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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클래식 반열에 올라선, 고전적 현대 영화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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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노트북>


당연하게도 재개봉을 해, 당연하게도 좋은 흥행을 기록한 영화 <노트북>. 현대판 로맨스 클래식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글뫼



최근 어김없이 재개봉 대열에 합류한 영화 <노트북>. 지난 2004년 개봉해 3천만 달러가 되지 않는 제작비로 전 세계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올린 바 있고, 국내에서는 약 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괜찮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 재개봉 성적 또한 상당히 좋은 편으로,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했다. 


영화는 정통 멜로를 표방하며 2000년대 영화 중 가장 많은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게 했다. 이 영화가 성공한 후 한동안 '<노트북> 따라쟁이' 영화들이 나와 성공을 꽤하기도 했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 내에서 나름의 반전을 시도해 누군가의 '반전 영화' 리스트에서 만난 적이 있다. 내외적으로 이야깃거리가 상당한 영화라 하겠다. 


클래식 반열에 올라서다


이 영화가 현대판 클래식으로 올라선 데에는 스토리라인 자체가 갖는 '고전적' 느낌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한 눈 팔지 않고 고전에 올인해 제대로 된 걸 선보였다고 할까? ⓒ글뫼



영화의 스토리도 스토리거니와 스토리라인과 분위기가 왠만한 고전(영화) 뺨치게 고전적이다. 반전조차도 고전적 서사의 한 줄기 안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전형적'이라는 말이 필요가 없다. '전형적'이라는 말을 생겨나게 한 장본인과 같은 라인에 속하니까 말이다. 이 영화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가 새롭고 쿨하고 스피디한 것만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놀이 공원에서 '앨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보고 한 눈에 반한 '노아'(라이언 고슬링 분). 다자고짜 위험천만한 곡예를 펼치며 그녀에게 들이댄다. 마지못해 교제를 허락한 앨리지만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노아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앨리는 그가 눈에 밟힌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된다. 17세 한창인 그들은 곧 불이 붙어 주체할 수 없이 맹렬하게 서로를 원한다. 그야말로 불꽃 같은 사랑이다. 


문제는 집안의 격차다. 앨리는 지역 유지의 딸, 노아는 막노동꾼. 이어질 수가 없다. 당연히 앨리의 집안에서 극심한 반대가 따르고, 앨리는 극렬히 대항하지만 노아가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말로 앨리를 떠나보낸다. 먼 곳의 대학에 진학하게 된 앨리, 막노동꾼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전쟁이 터져 군대를 다녀온 노아. 


그렇게 7년이 지난 후 노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주신 오래된 폐가를 공들여 재건축한다. 그를 계기로 신문에 난 노아를 결혼 직전의 앨리가 보게 되고, 앨리는 그 즉시 노아를 찾아간다. 7년 간 이어진 오해를 풀고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그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7년 전의 그 사랑은, 한순간 맹렬히 타오르고 꺼지는 불꽃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폭발하진 않아도 영원히 꺼지지 활화산처럼 만날 수 없어도 영원히 지속될 불꽃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절절한 로맨스


영화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 말고도 또 다른 로맨스를 선보인다. 오히려 이 영화의 꽃은 이 늙은 남녀의 로맨스일 것이다. 더욱 절절하고, 반전도 있다. ⓒ글뫼



영화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매일 찾아와 들려주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앨리와 노아라는 걸 직감할 수 있지만 확실할 순 없는 게 은근히 또 다른 재미이다. 앨리와 노아가 단지 할아버지가 각색한 이야기 속 주인공일 수도 있고, 앨리는 할머니가 맞는 게 확실하지만 노아는 할아버지가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이 둘의 예상치 못한 절절한 로맨스가 앨리와 노아의 절절함을 넘어서는 게 또 다른 키포인트다. 당연히 멜로 영화인 만큼 이 둘 사이에도 가슴 아픈 뒷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의 절절함을 선보일 줄은 몰랐다. 그 절절함은 그대로 전해져와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린다. 


화의 1차 반전이 앨리와 노아에게서, 2차 반전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서 일어나는 만큼 이들을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반전이 누구한테 일어난다는 걸 알려주는 건 범죄(?) 행위에 다름 없지만, 그것이 눈물을 동반한 로맨스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미리 알려주는 게 예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의 경우와는 달리, 알고 있어 준비하면 오히려 더 절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재개봉할 정도로 유명하니까 말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 '나라면?' '너라면?' '진정한 사랑이란?' 일단 영화를 보자. ⓒ글뫼



영화가 끝나고 나면 필수적으로 질문하게 되는 사항이 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한 질문이다. 청춘을 오롯이 바쳐서, 평생을 오롯이 바쳐서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후회 없이 여러 사람과 사랑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영화는 한 사람만을 지극히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 말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사랑과 '재회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선택은 그 진정한 사랑인 상대에게 달려 있지만, 그렇게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것 자체로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어느 동화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그런 말에서 자연스레 파생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고전적인 서사답지 않게 은근 파격적이고 은근 스피디하다. 그런 점들이 은근 새롭게 다가온다. 정녕 전형적으로 전형적이기만 했다면, 이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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