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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대작전(?)은 시작부터 꼬였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였으면 사전 답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거기부터 이미 문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지도로 보니 지하철역에서 금방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먼 건 둘째치고 엄청난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헥헥 거리며 오르니 바로 옆에 보이는 건물...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다니 야속했다. 


더 큰 문제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였다. 그래도 프로포즈를 많이 해봤다고 하니 아늑할 줄 알았는데, 여타 레스토랑과 별 반 다른 게 없었다. 아...아... 사전 답사... 그렇게 숨도 돌릴 틈 없이 2층으로 안내되어 종업원들의 지도(?)를 따랐다. 나름 비밀스럽게 하려고 한 것인데, 방이 몇 개 있더라. 프로포즈 방이 한두 개도 아닌 몇 개가 붙어 있더라. 


어영부영 시작된 프로포즈. 마지 못해 허락한 듯한 여자친구. 말을 들어보니 옆 방에서도 프로포즈가 진행 중인지 이 방과 똑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더란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음식은 상당히 괜찮았지만, 그 가격이면 여자친구 기분 상하지 않게 훨씬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포즈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여자친구는 소박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그런 프로포즈를 원했다. 난 나 좋으라고 나 편하라고 그런 상업적인 이벤트에 홀라당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최악이라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평생에 한 번 있는 큰 이벤트이다 보니 얼굴을 붉힐 수 만은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여자친구의 진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여자친구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거에 의의를 가지자고. 그래서 다음부터는 돈이 아닌, 진심으로 함께 하자고. 미안하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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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