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리뷰] <가족의 탄생>


데뷔 20년이 다 되어가는 김태용 감독의 귀한(?) 단독 장편 연출작 중 하나 <가족의 탄생>이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2015년을 기준, 1인 가구가 27.2%로 전체 가구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인 가구도 자그마치 26.1%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 경에는 1인 가구가 30% 이상에 육박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는데, 기이하지만 당연한 사회현상이겠다. 


이에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어떻게든 1인 가구 시대로의 진입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관련 대책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저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또는 이미 선행된 '발상의 전환'이 있다.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였다는 것, 더 근본적으로 '가족'의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 


1인 가구는 얼마 전에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인류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존재해왔을 형태다. 그렇지만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적어도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개념의 가족이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른바 '가족의 탄생'이다. 


가족에 대한 고찰


우린 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고찰을 조금 더 밀고 나갈 수 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롯데 엔터테인먼트



1인 가구가 단기간에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다름 아닌 2000년대 초반이다. 아마 그때는 심히 우려가 되었을 것이다. 전통의 4인 가구 체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 와중에 영화 하나가 뚝 떨어졌다. <가족의 탄생>. 가족의 형태에 대한 고찰이 한창이었을 시기, 2006년이다. 


1999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무시무시한 장편 데뷔를 한 김태용 감독이 참으로 오랜만에 상업 장편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후 2010년에 <만추>를 찍은 게 김태용 감독 필로에서 단독 장편 연출의 전부이니, 참으로 귀한(?) 작품이다. 작품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정녕 오랜 고심 끝에 좋은 작품을 내놓은 스타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탕웨이의 남편'으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가족의 탄생>은 제목이 주는 단조로움과 코미디 요소가 섞인 장르가 주는, 자칫 허술하고 별 볼일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매우 심오하다. 시대의 변화를 캐치해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그 변화를 일정 정도 선도하면서 설득까지 하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억지 설득이 아닌, 여러 가족의 형태를 그저 보여주며 자연스레 생각이 바뀌게끔 한다. 


다양한 막장 가족을 들여다본 숨겨진 걸작


이 영화에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온다. 하나 같이 '막장'이라 할 만한데, 영화는 그들도 모두 가족이라 말한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떡볶이 집을 하며 약해보이나 똑부러지게 살아가는 '미라' 앞에 5년 만에 동생 '형철'이 나타난다. 그는 반건달인데, 오갈 데가 없으니 빌붙으려고 찾아온 것 같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족히 20살은 많아 보이는 '무신'이라는 분을 데리고 온 거다. 사랑하는 사이이고 결혼도 했단다. 얼마 안 가 또 다른 충격이 찾아온다.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의 딸이라던가? 이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인지. 형철은 누나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면서 아이를 거둘 것을 강력히 찬성하는데... 과연 이 '가족'의 운명은?


사랑 찾아 이리저리 오갔던 세월이 수십 년인 엄마 '매자' 때문에 인생이 고달픈 '선경'. 더 이상 엄마를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매자는 선경을 계속 찾는다. 선경뿐이랴? 선경의 남자친구도 찾아와선 매자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남자친구 사이에서 아이도 낳은 매자다.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많이 아프다니. 알고 보니 매자의 남자친구는 엄연히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다 큰 자식도 둘이나 있는. 그럼 어린 아이는 어떻게?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두 연인, '경석'과 '채현'. 곧잘 만나는 것 같으면서도 잘 싸운다. 채현이 너무 '헤프다는' 이유로 경석이 채근한다. 경석이 보기엔 채현이 자신만을 사랑하지 않거니와 그 사랑의 범위가 너무 넓다. 누구나 각각의 사랑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둘은 극과극이니만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가족'을 들여다보는 것일 테다.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형태들인 만큼, 얼핏 보면 막장 영화네 하며 지나치기 일쑤이다. 그래서인지 개봉 당시 평단에선 상당한 평가를 받은 반면, 20여 만 명에 불과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망한 거나 다름 없는 수치로, 김태용 감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을 게 분명하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설득되지 않아서 일까? 여하튼, 이 영화는 '숨겨진 걸작'이라 하고 싶다. 배우 공효진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가족의 탄생>을 뽑곤 한다. 


