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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도쿄의 알쏭달쏭 산책 이야기 <고양이 눈으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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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양이 눈으로 산책>



<고양이 눈으로 산책> ⓒ북노마드


동네에 고양이가 많은 편이에요. 하루에 한 번은 마주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고양이에게 관심이 딱히 없어서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엔 고양이랑 참새가 어찌나 귀여운지 눈에 띄기만 해도 웃음이 나요. 개와는 달리 차분한 몸짓으로 쳐다보는 그 눈빛은 저로 하여금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가끔은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안녕? 오늘도 수고했어. 


고양이는 참으로 몸이 유연해요. 골목마다 그들만의 아지트가 있겠죠. 사람의 눈에 절대 띄지 않을 곳일 거예요. 능력이 되면 한 번 따라가 보고 싶어요. 얼마나 아늑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지내는지. 아니면 데려와서 같이 지내고 싶어요. 대체적으로 똑똑하다는 고양이랑 지내는 건, '집사'라는 말까지 있는 걸 보면 고양이 기르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듯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일 것 같아요. 


일본은 대만과 함께 고양이 천국이라 불려요. 그만큼 지천에 고양이가 있고 사람들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며 자연스레 고양이에 관련된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지요. 몇몇 곳은 사람 반 고양이 반일 정도로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기도 해요. 참 신기하죠. 어떤 동물도 그런 식으로 자체적인 모임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텐데 말이에요. 한국 고양이는 일본 고양이를 부러워할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 수준의 도쿄 산책


일본엔 고양이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했죠? 아사오 하루밍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가 있는데, 그녀는 고양이에 관련된 저작을 굉장히 많이 남겼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3시의 나>라는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1년간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라고 해요. 고양이에 관련된 책은 아니죠. 그녀의 고양이 관련 저작 중 유명한 건 <나는 고양이 스토커>가 있는데, 제목 그대로 고양이 스토커가 되어 골목길을 순례하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이번에 출간된 그녀의 책은 <고양이 눈으로 산책>(북노마드)이라고 해요. 고양이 스토커인 그녀에게 고양이가 들어와 앉아(?) 함께 도쿄를 사부작사부작 누비는 내용이에요. 그리 귀엽지는 않은 일러스트와 함께 오밀조밀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도쿄를 가본 적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읽어갈수록 정반대의 마음만 들더군요. 전혀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곳으로 데려 갔기 때문이에요.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 수준의 도쿄 산책이었어요. 그리고 주(主)는 도쿄라는 도시가 아니라, 자신과 고양이였고요. 도쿄라는 도시를 다른 눈, 즉 고양이의 눈으로 새롭게 살피고자 하는 마음에 이 책을 들었다면 상당한 실망감이 들었을 게 분명해요. 비교적 친절하게 지도를 그려 놓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하니까요. 후지산을 도서관보다 작게 그렸으니 말 다했죠. 다른 후지산일까요?


고양이와 도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건 다름 아닌 '고양이'예요. 비록 상당히 이상해서 가끔 거북하기까지 했지만, 종종 나오는 또 다른 나(?)인 고양이가 말하는 게 재밌었어요. 고양이 특유의 그 시크함과 애교, 이 정반대의 조화가 이끌어내는 시너지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역시 고양이 스토커라고 불릴 만하더군요. 


그렇지만 내 안으로 고양이가 들어왔다는 설정은 정말 아니었어요. 판타지적인 설정을 하고자 했다면,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도쿄 산책을 그리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양이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의지의 표명이었겠지만 말이에요. 그만큼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뜻이겠죠. 


고양이 눈으로 보는 세상은 잘 표현되었을까요?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서로 맞물려 있는데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제대로 된 도시 산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한편으로는 이게 바로 고양이 눈으로 보는 도쿄라는 것이죠. 사람 눈으로 볼 때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보이지만, 고양이 눈으로 보면 작가가 표현한 도쿄가 맞을 지 몰라요. 그런 면에서는 완벽히 표현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전 고양이 눈으로 본 도쿄가 뭔지 잘 모르지만요. 


이것저것을 감안할 때 책 자체로 큰 메리트가 있진 않아 보여요. 에세이가 반드시 남겨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 '여운'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요. 그건 아마도 이상한 설정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문제는 '공감'에 있었던 것 같아요.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문체가 달달하다 못해 사차원적이기 까지 한데요. 그것이 도시 산책이라는 어떤 큰 느낌의 콘텐츠에 부합되지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도시 산책이 아니라 동네 산책이었다면 딱 알맞았을지 모르겠네요. 


어떤 면에서는 성의 없이 보이기도 했고요. 글이 제대로 끝맺음을 못하는 느낌도 받았어요. 고양이 하나 믿고 읽기엔 모자란 점이 상당하지 않나 생각해요. 고양이와 도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것 같아 아쉽네요. 둘 중 하나에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요. 


고양이 눈으로 산책 - 6점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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