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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보이스피싱으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사기를 이룩한 사연 <가면 사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전기통신금융사기'라는 법적 용어로 통일한,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으로 불리는 통신매체금융사기는 어느새 가장 경계해야 하는 범죄로 성장(?)했다. 피해건수와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까닭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전에 비할 데 없이 급증했다. 또한 수법도 다양해져서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여기, 보이스피싱 하나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사기를 이룩한 범죄자가 있다. 이스라엘계 프랑스인 '질베르 시클린',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사기로 1억 유로 이상을 횡령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천억 원 이상이니 왠만한 중견 기업의 1년 매출과 맞먹는 수치다. 수백 수천 명이 1년 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일의 결과와 그가 혼.. 더보기
끔찍한 고통과 두려움, 죽음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건 '거짓' <이반 일리치의 죽음>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죽음은커녕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할 나이에 죽음을 걱정했던 것 같다. 자그마치 초등학교 5학년 12살 때였다. 아마 어느 정도의 삶을, 되풀이 되는 삶의 연속을 경험해본 나이였을 테니까, 이 삶의 끝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한 때 매일 밤 눈만 감으면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머리에 든 게 많지 않고 생각도 짧으니 죽음에 대한 한 면만, 그리고 한 가지만 물고 늘어졌다. 죽음은 두렵고 무섭고 나쁘고 아프고 피하고 싶은 것, 부정(不淨) 그 자체였다. 그 끝이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니 미처버릴 것만 같았다. 도무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생각하.. 더보기
전염병에 대처하는 치명적인 자세 <네메시스> [서평]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4년 미국 뉴저지의 뉴어크 지역, 폴리오 바이러스가 발병한다. 이 치명적인 전염병은 주로 열여섯 이하의 아이들에게 걸리며, 마비로 인해 기형적인 불구자가 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백신이 없는 상태였기에 발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염된 사람에게 가까이 있기만 해도 옮을 수 있었기에 쉽지 않았다. 동네는 불안에 사로잡혔고 평화는 깨졌다. 아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도시를 벗어나 산이나 시골의 여름 캠프에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르스 사태와 흡사한 라인을 가진 이 이야기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의 초반부이다. '네메시스'라 하면 '보복'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보복의 여신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 더보기
영웅이거나 혹은 인간쓰레기거나 [리뷰]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쳇 베이커'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가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재즈계의 슈퍼스타이자 영웅이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음악적 요소로만 봤을 때 그는 두말할 나위 없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지만, 그의 삶을 반추해 보면 정 반대에 포지션 되어 있다. 오죽하면 그에 관한한 제일 유명한 전기의 부제가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제목은 (을유문화사))이겠는가. 그의 노래는 천사 같지만, 그의 삶은 악마와 같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마약을 살 돈을 벌기 위해 천사가 불러주는 듯한 연주를 했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아내로 하여금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팔게 했다고 한다. 자, 여기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쳇 베이커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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