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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부유하고 침입하는 현대인을 괴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작 영화 리뷰] 기홍은 목수로 일한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고 회사를 때려치운 지 2년밖에 안 되지만 벌써 사람도 부리며 돈도 하루에 40만 원씩 번다. 친구를 만나 비싼 식사도 척척 사줄 정도는 된다. 집도 좋다. 경기도 과천 외곽에 멋들어진 집에 세 들어 사는데 집 구조도 특이하고 집 근처 풍광은 감탄이 들며 심지어 집주인도 좋다. 그런데 기홍은 그의 말마따나 '노가다 중 그나마 엘리트'인 인테리어 목수다.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되었으니 아는 건 별로 없고 약간의 기술과 많은 장비가 있다. 친구 한 명을 부린다.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세히 모르는 친구한테는 허세를 부리기 일쑤다. 세 들어 사는 집을 마치 자기 집인 양 떠들어 대기도 한다. 덥수룩한 수.. 더보기
버락 오바마가 직접 들여다보고 고민한 '일'의 의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버락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퇴임 후 아내 미셸 오바마와 함께 2018년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세운다. 이후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왔는데, 넷플릭스와 함께 내놓은 다큐멘터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카데미, 선댄스영화제 등 수상) (선댄스영화제 수상) (에미상 수상) 등이다. 주지했듯 하이어 그라운드에서 제작한 다큐들은 하나같이 호평을 받았다.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이너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양지로 끌어올렸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겠다. 올해에도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 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가 찾아왔다. 시리즈 , 버락 오바마가 직접 출연하고 또 내레이션을 맡았다. 오바마가 대학생 때 감명 깊게 읽은 퓰리쳐상 수상작 (스터즈 터클 지음)을 모티브로 기.. 더보기
이 시대 공동체에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오토라는 남자> [신작 영화 리뷰] 아내 소냐와 사별한 지 6개월, 회사에서도 등 떠밀려 퇴임한 중년 남자 오토(OTTO)는 동네에서 꼬장꼬장하고 까칠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눈엔 동네 모든 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니 매일같이 말해도 도무지 들어먹질 않으니 말이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그건 그거고 그가 무심하게 실행에 옮기려 하는 일이 있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그의 모든 것이었던 소냐가 세상을 등진 게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이가 있다. 얼마 전 맞은편에 이사를 왔다는 마리솔과 지미 가족, 특히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멕시코 태생 마리솔이 결정적인 방해꾼이다. 쉴 새 없이 .. 더보기
한때 뿌리내렸던 그곳이 사라질 때 <봉명주공> [신작 영화 리뷰] 1973년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반포주공아파트'라는 한국 최초의 주공아파트 대단지를 지은 후 전국적으로 주공아파트가 무수히 지어졌다. 고로 1980년대까지 지어진 주공아파트를 '1세대 주공아파트'라고 명명할 수 있겠는데, 서울을 비롯해 여전히 전국적으로 상당히 남아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봉명주공' 1, 2단지도 전국의 수많은 주공아파트 중 하나로, 각각 1983년과 1985년에 지어져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22년 6월 현재 1단지는 철거가 완료되어 '청주 SK뷰 자이'로 재건축될 예정이고 2단지는 재건축 계획만 잡혀 있는 상태다. 사라져 갈 운명의 아파트, 아파트를 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의 운명은 어디를 향할까. 다.. 더보기
따로 또 같이 삶을 헤쳐나가는 가족, 공동체의 연대 목소리 <조금씩, 천천히 안녕> [신작 영화 리뷰] '가족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가족의 중요성이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는 동양에선 더욱 그렇다. 공통적으로,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의 큰 일로 인해 가족이 다시 모이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절 생기며 결국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는 식으로 끝난다. 다만,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양의 가족영화는 각국마다 특징이 있다. 결합 상태에서의 해체 후 재결합, 해체 상태에서의 결합, 해체와 결합이라는 상태의 고찰 등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너무 신파적이고, 일본은 너무 정석적이며, 중국이나 대만이 가장 볼 만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동양적 가족영화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뭐라 규정짓기 힘든, 굳이 말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식 가족영화.. 더보기
공동체의 허위와 여성 삶의 본위를 폭로하다, 소설 <네 이웃의 식탁> [서평] 구병모 소설가의 나라에서 젊은 부부 대상으로 마련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편의 시설 하나 없는 고즈넉한 산속에 지은 열두 세대 규모의 작은 아파트로 깨끗하고 구조도 좋고 평수도 적당했다. 까다로운 입주 조건에 20여 종의 서류 항목을 갖추어야 했고, 경쟁률은 20:1에 달했다. 서류 항목엔 자필 서약서도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갈 유자녀 부부는 자녀를 최소 셋 이상 갖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효내가 보기에 공동이라는 이름이 유난히 강조되는 느낌이 큰 반면 실험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로 아이까지 돌보느라 너무 바빴다. 한편 요진은 홀로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약사인 육촌 언니가 차린 약국에서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교원은 집에서 전업주..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선입관을 버리고 이슬람을 쉽게 접해 보자 <반갑다! 이슬람> [서평] 이슬람교의 경전 꾸란에는 많은 좋은 말이 담겨 있다. 다음과 같은 말도 있다. "너희는 한 공동체가 되어 선을 촉구하고 계율을 지키며 악을 멀리하라." 이 구절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하루가 멀다 하고 자행되는 테러 때문이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들을 이슬람 근본주의,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바, 사실 이슬람 내에서는 없는 단어이자 분류라고 한다. 이슬람 내의 급진적인 운동에서 파생된 이념 중 몇몇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위의 말도 이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종교와 인종을 떠나 어느 누구든 공동체로 받아들여 선을 촉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행동을 악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반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노선이나 자신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가 아니면 모두 악으로 간주해 없어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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