생각지도 못한 가족의 형태


2006년 당시 이 영화의 '실험'은 실패했다. 즉, 영화가 주장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받아들일까? ⓒ롯데 엔터테인먼트



언젠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연히 가족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가족이 뭐지, 가족끼리는 어떻게 해야 해"라는 질문에 어머니께서 대답하셨던 바다. 어머니는 "가족은 천륜으로 만들어진 거야. 가족이라면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가족'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그때는 어머니의 그 말씀이 크게 와 닿았고 가족의 정의로 정립되었다. 가족은 천륜. 


그런데, 머리가 크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 절대적인 정의가 깨졌다. 아마, 지금은 금이 간 정도일 거고 앞으로 언젠가는 완전히 깨질 게 분명하다. '가족은 천륜'이라는, 인류의 오랜 명제가 말이다. <가족의 탄생>에 등장하는 '막장 가족'들은, 분명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족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명제 자체가 틀린 것이라면? 그들은 더이상 막장 가족이 아니라 그냥 '가족'인 것이다. 


3여 년 전쯤 EBS 다큐프라임에서 '가족 쇼크'라는 제목으로 장장 9부작 짜리 다큐가 방영된 적이 있다. 방송 대상 3관왕에 빛나는 역작으로 나중에 책으로도 나왔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쇼크'는 단연 '타인들로 이루어진 가족' 실험이었다. 남녀노소 1인 가구들이 모여 한 가족을 형성한 것이다.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이들이 모여 '가족'이 될 수 있는가? 결론은 '될 수 있다'였다.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천륜으로 이루어진 가족보다 가족 같은 모습을 보였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이런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족의 탄생>이 보여주는 황당한 가족의 형태도 또한 '실험'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름의 확실한 공증이 끝나고 누구든 설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풍만한 상태에서의 실험. 플롯, 연기, 배경 등이 완벽했던 이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건, 시대를 너무 너무 앞서갔기 때문일 테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에 개봉한 <그래, 가족>이란 영화는, <가족의 탄생>의 아류라고 할지언정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모양새를 띠었다. 거기에 한국 최초로 '디즈니'에서 배급을 하면서 기대를 모았는데,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영화가 속절없이 저퀄리티였거나, 아직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이유일 테다. 


부디 <가족의 탄생>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빛을 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했듯, 가족이라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형태도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전환을 만끽할 수도 있겠다. 부디 '가족의 탄생'을 지켜보고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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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인터뷰] <가족 쇼크> 저자 김광호 PD


2014년 말에 아홉 차례에 걸쳐 방영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EBS 다큐프라임-가족쇼크>. 지금의 사회에서 가져야 할 가족의 의미를 긍정적 방향으로 재해석하고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가족의 모습을 고찰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이며, 가족이 주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 다큐멘터리로 '제27회 한국피디대상-교양정보부분 작품상', '2015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사회문화부분 우수상' '제42회 방송대상-사회공익부문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다큐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수단일 터. 책 <가족 쇼크>의 대표 저자이자, <EBS 다큐프라임-가족쇼크>의 책임 프로듀서인 김광호 PD를 인터뷰했다. 1995년에 입사해 20년 째 EBS에 몸을 담고 있는 베테랑 PD. 장학 퀴즈, 어린이 프로그램을 거쳐 2005<60분 부모>를 시작으로 부모와 아이, 가족에 천착했다. 자타공인 부모교육 전문가다. 그와의 인터뷰는 마치 강연을 듣는 듯했다. 확고한 신념이 곳곳에 묻어 났다. 


