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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각본 출신이 요즘 10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법

singenv 2025. 7.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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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리뷰] <러닝메이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 포스터.

 

영진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가 막을 오르려 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회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노세훈은 그러나 자못 부끄러운 사고에 휘말려 놀림거리로 전락해 있다. 그런데 공부로 전교 톱클래스 수준인 그에게 합창부 선배이자 현 전교부회장인 양원대가 제안하길 전교회장 선거에 파트너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한껏 들뜬 세훈,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원대에게 그는 1순위는커녕 10순위 밖이었다는 걸. 충격을 받은 세훈, 때마침 그에게 핵인싸 곽상현이 접근한다. 그러며 전교 1등 윤정희와 함께 셋이서 전교회장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세훈은 원대를 등지고 상현에게로 간다. 한편 원대는 세훈의 절친 박지훈과 만인의 첫사랑 하유경을 포섭한다.

그렇게 1번 곽상현과 2번 양원대의 대결이 시작된다. 여느 어른의 선거 못지않게 치열한 선거전은 가짜뉴스, 언론플레이, 테러, 폭로 등으로 이어진다. 모두 괴물이 되어가는 걸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유세로 상처받지 않는 이가 없다. 과연 누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어 전교회장과 부회장 자리에 오를 것인가. 끝의 끝까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반가운 하이틴 정치 드라마

 

최근 몇 년간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콘텐츠는 '학교 폭력'을 주로 다뤘다. 이른바 학폭이 전 사회적 문제로 관심이 증폭되었기에 발을 맞춘 결과물이겠지만, 폭력이란 게 콘텐츠의 장르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최대한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 중요한 문제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다뤄지는 게 좋겠으나 또 다른 이야기들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던 찰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나온 <러닝 메이트>는 너무나도 반갑다. '하이틴 정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학교를 배경으로 정치 이야기가 펼쳐진다니 말이다. 학교회장 선거를 둘러싼 치열하고 치졸한 권모술수, 그런데 이 작품이 특이한 건 ‘명랑 발랄‘하다는 거다. 하이틴에 으레 따라오는 명랑과 성장 키워드에 자연스레 '정치'를 끼워 넣은 듯.

아이들이 선거를 치르며 하는 짓은 어른과 다를 바 없다. 주지했듯 언론플레이, 가짜뉴스는 물론 테러까지 저지른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을 뿐 상처받기에 충분하고 변하기에 충분하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랄까, 나름대로 성장하는 모습이랄까. 이제 고등학생도 어른과 같이 선거를 할 수 있으니 이 작품이 허황되게 느껴지진 않는다. 때마침 잘 나온 작품이다.

와중에 전체적으로 명랑하고 발랄하기까지 한 기조는 연출자의 몫이겠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맡은 경력이 있는 한진원 감독이 총연출과 각본을 맡았기로서니 유머가 배어 있는 게 이해 가는 부분이다. 세상 심각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진짜 요즘 애들' 세계의 성장

 

사람은 사람과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에도 총량의 법칙이 통용되는 바, 물론 평생에 걸쳐 계속되겠지만 뭣도 모르는 젊디 젊은 시절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극 중에서 노세훈이 주인공이지만 주체적이지 못한 한편 리액션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 다양항 부류의 사람을 만나 다양한 상황을 헤쳐 나가며 성장한다. 그렇게 다층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전교회장 선거의 막전막후를 꽤 적나라하게,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노세훈이라는 평면적이고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친구를 내세워 극을 이끌고 있다. 그러니 그의 성장을 들여다는 한편 10대들의 정치적 이야기도 엿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에 약점이 없는 게 아니다.

스타 없는 신예로만 캐스팅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신선하지만 구심점이 될 만한 이가 보이지 않아 작품 자체가 평범한 편이다. 나아가 10대들만의 세계,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자극 요소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 장르적 쾌감 면에서 살짝 아쉽다. 요즘 하이틴 콘텐츠들이 워낙 매운맛이라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일 텐데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본다.

자극에 무참히 노출되어 있는 1인으로 이 정도 바이브를 뽐내는 콘텐츠는 대환영이다. 들여다보면 '진짜 요즘 애들'의 세계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태생부터 고자극에 노출되면 점차 저자극을 찾지 않을까. 즉 요즘 애들은 오히려 저자극적이지 않을까 싶다. 극 중 애들의 세계에 바로 그 모습이 비친다. 상당히 디테일해서 매우 잘 살펴봐야 할 텐데, 찾아보는 재미 또한 색다르다.

2023년에 완성해 당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2년여 만에 빛을 본 케이스인 <러닝메이트>는 공교롭게도 조기대선 정국의 한복판에서 공개되었다. 안타깝게도 공개일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데, 이것저것 재 본 결과 이 작품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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