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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선악의 경계에 서 있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불편한 심연 [신작 영화 리뷰] 9살 여아 이다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곳의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이다는 언니를 시샘해 몰래 못된 짓을 하기도 하는데, 부모님이 더 어린 자신 말고 언니에게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비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기에 항상 옆에서 보살펴 주며 계속 말을 시키고 행동다운 행동을 유발해야 하지만 말이다. 동네를 둘러보는 이다, 벤자민이라는 남자아이와 친구가 된다. 자연과 벗 삼아 놀다가 벤자민이 신기한 능력을 선보인다. 그는 사물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말해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비밀 아닌 비밀이 생겼다. 한편 백반증을 앓고 있는 여자아이 아이샤는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 더보기
두 소년의 맑은 우정과 그들을 감싸는 선한 어른들 [신작 영화 리뷰] 어느덧 나이 50을 바라보는 히사 다카아키는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현실은 대필 작가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대필 자서전 대필로 거액의 돈을 벌 수 있으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이혼해서 가끔만 볼 수 있다. 한숨만 나오는 인생,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다가 문득 고등어 통조림 한 캔을 보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86년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나가사키 어촌 마을, 히사는 티격태격 평범하지만 정 많은 가족의 일원이다. 그가 다니는 학교의 반에는 매일 민소매 티만 입는 다케가 있다. 반 친구들이 놀리길 다케네 집이 못 살아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다케는 히사와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친구들이 본 다케네 집은 형편없었다. 다들.. 더보기
이 시대 공동체에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오토라는 남자> [신작 영화 리뷰] 아내 소냐와 사별한 지 6개월, 회사에서도 등 떠밀려 퇴임한 중년 남자 오토(OTTO)는 동네에서 꼬장꼬장하고 까칠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눈엔 동네 모든 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니 매일같이 말해도 도무지 들어먹질 않으니 말이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그건 그거고 그가 무심하게 실행에 옮기려 하는 일이 있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그의 모든 것이었던 소냐가 세상을 등진 게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이가 있다. 얼마 전 맞은편에 이사를 왔다는 마리솔과 지미 가족, 특히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멕시코 태생 마리솔이 결정적인 방해꾼이다. 쉴 새 없이 .. 더보기
특수와 보편이 만나 거장이 된 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 [신작 영화 리뷰] 이번에도 여지 없이 3년만에 신작 애니메이션을 들고 찾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2000~2010년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을 호소다 마모루와 양분하다시피 하다가 최근 들어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앞서가는 분위기다. 특히 화제성에선 비할 바가 신카이 마코토가 월등히 앞서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이야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입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리라. 작년 2022년 11월에 일본 현지에서 개봉해 와 함계 일명 쌍끌이 흥행으로 화제를 뿌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이 4개월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후술하겠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일본의 각종 재난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나오는 바,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국 개봉일이 2023년 3월 8일로 불과 3일 .. 더보기
어른다운 어른 없이 처절하게 성장하는 아이들 <약한영웅 class 1> [웨이브 오리지널 리뷰] 벽산고등학교 1학년, 1등을 놓치지 않는 연시은은 공부 외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그에게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만년 2등 전영빈이 시비를 걸어온다. 일진에게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시은, 그런 시은에게 더 악이 받치는 영빈은 약해 보이는 전학생 오범석을 시켜 시은이 모의고사를 망치게 한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은은 영빈을 가차없이 패버린다. 시은은 가냘프지만 좋은 머리를 이용한다. 한편, 안수호는 매일같이 알바에 시달려 학교에선 하루종일 잠만 잔다. 그는 무지막지하게 싸움을 잘해 비공식 학교 ‘짱’인데, 그를 건들지만 않으면 그는 다른 누구를 먼저 건들지 않는다. 선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앞에 연시은이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 더보기
의외로 힘들어 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싱글워킹맘 <풀타임> [신작 영화 리뷰] 조용하고 한적한 파리 근교에서 홀로 큰딸과 작은아들을 키우는 싱글워킹맘 쥘리, 그녀는 새벽같이 눈을 뜨자마자 전투를 시작한다. 자신과 아이들 아침을 챙겨 먹고, 자신과 아이들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 후, 이웃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부리나게 뛰어가 문이 닫히려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과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하다. 그녀의 일터는 파리 시내 5성급 호텔, 그녀는 최선임 메이드로 상사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에게 두루두루 신임을 얻으며 일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기차가 연착·취소되기 시작한다. 곧 기차뿐만 아니라 모든 운송수단이 연착·취소되기에 이른다. 쥘리는 빨리 퇴근하지 못해 아이들을 맡기는 이웃집에게 계속해서 한소리를 듣고, 지각하는 횟수가 쌓이면서 회사에서의 입.. 더보기
'나의 스무 살'에 성적을 매겨 본다면 <성적표의 김민영> [신작 영화 리뷰] 수능 100일 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자 김민영과 유정희가 함께 쓰는 기숙사 방에 모여 자못 엄숙히 클럽 해체를 선언하는 비공식 삼행시 클럽의 세 멤버, 김민영과 최수산나 그리고 유정희.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삼행시 클럽 해체를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는 수능 백 일을 앞두고 학생과 자식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우리의 창작욕을 잠시 재워 두려 합니다." 민영은 대구대학교에 입학해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고 수산나는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면 정희만은 청주에 그대로 남아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테니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서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삼행시 클럽 모임은 온라인으로 계속 가지고자 하는데 여의치 않다. 민영은 삼행시를 대충하는 것도 모자라.. 더보기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에 얽힌 이야기 <안나라수마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하일권 작가는 웹툰계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 들어도 웬만하게 웹툰 보는 이라면 알 만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등, 중편 정도의 길이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 빠르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기에 부담 없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하다. 다만, 캐릭터성이 확실하진 않고 색감이 화려하진 못하다. 하여, 스토리와 연출로 부족한 캐릭터성을 커버하고 쨍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화려하지 못한 색감을 커버한다. 가 대표적인데,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흑백이 주를 이룬다.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다크스러운 판타지 장르에 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주제를 웹툰스러운 연출로 적절하게 엮어 냈다. 수많은 웹툰이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고 있는 와중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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