많은 콘텐츠 중에서 '가족'에 천착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큰아이가 2001년에 태어났어요.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우리 윗세대가 그랬으니까요. 그냥 돈 열심히 버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나를 찾지 않는 거예요. 나는 아이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때 <60분 부모>를 하게 되었어요. 2005년이었죠. 아이도 발달을 하고 아이에게도 속마음이 있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줘야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난다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행복에 대한 실제적인 부분을 알게 된 거예요. 좋은 아빠가 되는 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연히 가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죠. <60분 부모>를 하는 와중에 부모들이 흔히 겪는 오류를 발견했어요. 요즘 부모는 how를 먼저 배워요. 말투를 어떻게 해야지,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지. 저 역시도 <60분 부모> 당시 how에 포커스를 두었지요. 덕분에 아이와는 친해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관계는 금방 좋아졌는데 훈육이 되지 않아요. 이런 나도 이러는데 일반 부모들은 어떨까. 안 되겠다. 이런 것들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마침 다큐 프라임이 생겼어요. 2007년 즈음이에요. 풍속화로 시작했는데, 아이의 심리에 대한 다큐를 하게 되었어요. 문제는 아이가 아니더라고요. 부모가 훨씬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후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아이와 부모, 가족으로 넘어갔죠



다른 가족 콘텐츠에 반해 <가족 쇼크>가 갖는 차별점은?

처음에는 가족 내부에서 부모를 말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가족을 바라보는 지표가, 우리 사회의 지표가, 우리나라의 수준을 집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는 단어잖아요. 가족이라는 단어로 대한민국을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 사회는 가족을 어떻게 존중하고 있지, 어떻게 바라보고 있지, 외국인 노동자 가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생각했어요. 가족이라는 단어로 한정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사람을 대하고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포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족 내부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외부의 시선까지 담아내려 했어요. 그것이 바로 <가족 쇼크>의 가장 커다란 차별점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다른 가족 콘텐츠는 내부로만 천착해 있잖아요.


가족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는데, PD님의 가족은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지요?

저희도 똑같이 싸우고 고민하고 넘어지고 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저희는 고민이 생기거나 넘어졌을 때 조금은 자유롭고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100점이 아니라 80점인데, 80점으로도 만족하는 그런 여유죠. 아이들은 한 번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다음 문제를 주지 않는 존재가 아니에요. 계속해서 아이들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부모들의 입장이지요. 그런 문제들이 생겼을 때 예전 같으면 아노미에 빠졌죠. 그런데 지금은, 물론 저도 화가 날 때도 있고 허둥지둥 할 때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죠. 그리고 그 문제를 풀 때 100점을 맞아야지 하는 게 아니라, 80점이라도 아이가 행복해지는 데 그 정도면 훌륭하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머니께서 예전에 가족은 천륜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면 가족에 있어서 '관계'를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관계예요. 10여 년 동안 가족 관련 프로그램을 하면서 느낀 게 뭐냐 하면요. 가족이 천륜이다’ ‘혈연이다라고 믿게 되면 가족 관계에 본능되물림이 들어와요. 그러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나를 돌아보는 노력과 의식을 하지 않게 돼죠. 그 관계를 본능이 지배하게 됩니다. ‘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내가 아이를 보호해야 돼라고 천륜, 혈연으로 생각하는 게 바로 본능이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에게도 삶이 있어요. 아이의 삶이 한 발 발전하기 위해선 부모가 한 발 물러나는 게 역할이야, 우리가 관계를 전제로 했을 땐 이런 것들을 학습하고 배우는데, 천륜, 혈연이 지배하면 생각할 수 없어요. 관계라는 키워드를 인식하게 되면 노력하고 학습하게 돼요. 반면 천륜과 혈연으로 인식하면 노력과 학습이 아니라 의무와 책임만 있을 뿐이에요. 그러면 불행해지기 쉬워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요.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바뀌거나, '가족'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에는 엄연히 집단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정확한 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존재예요. 비록 1인 가구 형태가 되었더라도 그들은 어떤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고 관계를 맺으려는 욕망이 틀림없이 있다고 봐요. 그러면 1인 시대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가 확대되면 충분히 그걸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1인 가족이라고 했을 때 단순히 한 사람 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계에 대한 욕구까지도 담는 단어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요즘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청춘들의 아픔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가족의 의미가 퇴색할까요?

