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나간 책 다시읽기

통속하다 못해 저급하기만 한데, 사랑받는 이유는? [지나간 책 다시읽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익숙한 제목을 발견했다. 나의 머리 속에서 "이 작품이 유명하고 익숙한 건 사실이지만, 고전문학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인가?"라는 반문이 자리 잡는다. 그럼에도 출판사에 대한 믿음과 묘한 매력으로 끌어당기는 제목때문에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먼저 책의 제목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제목이 이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이 소설은 몇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개봉할 당시 포스트맨을 '우체부'로 번역하였는데, 그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우체부들이 항의 소송을 냈다고 한다. 결국 제목은 '포스트맨'으로 그대로 가게 되었다. 이 사실로 유추해보니, 내용이 결코 밝지 않.. 더보기
<세일즈맨의 죽음> 이 작품이 더 이상 읽히지 않았으면... [지나간 책 다시읽기] 한 집안의 가장이 자살로 생명 보험금을 타내, 가난에 찌든 가족들을 살려냈다는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요즘에야 수많은 보험사기 극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치부되곤 하는 이런 레파토리에는, 사실 굉장히 신파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즉, 어느 정도 감동적인 요소가 있다는 말이다. 이 레파토리가 1949년 퓰리쳐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아서 밀러의 희곡 에도 쓰인 걸 보면, 그만큼 보편적인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이라... 당시 미국은 1929년 뉴욕 월가로부터 시작된 세계 대공황으로 국가 창설 이래 유래 없는 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 더보기
<밤으로의 긴 여로> 50여년 전에 쓰인 '명품 막장 드라마'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칼로타에게. 열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당신,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 원고를 당신에게 드리오. 행복을 축하해야 하는 날에 이 무슨 서글프고 어정쩡한 선물인가 싶을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이해해 주오. 당신의 사랑과 따뜻함을 기리는 선물이라오. 그로써 나는 사랑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내 죽은 가족을 맞대면하여 이 극을 쓸 수 있었소. 이것은 유령에 쫓기는 네 명의 타이런 가족에 대한 깊은 슬픔과 이해와 용서로 쓰인 글이라오. 사랑하는 이여, 지난 열두 해는 빛과 사랑으로 가는 여로였소.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또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 거요! 위의 글은 유진 오닐의 희곡 서문이다. 그가 행복한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 .. 더보기
<아리랑> 1980년대 용공서적, 다시 읽어봤더니...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님 웨일즈, 김산의 역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승리자들이다. 그들은 그 대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패배자들을 완전히 말살해 버림은 물론이고 역사적 사실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물론 위대한 승리자들도 많다. 인류 역사에 크나큰 공헌을 한 인물들 말이다). 불과 몇 십 년 전의 군사 독재 시절. 그 당시 세계는 여전히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진형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진형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었고 공산주의라면 치를 떨고 적대시하도록 세뇌 당했던 시대였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독립 운동을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던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의 발자취가 지워져 버렸고 변질되어 알려졌다(필자도 어렸을 땐 그런 사람들이 독립 운동을 .. 더보기
<대위의 딸> 로맨스의 탈을 벗기고, 혁명적 비판 목소리 들어보세요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위대한 시인의 유일한 장편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시적 은유로 가득 차 낭만적이기 그지없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소설가의 시는 어떨까. 산문 형식의 대서사시일까? 소설과 시, 시와 소설은 문학의 대표 격으로 항상 같이 언급되곤 하지만, 사실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소설에서나 시에서나, 수많은 종류와 성향이 있듯이 말이다. 19~20세기에 걸쳐 세계적인 대문호들을 다수 배출한 러시아는 사실 18~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소설, 즉 산문에 대해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푸시킨'이라는 존재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던 중 1830년대에 들어서 산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이미 위대한 시인의 반열에 오른 푸시킨은 에 이어 이라는 소설을 집필한다. 이 중에서 은 그의 유일한 장.. 더보기
<용의자 X의 헌신> 동양 추리소설의 백미를 느껴보세요 [지나간 책 다시읽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10년 전쯤 우연한 계기로 추리소설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그 계기가 된 작품은 (열린책들)이었는데, 너무나 어려워 프롤로그를 이해하는 데만 한 달여가 걸렸던 기억이 난다. 겨우겨우 끝을 보고 다른 추리소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조금은 덜 어려운걸로다. 흔히들 말하는 세계 3대 추리소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 '환상의 여인')을 다 섭렵했고, 그 밖에 수많은 추리소설들을 훑었다. 추리소설만 보다보니 이것저것에 궁금증이 생겼는지, 나의 독서 편력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다. "왜 동양 추리소설은 읽지 않는 거지? 아니면 없는 건가? 조사해보자." (개인적으로) 중국과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찾기 힘들었다. 반면에 일본에는 '마쓰모토 세.. 더보기
'파이 이야기'가 '노인과 바다'를 넘을 수 없는 이유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작가라 칭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후기작 는 자연에 맞서는 한 인간의 사투를 그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불굴의 정신, 포기하지 않는 희망 따위를 얘기한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고 정설로 굳혀졌다. 굳이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맞는 말이다. 단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조금 더 시선을 확장해보면, 이 소설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vs 자연이 아닌 인간 and 인간, 인간 and 자연, 자연 and 자연으로서의 시선. 인간 and 인간 노인 산티아고는 왕년에 잘나갔던 어부였다. 힘이 장사였고, 무지막지하게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당대 최고의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도 그런 물고기를 잡을 .. 더보기
<평행과 역설> 꽉 막힌 분들께 한 부 권해드립니다 [지나간 책 다시읽기]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한 후 미국과 소련으로 인해 남과 북이 갈라서고, 우리에게 '다름'은 곧 '틀림'이었다. 한 민족이라는 유사성(평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반대의 이데올로기(역설)를 가졌기에. 우리와 다른 이데올로기는 없애버려야 했다. 다를 뿐인데 왜 없애야 하는가? 그래서 나온 논리가 틀림이었다. 틀린 건 바로 잡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 논리는 중동의 두 나라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들의 쟁점은 애매하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을 건국 하면서 벌어지는 분쟁이다. 그렇게 되면서 이스라엘인(유대인)은 돌아오고, 팔레스타인인은 쫓겨나게 되었다. 이들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누가 보아도 그럴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런 통념을 깨..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