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공감 생활예절>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규칙이자 사회적 소통의 수단, 예절

반응형




[서평] <공감 생활예절>


<공감 생활예절> 표지 ⓒ시간여행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예절(禮節)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어른들을 보면 깎듯이 인사를 해야 하고, 식사를 할 때 부모님보다 먼저 수저를 들면 안 되고, 선생님께는 절대 대들면 안 되고, 직장 상사에게는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써야 하고...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절은 위에서 열거한 위계질서 또는 나이 차에 의한 '불편한 관계'에서의 지켜야 할 바인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사실 예절은 이보다 훨씬 크고 넓은 의미인데 말이다. 또한 예절이 동양에서만 존재하고 통용되며 서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책 <공감 생활예절>(시간여행)은 예절의 범위를 지극히 옛스러운 관혼상제부터 비즈니스와 글로벌, 그리고 디지털 가상 세계까지 확장시킨다. 그러며 빠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중심으로서 인간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가치를 발견하기에, 앞으로 찾아올 인간 중심 사회란 관계 중심 사회라는 것이다. 예절은 바로 이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수단이다. 


빠른 변화 속에서 인간의 가치가 중요해질 거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 명제에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올 거라는 단언을 내릴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예절의 중요성도 자연스레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여하튼 한 번 들여다보자. 책에서 말하는 예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책은 총 6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하고 이미지 관리를 위한 여러 법칙들을 늘어놓는다. 예를 들자면, 표정과 옷차림과 인사법 등이다. 지극히 실용적인 이 책에서 유난히 논문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장이다. 그렇지만 책 전체의 문체나 작성법이 논문적이어서 오히려 좋을 법도 하다. 이 책은 이런 식이다 하는 걸 알려주는 듯하다. 


2장부터는 바로 실용적인 예절의 방법을 알려준다. 가정, 비즈니스, 관혼상제, 디지털 가상 세계, 글로벌 순이다. 여기에 나오는 예절 방법들은 거의 근본적인 것들로 상식 수준에 머문다. 다만 그 중 몇몇은 평소 상식과는 조금 다르고, 몇몇은 이런 것까지 지켜야 하나 하는 것들 또는 이건 예절의 범위가 아닌 것 같다 하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겠다. 


먼저 가족 간의 올바른 칭호에 대한 것인데, 여기서 한 부분이 평소 상식과 달랐다. 부부의 호칭은 혼인 기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여보라고 부르고, 남편과 대화 도중 남편을 지칭하는 경우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너, 오빠, 야' 같은 호칭은 옳지 않다는 것도 상식 선이다. 반면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지칭할 때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신랑'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남편을 '부군'이라고 하거나 아내를 '부인'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다음은 제사에 관련한 예절이다. 언제부터인가 제사를 고인이 별세한 전날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지내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제사의 정확한 날짜는 고인이 별세한 날이다. 정확히는 날이 새기 전 새벽에 올려야 한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돌아가신 날 저녁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올바르다. 또한 제사 음식을 차릴 때 과일 놓는 위치는 형식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그 계절에 맞고 조상이 좋아하시던 과일을 놓으면 되는 것이다. 제사는 추모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위에 것들 외에 조금 거북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자세한 설명 없이 쭉 나열만 해보겠다. 책에 의하면, 사랑에도 이상적인 형태가 있다. 결혼을 함에 있어서도 적령기가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도 예절에 속한다. 여행을 떠날 시 챙겨야 하는 것들과 탑승 및 탑승 절차도 예절에 속한다. 조금은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들이다. 


한편 신기하기도 하고 알아두면 좋을 국가별 매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나라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흰색과 청색 종류의 선물은 피해야 한다. 반면 멕시코는 보라색과 노란색이 죽음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천황, 종교,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화제는 피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형식적인 인사가 악수인데, 악수를 할 때 꼭 상냥한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는 것을 바보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흔히 OK의 의미로 사용되는 엄지와 검지 또는 엄지와 중지로 원을 만드는 제스처는 브라질에서는 성적 행위를 의미하므로 쓰지 않도록 한다. 케냐는 물이 부족한 국가여서 침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최고의 환영으로 여긴다. 


서양과는 다르게 중국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쩝쩝대거나 후루룩 소리를 내어도 된다. 일본요리를 먹을 때는 밥 공기, 국 공기를 들어 입으로 가져가 식사해도 된다. 힌두교도는 소를 신성시하여 소고기를 먹지 않고, 이슬람교도는 돼지를 부정히 여겨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빵은 나이프를 사용하여 자르지 않고 손으로 뜯어 먹는다. 그리스에서는 식사를 할 때 식탁 밑으로 손을 내리지 말고 항상 두 손을 식탁 위에 올려야 한다. 러시아에서는 건배의 말을 외친 후 함께 술을 마시는데, 이때 마시지 않으면 예의 없게 생각한다. 


예절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규칙이자 사회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통의 수단이다. 또한 서로를 배려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인류가 누적 해온 배려의 기술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 신뢰, 배려가 점점 무너지고 있는 지금, 예절에 대한 되새김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고리타분하고 귀찮다고 여긴다. 또한 실력 위주의 사회에서 예절은 실력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예절은, 그 어느 때보다 찬밥 신세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책이 교제가 아닌 단행본 시장에 나왔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안타까운 건 하나의 '현상'이 아닌 '사건'이라는 점이다. 비록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예절들(그 어디에서도 실행되지 않거나 곧이곧대로 실행했다가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 있는)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또 굉장히 실용적이고 필요한 예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예절도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아마 그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먼 길을 돌아와 다시 시작점에 선 '예절'의 앞날을 응원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