저의 경우,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아이가 정말 커다란 역할을 했어요. 백지에 가까운 아이 눈에 내가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하면 말이죠. 그런 면에서 아이가 없다면 그런 계기를 갖지 못하니 아쉬움이 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없으면 가족으로서 온전하지 않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1인 가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다만 저한테 아이를 낳는 것과 낳지 않는 것 중 추천을 하라고 하면 한 명이라고 낳아서 기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그건 선택이죠.





결국 공동체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공동체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1인 가족 형태는 생길 수밖에 없고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가족 형태 중에 1인 가족이 가장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죠. 그럼 1인 가족들을 어떻게 해야겠어요? 어떻게 관계를 구축해주고 어떻게 연대해야 할지, 이런 부분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시하고 실험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에게만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옆을 돌아보지 않아요. 1인 가족들의 행복은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대비를 하지 않죠. 1인 가족들이 된 건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구조적 문제를 탓하며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나요?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공동체키워드를 통해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걸 묶을 수 있는 게 바로 관계라고 생각해요.


육아 인터넷 카페 보면, 어마어마하게 활성화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도 일종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동체로서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공동체냐 아니냐가 아니라 폐해가 훨씬 크다는 점이에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경험이 아닌 지식으로 키우는데, 육아 인터넷 카페가 바로 지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봐요. 다른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정보를, 그대로 나의 아이에게 접목 시키려는 거예요. 그런데 그 정보들이 나와 아이 관계를 100% 규정할 수 없거든요.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나와 아이 관계에 맞지 않으면 그건 아닌 거예요. 육아 인터넷 카페가 그런 종류의 폐해를, 경험으로 나와 아이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일정 정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육아 인터넷 카페는 불안을 자극해요. 최대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서로 정보를 교류하며 그 중에 나에게 맞을 것 같은 정보를 취하게 되면 기대치가 생겨요. 내가 이 정보로 100% 아이를 보살펴줄 수 있다는 기대치요. 그런데 실제로 그 아이에게는 다른 조건이 있을 거예요. 그 조건을 무시한 채 한 부분만 취해서 나의 아이에게 적용해보면 맞지 않는 거예요. 맞지 않으면 좌절해요. 좌절하면 불안해지죠.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닌가봐라면서카페는 하되 내 아이에 맞는 방식을, 정보들을, 선별하라는 거예요. 거기에 휘둘리지 말고요. 아이들은 정보나 지식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키우는 거예요.


비 중인 다음 작품이 있는지요? '가족' 나아가 관계행복에 대한 콘텐츠인가요?

이번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정확히는 감정인데요. ‘왜 불안하지?’의 해답을 찾아보려 해요. 가족으로 대한민국을 들여다봤다면, 이번엔 감정으로 대한민국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거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관련 자료가 많지 않더라고요. 올 연말 즈음에 방송으로 나갈 것 같아요. 머리가 복잡합니다. 큰 틀 안에서는 관계와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그것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크기 때문에 계속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다만 관점을 다르게 하는 것 뿐이에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 드립니다.

가족 내부로 보면 좋은 가족이란 뭐지, 내가 지금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의 관계는 어떻지, 앞으로 어떤 부분들을 가족 내부 관계 속에서 고민해야 하지, 이런 관점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보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어 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하나 있다면, 가족 외부의 시선, 가족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수준을 아울러 생각하면 좋겠어요.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을 어떻게 보고 있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지, 이런 관점까지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나를 포함해 우리 구성원들이 이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이런 걸 정리하고 나면 이제 앞으로 어떤 걸 고민해야 할지 보일 것 같아요. 가족 내부와 외부를 같이 고민하면서 이 책을 보면 좋겠어요.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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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족 쇼크>



<가족 쇼크> 표지 ⓒ월북


우리 가족은 일반적이지 않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지 않으시고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일을 해오셨다. 일하는 날짜나 시간,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다. 반면 어머니는 큰 마트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 까지 일주일 내내 일을 하신다. 동생은 외국에 나가 있고, 나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닌다. 


