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당신의 말> 엄청난 말의 홍수속, 진짜 어려운 건 '말하기'

반응형




[서평] <당신의 말>



<당신의 말> ⓒ넥서스Books



스마트폰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활동이 왜 필요한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건 말 그대로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시대가 점점 최첨단으로 갈수록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모르는 게 있으면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는 인간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면접을 통해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적성 검사 등을 통해 읽기 능력을 평가한다. 그렇지만 이 능력들은 공부하거나 일을 할 때 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아마 제일 떨어지는 능력이 글쓰기 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그 만큼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고. 또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능력이 말하기 일 것이다. 면접이 합격 여부를 거의 좌지우지한다고 하지 않는가?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능력이 떨어짐을 의미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진짜 어려운 건 바로 '말하기'


그렇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일 엄청난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진짜 어려운 건 바로 '말하기'다. 잘 하지 않아서 어렵고 못하는 글쓰기와는 달리, 말하기는 너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책 <당신의 말>(넥서스BOOKS)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말이 심장까지 가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 나와 있는 많은 말하기 책은 하나 같이 자기계발에 관련되어 있다. 굉장히 실용적인 의미에서 면접, 토론, 연설,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상황에서의 말하기이다. 이 책 <당신의 말> 또한 이런 상황에서의 말하기에 치중되어 있다. 8명의 저자가 8장의 파트를 맡아서 각자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워낙 많은 저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주제를 떠나 콘텐츠 자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좋은 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이 있다는 뜻이다. 자기계발 분야의 책인 만큼, 굉장히 자세하게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관념적인 글은 이 책에서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4장부터 8장까지가 책의 성격에 맞는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상당히 비실용적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1장부터 3장까지는 제목에 '마음', '불순물', '매력'이 들어가 있고 4장부터 8장까지는 제목에 '원하는 것', '면접', '토론', '청중', '말솜씨'가 들어가 있다. 4장부터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실용적인 말하기의 핵심이 들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용적인 글쓰기나 말하기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것이니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일상 생활의 말하기


이 중에서도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도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장은 4장과 8장 정도가 될 것이다. 면접, 토론, 프리젠테이션을 항상 하지는 않으니까. 대신 말솜씨를 키워 원하는 것을 얻는 건 매일 매일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반응을 얻을까' 고민한다는 것이다. 먼저 소통하고 이해한 뒤 제안을 한다. 즉, 나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야 한다. 이 장에서 시종일관 강조하는 게 바로 '상대방', '청중', '청자'이다. 내가 아닌 내 말을 듣는 사람.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걸 먼저 알아채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잘 말할 수 있을까? 왠지 갑과 을의 대화인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답인 걸 어찌하랴?


8장에서 말하는 말솜씨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잘 듣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말을 함에 있어 힘을 빼는 것.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흔히 듣기 하면 수동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듣기야 말로 오히려 민첩하게 상대의 말에 반응해야 하는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이라 말한다. 발상의 전환이지만, 사실적인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를 말함에 있어 저자는 모든 사례를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 놨다. 어디를 가서 처음 보는 누군가와 말하게 되었을 때, 느긋하게 말하고 말에 힘을 빼고 말하고 있는 척 말하지 말고.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만큼 재미도 있고 책의 성격에도 맞는다. 


상당히 관념적인 1장으로 책을 시작해 굉장히 실용적인 8장으로 책을 끝낸 걸 보니, 일부러 편집을 이렇게 해 놓은 게 와 닿는다. 무작정 실용적인 말하기로 책을 뒤덮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였을 것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말 한 마디의 중요성에 대한 텍스트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구설수'로 대표 되는 '말'에 대한 논란이 끊임 없이 TV를 통해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주워 담을 수 없는 결정적 말 한 마디 때문에, 인생이 바뀌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그건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아니 사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도 들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