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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날 것의 액션과 아름다운 무협의 마지막 절정 <서극의 칼> [오래된 리뷰] 소싯적 무협이나 판타지 장르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할 수 없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세계를 그리는 무협과 판타지. 무협은 동양 그중에서도 중국을, 판타지는 서양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무협은 소규모적이거니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 주를 이루는데 반해 판타지는 대규모적이거니와 지극히 조직적인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판타지보단 무협을 더 좋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분히 판타지적인 장르에 푹 빠져 있다. 비록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미국을 점령해온 코믹스를 영화로 옮겨왔을 뿐이라고 해도 말이다. 여기, 2~30년 전 무협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이가 있다. 그 .. 더보기
드니 빌뇌브 감독의 거장으로 가는 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오래된 리뷰]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은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정적이고 건조하며 느릿느릿하다. 김훈 소설가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문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 조망하다가도 급격히 치고 들어가 깊숙히 찌른다. 정적이면서 느릿한 전개는 어느 순간 숨도 못쉬게 내달리는 전개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건조함은 피비릿내에 자리를 내준다. 거의 매년 장편을 내놓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는 이미 더 없이 좋은 작품들을 내놨고 흥행감독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 많지 않은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영화의 참맛을 알아가는 건 축복이 아닐까. 그의 2015년작 는 그의 연출작들 중에서도 특히 빼어나다. 드니 빌뇌브.. 더보기
시대와 완벽히 조우한 박찬욱의 메시지 <공동경비구역 JSA> [오래된 리뷰] 박찬욱 감독의 지난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굳게 악수를 나누며 남북은 극적인 화해 모드로 돌입한다. 이른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때마침 나왔던 박찬욱 감독의 3번째 장편 는 시대를 대변하는 영화로 명성을 떨쳤다. 박찬욱 감독은 비로소 상업영화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되고 남북간 화해모드가 조성된다. 특히 후자의 영향으로 1999년 등의 상업영화가 만들어져 대대적인 인기를 끈다. 의 경우 한국영화 흥행 기준을 바꾼 영화이다. 이 여세를 몰아 이듬해 나온 는 명작+상업+시대적 관심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최초의 한국영화라고 해도 무방했다. 이후 적어도 상업영화에서 보여주.. 더보기
포르노잡지 발행인이 극구 외치는 '표현의 자유' <래리 플린트> [오래된 리뷰] 1950년대 지긋지긋한 어린 시절을 보낸 래리 플린트(우디 해럴슨 분)와 지미 플린트 형제, 정직하게 돈을 벌 거라는 그들의 다짐은 20년 후 실현된다. 래리는 스트립바 허슬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곧잘 되는 것 같지만 손님들이 따분해 하는 게 느껴진다. 어느 날, 앳된 신참내기가 다른 이들을 훨씬 능가하는 섹시미를 풍기며 래리의 눈에 띈다. 그녀는 엘시아(코트니 러브 분), 래리는 그녀의 나체사진을 이용해 화끈한 홍보물을 만든다. 그의 생각은 적중,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급기야 '플레이보이'를 능가하는 포르노잡지 '허슬러' 월간지를 창간해 전국적 홍보를 시작한다. '허슬러'는 그의 기나긴 투쟁, 대박으로 가는 길, 한 시대를 상징하는 삶의 시작이었다. 그는 '음란물 간행 및 배포죄.. 더보기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타짜> [오래된 리뷰] 최동훈 감독의 2004년 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최동훈 감독. 데뷔 13년이 된 현재까지 불과 5편의 작품밖에 내놓지 않았지만 단 한 편도 흥행에서 고배를 마시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내놓은 두 편 과 이 1000만 명을 넘으며 윤제균 감독과 더불어 현재까지 유이한 2편의 1000만 이상 관객 동원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구로 치면 홈런왕과 장타율 1위의 최강 거포다. 그 흥행 이상 가는, 아니 버금 가는 작품들이었을까? 데뷔작 이 던진 웰메이드 충격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세련'된 영화라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감히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더보기
송강호만 표현해낼 수 있는 특별하지만 평범한 조폭의 삶 <우아한 세계> [오래된 리뷰] 2000년대 두 편, 2010년대 두 편만을 세상에 내놓았을 뿐이지만 흥행과 비평 어느 한 면에서 두루 두각을 내고 있는 한재림 감독. 공교롭게도 , 으로 비슷한 느낌, 지향하는 바가 같은 두 편을 두 번 선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2020년대 가서야 또 다른 느낌과 성향의 차기작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그의 데뷔작 은 충분히 충격적이고 센세이션 했다. 연애란 게 이런 거였나 또는 연애에 이런 모습도 있었나. 2000년대 들어와 연애를 새롭게 발견한 느낌일까. 그야말로 '연애'의 발견이다. 이어 내놓은 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조폭이란 게 이런 건가. 조폭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느와르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평범한 가장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각본까지 .. 더보기
세심하고 진지한 와중, 새겨볼 만한 인생 여정과 삶의 단면 <와일드> [오래된 리뷰] PCT, 일명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라는 게 있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로,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약 4300km에 이르는 도보여행코스다. 말이 여행이지 매순간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절망과 좌절과 다름 아니다. 꿈에서나 가능한 도전과 영광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 그 절망과 좌절의 길에서 자신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건져올리고자 하는 이가 있다. 20대 이른 나이에 밑바닥 인생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여인 셰릴 스트레이드, 홀로 대장정의 길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경험은 논픽션 책으로 나와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장 마크 발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 영화 . 장 마크 발레는 흥행보단 비평에 강한 감독이다. 1995년에 장편영화 데뷔 이후 현재까지 총.. 더보기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강철중'의 <공공의 적> [리뷰] 한국영화 사상 가장 성공한 캐릭터는 누구일까. 여기에 정교한 조사나 연구는 필요없을 듯하다. 단번에 생각나는 이야말로 진정 기억에 남는 캐릭터일 테니. 개인적으로, 아마 영화 좀 본다 하는 많은 분들이 설경구가 분한 의 '강철중'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2010년대 들어 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한 강우석 감독은 1990년대 시리즈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바 있다. 그는 1990년대를 코미디로 수놓았고, 2000년대 들어 시리즈와 등 드라마, 액션, 범죄로 외연을 넓혀갔다.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는 그 기준 또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경구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1999년 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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