내가 퇴근하면 언제나 아버지는 주무시고 있고 내가 잠자리에 들 때 즈음 어머니가 퇴근하신다. 나는 그 모습을 견디기 힘들다. 가장이라면 제일 힘들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왜 어머니가 제일 힘들 게 일을 하는 거지? 아이러니 한 건, 그럼에도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어온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밤늦게 까지 일을 하다 보니 아버지가 집안일을 어느 정도 도와준다. 밥, 설거지, 빨래 등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 체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져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지만, 이런저런 모습들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난 아버지 다운 아버지를 존경하고 싶고, 어머니 다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다. 잘못된 생각인가?


가족, 혈연보다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이루어진 형태로, 아버지는 돈을 잘 벌어와야 하고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잘하면서 남편을 보필하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며, 아이들은 부모님 말에 순종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모습을 당연한 듯이 봐왔다. 나도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에 대해, 즉 가족에 대해 <가족 쇼크>(윌북)는 혈연이라는 당위보다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역할과 서열이 강조되는 혈연 관계 대신 지금 이 순간 만나는 사람들과 솔직하고 다정하게 함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곧 가족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에 대한 충격적인 선언이다. 어머니가 언젠가 말씀하셨던 '천륜'은 더 이상 가족의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된 것인가. 가족 간에 천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인가. 책은 그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게 무엇일까. 


한국의 부모는 아이들을 주어진 자기 삶을 살아가는 독립된 존재로 보지 않는다. 대신 미래까지 통제할 수 있는 존재, 나아가 자신의 확장된 자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겨나 평생 계속된다. 부모는 부모이고, 자식은 자식이다. 그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권리도 있을 것이다. 


반면 프랑스 부모에게 아이는 가르치고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부담을 안겨주는 존재가 아니다.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는 작고 어린 한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아이가 선택한 것에 응원을 보낼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역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존재인 개인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가족은 그런 개인들의 공동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새로운 관계 성립이 결코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그 나라에 맞는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가족 쇼크>가 가족의 재정립을 말하고 있는 건, 시대의 변화 때문이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에 따라 가족의 개념이나 형태도 변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변화는 변화고 가족의 본질과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본질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변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이 시대 최대 쟁점 중 하나, 1인 가구


1인 가구는 이 시대의 최대 쟁점 중에 하나이다. 당연히 <가족 쇼크>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가족의 해체와 탄생.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1인 가구가 많은데, 그런 경우 고독사 등 상당히 많은 문제가 노출된다. 그렇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고독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1인 가구와는 별개로, 유난히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라는 점이 고독사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가족 내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 느낄 때 그 안에 머물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가장이 그렇다. 사회 내 모든 개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생활 방식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혈연은커녕 일생 한 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을지 실험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모아 8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게 한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의 핵심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실험이자 중요한 한 걸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가족이라 불릴 만한 관계가 되었다. 진짜 어려울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든든한 이웃이 생겼다. 


가족에서 공동체로


기능적 역할이 축소된 가족은 이제 온전히 관계로 남게 된 것이다. 결혼이 사랑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듯이, 가족 역시 권위와 역할이 아니라 정서적 결속감과 사랑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와 나를 타자로 구분하는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가족 실험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일깨웠다. 혈연으로 연결된 구성원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으며 가족이라는 명분을 지키면서 사는 건 더 이상 가족의 삶이 아니다. 가족끼리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살아가야 한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키리위나의 오카이보마 마을엔 약 5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핏줄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되, 소통을 통해 공존한다. <가족 쇼크>에서 말한, 가족이 지향해야 할 공동체로서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 그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며, 함께 생산하고 자유롭게 사랑한다. 모든 일은 함께 의논하며 선함의 순환을 믿는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교육을 함께한다. 가족이 처음 만들어질 때의 기본 가치를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 그들은 혈연을 중심으로 뭉친 배타적인 집단이 아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를 돌보고 돕는 가족이다. 


'가족'은 자연스레 '공동체'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예전과 같은 가족의 형태와 의미를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핏줄'이 아닌 '관계'이다. 한 집에 사는 것 만으로 가족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가족은 이제 서로의 인생을 지지해주는 공동체인 것이다. 새로운 가족은, 역할에만 충실하면서 서로 의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개체성을 인정하며 존중하고 협력하는 공동체이다. 머잖아 새로운 가족이 올 것이다. 나부터 새로운 가족이 될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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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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