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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무엇들... 현실이 된 동심 <이웃집 토토로> [리뷰] 아내가 아직 여자친구였을 때, 그러니까 20대 중반쯤 아내가 몇 번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스무 살 때까진 동물과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훨씬 어렸을 때는 남들 눈엔 안 보이는 걸 볼 수도 있었다고 한다. 난 어렸을 때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느끼게 된다. 때론 귀여운 느낌으로, 때론 뼈저리게. 동심을 느낄 때면 행복에 졌지만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생각하면 슬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비단 나나 아내뿐만은 아닐 테다. 만화의 천국 일본에서도 굴지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사실적 판타지를 선사한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래했나 보다. 50세에 가까운 나이, 1988년에 같은 작품을 내.. 더보기
끔찍한 연쇄, 연계 폭력에 대항하는 '파괴' <무지개 새> [편집자가 독자에게] 메도루마 슌 장편소설 1995년 9월 4일, 오키나와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원 2명과 미 해군 1명이 12세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것. 미일지위협정으로 미군 셋의 신병은 인도되지 않는다. 오키나와 미병 소녀 폭행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억눌려 있던 반미, 반기지 감정이 폭발한다. 이 사건으로 반미군기지 운동이 전개되어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설이 현실화되는 듯싶었는데, 미봉책으로 남부의 기지를 북부로 옮기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이 강행된다. 오키나와 북부 출신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메도루마 슌은 작가가 아니라 헤노코 신기지 반대 운동을 삶의 중심에 놓고 있는데, 1995년의 이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중차별의 정.. 더보기
비루한 청년세대와 파렴치한 욕망의 기성세대 <댓글부대> [연극 리뷰] 공대 출신의, 사회부·정치부·산업부 기자로 잔뼈가 굵어가는 와중에, 메이저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단숨에 한국문학의 인기작가 반열에 올라선 장강명. 그는 기자 특유의 취재력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고 정확한 문체와 거침없이 핵심을 파고드는 구성 능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지나치기 힘든 현실 감각 투철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느덧 데뷔 10년에 가까워 오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기다려지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지난 2015년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해임에 분명하다. 2011년 으로 등단하고선, 2015년까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물론, 이후의 인기에 비해서 말이다. 2015년 장강명은 3권의 소설책을 내놓는다. 그것도 중장편으로, 그중 2권이 문학상 수상작이다. 모두 흥행했고 장강명은 한국문.. 더보기
비장애인과 구별되는 별존재가 아닌 '약자'인 장애인 <나의 특별한 형제> [리뷰] 어려서 당한 사고로 얼굴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지체장애인 세하는 엄마를 잃고 아빠에게서 버려져 장애인보호시설 '책임의집'로 온다. 그곳에 엄마에게서 버려진 지적장애인 동구가 있었다. 그는 5살 정도의 지능을 지녔는데, 수영을 좋아하고 또 기똥차게 잘했다. 세하가 물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동구가 구해준 걸 계기로 그들은 특별한 '형제'가 된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20년 뒤 책임의집을 이끌던 박 신부가 돌아가시자 지원금이 끊겨 폐쇄될 위기에 처한다. 세하와 동구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세하는 돈을 받고 자원봉사시간 인증을 해주는 자못 파렴치한 활동을 서슴지 않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우연한 기회에 구청 수영장에서 열린 사회인 .. 더보기
페미니즘이 이슈를 넘어 일상이 된 지금 이곳의 연극 <환희 물집 화상> [연극 리뷰] 뉴욕이 유명 교수이자 저명한 여성학자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는다.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외로움과 자신을 조건 없이 무한정 사랑해주는 사람이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안식년을 맞아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는 그녀의 대학원 절친 그웬과 던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캐서린과 던은 대학원 시절 사랑했던 사이였다. 캐서린은 새로운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강의에 신청한 이는 그웬, 그리고 그녀의 베이비시터 에이버리뿐이다. 사람도 별로 없고 아는 사이이니 캐서린과 앨리스 집의 거실에서 강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수업 때마다 열띤 토론이 계속된다. 페미니즘의 대가 캐서린, 전통적인 여성상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자신의 생각과 행동과 욕망에 충실한 에.. 더보기
지구를 옮긴다는 상상력에 입힌 '지구를 선도하는 중국'의 비주얼 <유랑지구> [리뷰] 2075년 태양이 수명을 다해 폭발을 앞두고 있다.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되어, 지구연합정부는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 일명 '유랑지구계획'으로 지구 표면에 만여 개의 행성추진기를 건설하여 지구를 옮기는 한편, 태양에서 멀어져 한파가 닥칠 것을 대비해 지하도시를 건설해 살아남은 35억여 명을 대피시켰다. 우주비행사 류페이창은 지구를 인도하는 우주정거장에 파견되어 17년 후 지구로 귀환할 계획이었다. 17년이 지난 현재,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한편, 베이징 지하도시에 거주 중인 류페이창의 아들 류치는 춘절을 맞이해 할아버지 신분증을 위조하여 의붓여동생 한둬둬와 함께 지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면허 없이 로버를 몰다가 체포되고 뇌물로 아이.. 더보기
기적같은 탈출이 곧 죽음보다 힘든 삶에의 투쟁 <12번째 솔저>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은 현대 세계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절대적'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영향을 끼쳤다. 비록 선진으로 나아가던 유럽이 야만으로 빠지게 되어 충격을 받은 건 제1차 세계대전 때였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더 큰 전쟁이 일어난 건 5대양 6개주 56개 이상의 나라들 모두에게 헤어나올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내년이면 종전 75주년,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전쟁에 관한 콘텐츠는 여전히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영화도 물론이다. 매해 여러 나라에서 몇 편씩은 만드는 것 같다. 그동안 미국을 위시해 주요 참전국이었던 독일,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의 이야기를 참으로 많이 들어왔다. 특히, 미국과 미국을 상대했던 독일과 일본의 전쟁은.. 더보기
죽음, 고독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절규'의 화가 <뭉크> [서평] 에드바르 뭉크, 우리에겐 전 세계 최고의 미술품 중 하나인 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뭉크는 몰라도 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2012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당시 역대 최고가인 약 1400억 원에 판매되면서 예술적 평가는 최고점을 찍었고,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이 그림 하나로 셀 수 없이 많은 패러디가 양산되는 걸로 보아 대중적 평가 역시 최고점을 찍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건 이지 결코 뭉크는 아니다. 가 아닌 뭉크를 상상해보았는가? 아니, 뭉크가 언제적 사람이고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에서 활동하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가? 단언컨대, '아니오'라는 대답이 주를 이룰 것이다. 필자부터, 뭉크가 노르웨이의 국민화가이고, 노르웨이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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