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의 진면목을 가볍고 진실 되게 접할 수 있는 기회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아이돌이자 세계적인 슈퍼스타 헌트릭스, 리더이자 메인보컬 루미를 필두로 서브 보컬이자 댄서 미라 그리고 래퍼 조이가 함께한다. 그들은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건 물론 안무까지 도맡는다. 쉬는 날을 기다리고 고대하지만 루미의 한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시작한다.
그들에겐 누구한테든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능력으로 인간의 혼을 노리는 악귀를 퇴치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한편 노래의 힘으로 혼문을 만들어 가는 중이며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 황금 혼문이 되는데, 그때 더 이상 악귀가 출몰하지 못할 터였다. 그렇게 헌트릭스는 5년째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며 혼문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위기를 느낀 악귀의 수장 귀마, 그때 악귀 중 하나인 진우가 일행을 데리고 나타나 제안을 한다. 아이돌이 되어 헌트릭스 팬들의 혼을 탈취해 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자 보이즈가 탄생하고, 단숨에 헌트릭스를 위협할 만한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한다. 헌트릭스 멤버들은 곧 그들의 정체를 눈치채는데, 하필 루미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들이닥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좋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노골적이면서도 가볍고 유치한 제목 때문에 기대하는 이가 많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아이돌이 악귀를 때려잡겠구나,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드롬급 인기와 더불어 호평 일색, 실제로 봤더니 너무 좋다.
일단 노래가 너무 좋다. 몸이 함께 따라 움직이거니와 따라 부르게 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극한 현실과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의 면모와 잘 맞아떨어진다. 현 아이돌의 노래들이 이보다 좋다고 하면, 아이돌에 '입덕'하는 계기가 될 정도다.
아이돌의 겉과 속을 적당히 적나라하게 표현해 오히려 그들을 친근하게 바라보는 계기로 작용한다. 조각 같은 외모에 볼 일도 안 볼 것 같은 아이돌이지만 실상 그들도 인간이고 또래와 다를 바 없는 그 나이를 영유하고 싶을 테니, 쉬는 날에는 맛있는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녹아내릴 것 같은 소파에 앉는다.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팬들과의 관계가 의미 있게 그려진다. 헌트릭스다운 구호인 "팬들이 좋으면! 혼문도 좋다!"에서 엿볼 수 있듯 헌트릭스의 존재 이유가 바로 팬이다. 행복한 팬의 사랑을 먹고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팬의 입장에서도 헌트릭스를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열심히 잘 활동해 성과를 거두고 행복해지는 게 곧 자신들의 행복이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 그리고 아이돌 개인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단연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와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다. 그들이 헌터와 데몬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 아닌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에서 사사건건 맞붙는 모습을 보노라면, 피 말리는 아이돌 대전의 양상이 엿보인다. 최정상에서 계속 군림하려는 자와 끌어내리고 최정상에 우뚝 서고 싶은 자의 싸움. 그 경쟁에 많은 게 달려 있다.
피 말리는 경쟁을 뚫고 데뷔한 것도 모자라 생존의 기로에 서서 정상급 아이돌 아니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잊히고 마는 아이돌이 되는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사자 보이즈의 경우 데뷔와 동시에 최정상 헌트릭스를 위협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니, 실력과 더불어 운도 좋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팬'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가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돌이야말로 팬과의 관계가 절대적이다. 데뷔 전부터 팬클럽이 생겨나고 팀이 해체되어도 팬이 존재하는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팬과 함께하는 것이다. 공무원에도 선출직과 지명직의 차이가 분명한 것처럼 팬들에 의해 선출되었다고 하면 그 위엄이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와중에 이 작품은 아이돌 개인에 천착해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헌터와 악귀 사이의 정체성 혼란은 즉 아이돌로서의 만들어진 자신과 무대 뒤의 평범한 자신 간의 혼란일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두 모습 사이를 오갈 테니 단순한 혼란이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분출될지 모를 일이다.
<오징어 게임 3>와 함께 넷플릭스를 넘어 2025년 중반기 현재 문화 전반을 뒤흔드는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