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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제임스 헤리엇'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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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 출간에 부쳐


<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3) 표지 ⓒ아시아



2년여 전 쯤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책 두 권을 접했습니다. 시리즈인듯 아닌듯 같은 출판사(웅진닷컴)의 같은 저자(제임스 헤리엇), 같은 번역자(김석희)의 책이었죠. 한 권은 2001년, 다른 한 권은 2002년에 나왔더군요.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제목과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동일한 부제인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 이야기'로 책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지 재미있었습니다. 어쩜 이리 아기자기 하면서 풍성하고 행복하면서 슬프고 긴박하면서 느긋할 수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어찌 이리 잘 표현해내는지,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편했던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즉시 국내에 출간된 제임스 헤리엇 책을 모조리 구입해 직원들 모두가 돌려가며 읽고 분석에 들어갔죠. '어떤 식으로 복간을 할 것인가?'가 목적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이미 저작권 해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가장 먼저 김석희 선생님께 전화해 복간 작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원고를 가지고 계시는지와 더불어 계약과 진행 관련된 사항을 간략히 주고받았죠. 그러곤 에이전트에 판권은 살아 있는지, 이전에 출간한 출판사에서 복간할 의향이 있는지 문의하고는 바로 계약에 들어갔습니다. 


'제임스 헤리엇' 시리즈를 결정하다


알고 보니, 제임스 헤리엇이 쓴 책이 수십 권에 이르더군요. 기본이 되는 4권의 시리즈가 있고, 나머지 책들은 대부분 그 책에 상당 부분 가져와 추가 원고를 더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은 시기도 출판사도 번역자도 중구난방이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1, 2권이 4권으로 분리되어 나왔고, 2000년에도 1권이 나왔으며,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2권과 3권이 나왔었습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소개되어 왔던 제임스 헤리엇이지만, 사실 많이 알려지게 된 건 2001년과 2002년부터죠. 그리고 2003년에는 '개 이야기'가 2권으로 분리되어 같은 출판사와 번역자의 손에 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다른 출판사와 다른 번역자가 '동물 이야기'와 아동용 책들을 출간합니다. 


우리는 우선 기본이 되는 4권에 더해, 3권을 추가로 계약했습니다. '개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동물 이야기'가 그것이고요. 일관성 있는 시리즈를 위해 김석희 선생님께 7권 모두를 맡겼습니다. 이 시리즈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이 분명하고,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실력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본인께서 1권부터 끝까지 제대로 번역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2016년 10월 첫 책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아시아)이 나왔습니다. '제임스 헤리엇'을 아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아서 소소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김석희'라는 이름이 가지는 힘도 크게 작용했고요. 이후 12월 <이 세상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과 2017년 2월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를 내놓았습니다. 


연작 소설 또는 연작 에세이


2개월 주기로 2017년 내로 7권 모두를 내놓자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식 시리즈 3권에 해당하는 <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을 출간하기 전에,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와 같은 동물 관련 책인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를 출간하기도 했고요. 여하튼 계획한 것보다 2개월 늦은 6월에 3권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연작 소설' 또는 '연작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굳이 1권부터 읽지 않아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이왕이면 1권부터 접하며 제임스 헤리엇가 이제 갓 수의대를 졸업하고 요크셔 지방의 대러비로 이주해 수의사로 일하게 된 사연과 수의사로서의 일들, 그리고 장차 아내가 될 이와의 연애와 결혼까지 들여다보고, 2권으로 본격적인 시골 수의사로서의 일들과 달콤한 신혼을 들여다볼 수 있죠. 


3권인 <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에선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공군에 입대해 훈련을 받는 제임스 헤리엇과 대러비에서의 과거 회상이 주를 이룹니다. 4권은 제대 후 대러비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지역의 명사가 되는 이야기가 나오죠. 더불어 '개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동물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천착한 이야기들입니다. 


동물을 넘어 생물로


그렇습니다. 이 시리즈는 하나 같이 1930년대 요크셔 지방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1916년에 태어난 제임스 헤리엇이 50세가 넘은 1970년대에 들어 비로소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것이죠. 의도한 게 아닌, 우연히도 시리즈 첫 책을 낸 2016년은 제임스 헤리엇 탄생 100주년이었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해 일찍 알았다면 뭔가 더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 시리즈가 갖는 태생적 한계도 존재하지 않나 싶습니다. '수의사'라는 그다지 관심이 많이 가지 않을 수 있는 키워드를 타이틀에 넣어야 하는 반면, '반려동물' 하다못해 '동물'도 타이틀에선 다루지 않죠. 엄연히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이 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인지 책 곳곳에서 우린 1930년대의 원시적인 의약품과 시술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소중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죠. 더불어 그가 '시골 수의사'이기 때문에 알게 되는 외딴 요크셔 지방의 생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동물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간 주인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였죠. 즉, 순수한 자연에서 지내며 모든 '생물'들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보인 것입니다. 수의사(獸醫師)의 수(獸)가 짐승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물을 의미하게 만드는 위대한 진보입니다. 


그렇다면 '제임스 헤리엇'을 알리는 길밖엔 없을 텐데, 서양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며 최소 수천만 부 이상 최대로 잡아 1억 부는 족히 팔리고 1권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앤서니 홉킨스가 제임스 헤리엇의 은인과 같은 동업자 시그프리드 파넌 역을 맡았으며 BBC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이 또한 수천만 명은 봤을 정도로 위인의 자리를 꿰찬 그를 이곳에서 반의 반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헤리엇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시리즈는 이제 막 절반을 지났습니다. 잘하면 올해 내로, 못해도 내년 초까지는 시리즈가 일단락날 것 같고요.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할 테지만, 모든 생물을 사랑한 제임스 헤리엇을 이보다 더 알리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연장선상에서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시리즈를 더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간절함을 담아 한 번 여쭤보려고요. 후회하지 않을 그 이름, '제임스 헤리엇'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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