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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1990년대 가정환경조사가 빚어낸 어느 소녀의 비밀 <비밀의 언덕> [신작 영화 리뷰] 1996년 크지 않은 수도권 도시의 조그마한 학교, 평범해 보이는 5학년 소녀 명은이는 담임 선생님의 안중에 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담임은 명은이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명은이는 반장이 되기로 결심하고 비밀 편지함 공약이 통해 성공한다. 그녀는 반장이 된 후 담임과 함께 비밀 편지의 내용을 실현시키며 반을 더 좋게 만들어 간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지 않다. 그동안 계속 학급 임원을 해 온 회장 남자애는 명은이 아무리 노력해도 쌓을 수 없는 담임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미 단단하게 쌓은 것 같고, 새로 전학 온 혜진과 하얀 자매는 한 팀을 이뤄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놓는 글쓰기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라는 게 명은이였다면 어떡하든 숨기고도 남을 만한 성.. 더보기
'양심적인 죄수의 선행'을 둘러싼 욕망의 덩어리들 <어떤 영웅> [신작 영화 리뷰] 아쉬가르 파라디,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자파르 파나히와 함께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인정받고 있다. 2002년에 장편 연출 데뷔 후 201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며 등 걸작들을 쏟아냈다. 심리와 갈등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1년에 내놓은 으로 2020년대에도 건재하게 활동을 이어갈 거라고 공표했다. 전작 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듯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과 공동으로 2등 상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를 수상했다. 세간에 이후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2, 3년마다 빠짐 없이 작품을 내놓았으니 조만간 차기작이 나올 게 확실시된다. 은 돈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갇혔다가 우연과 작은 거짓말로 영웅이 된 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의 씁쓸한 끝 <미샤와 늑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80년대 후반, 미국 보스턴의 작은 마을 밀리스에 새로운 이웃이 온다. 벨기에에서 온 모리스와 미샤라는 중년 부부, 미샤는 동물을 아주 잘 다뤘는데 어느 날엔가 동네 친구와 차를 마시다가 어린 시절 얘기를 건넨다. 전쟁 나고 살아온 얘기였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얘기이기도 했다. 이후 회당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학교를 끝내고 집에 와서 부모님을 기다렸지만, 부모님은 오지 않았고 대신 어느 여자를 따라 나서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미샤 디폰세카'인 그녀에게 '모니크 드월'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짐 덩어리 취급을 받던 그녀는 7살 때 집을 나서 강제추방 당한 부모님을 찾아 수년 동안 .. 더보기
3개월 시한부의 할머니를 위한 하얀 거짓말? <페어웰> [신작 영화 리뷰] 여기 독특한 삶의 이력을 가진 영화배우가 있다. '노라 럼'이라는 본명을 가진 아콰피나가 그녀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양 아닌 동양의 피가 흐른다. 중국계 미국인 아빠와 한국 사람 엄마를 뒀는데, 4살 때 엄마를 여의고 바쁜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그녀의 혈통은 엄연히 중국과 한국에 걸쳐져 있지만, 할머니와 아빠의 절대적 영향으로 중국계 미국인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비로소 한국에의 정체성도 찾아갈 수 있었다. 10대 초때부터 랩을 시작했고 '아콰피나'라는 예명도 10대 중반에 만들었다. 실제하는 생수 브랜드 이름에 '거북하다, 서툴다'의 뜻을 가진 영단어를 결합·변형시킨 말장난으로, 그녀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고.. 더보기
한 편의 완벽한 정통고전추리소설 <인비저블 게스트> [리뷰] 성공한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은 불륜녀 로라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몰린 상황이다. 아드리안은 극구 부인하지만, 로라가 살해된 호텔방에는 아드리안밖에 없었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거나 나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아드리안은 완벽한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해 난관을 타개하고자 한다. 버지니아는 오자마자 심각한 사항을 들이민다. 검사가 사건을 반전시킬 만한 증인을 확보했고 3시간 안에 출두해 증언을 할 거란 얘기였다. 아드리안은 진실을 말했다고 하며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주장하지만, 그녀는 더 자세하고 진실된 얘기를 원한다. 아드리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모든 걸 이미 알고 왔다는 듯이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곤 아드리안에게 압박을 가하며 감옥에 가기 싫거든 절대 거짓말.. 더보기
거짓 위에서라야 전해지는 진심, 그런 진심이 연속된 하루 <최악의 하루> [리뷰] "긴긴 하루였어요. 하나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요? 그쪽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걸 드릴 수도 있지만, 그게 진짜는 아닐 거예요.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다 솔직했는걸요. 커피, 좋아해요? 전 좋아해요. 진한 각성,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당신들이 믿게 하기 위해서는." 연기를 하는듯, 넋두리를 하는듯, 어쩌다가 홀로 남겨진 은희는 정체모를 말을 내뱉는다. 그녀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다. 현 남친과 전 남친을 한 자리에서 보게 되다니... 하루를 시작할 때는 괜찮았었는데. 우연히 길을 헤매는 일본인 소설가를 만나 아무 꺼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어쩌다가 그녀는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비단 그.. 더보기
[내가 고른 책] '괴물이 된 대학' 그리고 '거짓말' [내가 고른 책] '괴물이 된 대학' '거짓말'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시대의창의 (김창인)한겨례출판의 (한은형)은 사회이고, 은 한국 문학입니다. 은 기업화된 대표적 대학이자 그 선봉에 서 있는 중앙대학교를 자퇴한 학생이 저자이네요. 저자는 2009년 입학해서 6년 동안 중앙대와 두산 그룹을 상대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러곤 그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일전에 이라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적도 있는데요. (자본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곳에서) 그 책 또한 중앙대와 두산 그룹을 상대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던 중앙대 출신의 저자가 쓴 책이었죠.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한가 봅니다. 중앙대에 두산 그룹이 들어온 게 2008년이니까 8년 째인데, 달라진 게 .. 더보기
"전쟁 터졌대... 한국으로 돌아가야해!" [나에게 지옥 구경을 시켜준 친구의 거짓말]2010년 8월 30일, 중국 길림성 장춘시로 출발.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학기 동안 길림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약 30명 정도가 같이 떠났는데,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몇몇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어 불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답답함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진짜 답답하고 또 궁금했던 것은 한국의 새로운 소식들을 접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소외감이었던 것 같다. 2007~8년도에 1년간 호주에서 있으면서 굵직한 사건이 몇몇 있었다. 내 손으로 뽑지 않은 대통령(이명박 대통령)이 뽑혔다. 당시 호주에서도 대서특필로 기사가 나왔고, 같이 지낸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한국 경제가 앞으로 더욱 좋아질거라고 나한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얼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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