 말해서 스크린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때와 빌렸을 때의 인기의 차이가 꽤나 크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최근들어 더욱 심해졌다. 이는 영화계의 콘텐츠 갈증 현상과 출판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영화계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스토리 위에서 영상미를 입혀야 하는 영화는, 대중들이 점차 극도의 영상미를 추구함에 따라 기본적 스토리를 등한시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영화만을 위한 각본가는 설 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이런 차에 대중들의 눈썰미가 올라가고 탄탄한 스토리까지 찾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탄탄한 콘텐츠를 찾게 되었다. 대표적인 스토리 콘텐츠인 소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영화계는 이미 90년대 들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소설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범신의 <미지의 흰새>,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원작과 너무나도 똑같은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폭발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태백산맥>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원작 소설과 영화

출판계는 영상과 IT 혁명이 일어나며 콘텐츠의 전통적 강자의 자리를 잃게 되었다. 점점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자, 영상과 IT 혁명의 수해자인 영상 콘텐츠로 눈을 돌린다. 최대 콘텐츠 산업이자 출판계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계였다. 애초에 영화 개봉을 겨냥해 신(Scene) 중심의 소설들이 나오는가 하면, 화려한 영상미를 소설에 장착시키기도 하였다. 이들의 앙상블이 빚는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좋은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의 시너지를 넘어, 베스트셀러가 주는 신뢰와 무지막지한 마케팅의 힘이 고스란히 영화로 옮겨갔고 다시금 거꾸로 소설로 돌아왔다. 또한 원작을 틀어 감독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주거니받거니하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크린셀러의 완벽한 아성을 굳혔다. 이어서 <헝거 게임> 시리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즉, 스크린과 베스트셀러 간의 합작이 아주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왼쪽부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셀러의 힘이 강력하다. 지난 해 박범신의 <은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에 이어서, 올해도 <라이프 오브 파이>(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고령화 가족(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등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들 영화는 본래 소설로 충분히 입증이 된 콘텐츠를 영상화 시킨 것이어서, 몇몇은 흥행 돌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연스레 소설 또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열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이다. <위대한 개츠비>(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가 한국 2013년 5월 16일 개봉에 맞춰, 출판사들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전에 볼 수 없던 대대적인 마케팅이다. 또한 전에 없이 수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재출간하였다. 먼저 거대 출판사 두 곳에서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각각 위대한 개츠비 미니북과 영화포스터 5종 엽서세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영한대역 특별판과 페이크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50% 할인이야 기존에도 수많은 출판사들에서 시행하는 것이지만, 각종 상품 증정 행사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런 대대적 마케팅에 힘입어 국내 주요 서점(yes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에서 10위권 내에서 20위권 내까지 포진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들은 '전략'과 '꼼수'를 쓰기도 하였다. 또 다른 거대 출판사는 영화 개봉에 맞춰 재번역해 애초에 아주 싼 값에 출간하였다. 페이지 수를 살펴보았을 때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값이다. 아무래도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료된다. 다른 출판사는 애초에 실용서로 포진해 출간하였다. 실용서는 정가제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도 해도 무방하다. 출간 즉시 50% 할인 판매를 실시하였다. 또한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2개월 동안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 관련 서적만 거의 30종에 이르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먼저 원작 <위대한 개츠비>가 갖는 '위대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30년대의 '재즈시대', '잃어버린 시대'를 배경으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과 상실을 그려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저없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는다. 기본적으로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만부 이상이 팔린다는 이 소설이 30년만에 리메이크된다니, 출판사에서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여기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작용한 것이리라. 2013년 6월 10일 현재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전 세계 2억 8천 만불, 북미 1억 3천 5백 만불, 한국 14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개봉 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소설 판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스크린셀러'의 일생(?)을 관찰하며 습득한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스크린셀러 열풍에 대한 시선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축소되고 있는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견과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출판의 다양성을 해치고 특정 출판사에 부(副)가 쏠린다는 의견. 솔직히 어느 의견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영화계가 언제까지나 소설에서만 콘텐츠를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이미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활개를 치고 있고 애니매이션 또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얼마 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크게 성공하고 있다. 크게 보면 대부분의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기에 출판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웹툰이 출간되는 것보다 영화로 직행하는 경우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명하다. 앞으로 출판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본다. 


"오마이뉴스" 2013.6.13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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