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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의외의 흥행을 이어가는 <퓨리>,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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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퓨리>



영화 <퓨리> 포스터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주)



<인터스텔라>의 태풍 속(북미와 중국에 이어 한국은 <인터스텔라> 전세계 3위 흥행 국가이다.)에서 살아남은 영화가 과연 존재할까 싶은 요즘, 조용하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이고 있는 영화가 있다. 한국이 사랑해 마지 않는 배우인 '브래드 피트'를 앞세운(주연에 제작까지) 전쟁 영화 <퓨리>이다. 


하반기 기대작 중 한국 영화 <나의 독재자>, <빅매치> 해외 영화 <헝거게임> 등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지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가운데, <퓨리>의 흥행은 의외다. '브래드 피트'의 힘인 것인가, 탱크 '퓨리'의 힘인 것인가. 앞의 것은 여성의, 뒤의 것은 남성의 지지를 받는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여성과 남성 모두의 마음을 훔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 영화에 다른 무엇이 존재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독일, 최고의 무훈을 세운 주인공 '워대디'(브래드 피트)와 탱크 '퓨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전쟁이 계속 되고 있는 와중에 계속해서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수많은 죽음을 헤쳐 나왔다는 의미다. 그들은 죽거나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영화 <퓨리>는 이 사실에 기반한다. 


알고 보면 알콩달콩 '가족 영화'?


워대디에게는 3명의 가족 같은 부하들이 같이 한다. 큰 아들 격인 부대장이자 포수 바이블. 그는 굳건한 신념과 완벽한 실력으로 워대디를 도운다. 둘째 격인 운전병 고르도. 탁월한 운전 솜씨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셋째 격인 장전병 쿤 애스. 다혈질적이고 거칠지만 실력 하나는 최고이다. 탱크인 퓨리라는 '집'의 보호 아래에서 먹고 자고 싸우고 나아간다. 삶을 공유한다. 그들은 이 탱크를 절대적으로 믿으며, 자신들이 탱크와 함께 하는 것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 나아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까지 말한다. 


그런 그들 앞에 8주 밖에 안 된 새파란 애송이 노먼이 나타난다. 배운 거라고는 타자기 밖에 없는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런 정신적 무장 없이 전선에 배치된다. 이 막내 아들의 모습을 본 워대디. 이대로 라면 얼마 후에 죽을 것이 뻔하다. 정신 무장을 단단히 시켜야 한다. 그는 마구 때리면서 까지 하면서 노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노먼은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며 고집을 부리지만, 그 때문에 눈앞에서 동료가 죽자 정신이 번쩍 든다. 독일군 죽이는 거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 <퓨리>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주)



이 영화는 전쟁에 정확히 말해서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이처럼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 권위적이고 강한 모습을 보이고자 하지만, 때론 눈물도 흘리는 가장 '워대디'. 지지고 볶고 티격태격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집(?)과 같은 탱크 퓨리에 대한 깊은 자부심까지 지니고 있는 3명의 부대원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막내 신입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혹독하게 대하는 모습까지. 일면 노먼의 성장 영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가족 영화로 보이는 면모가 더 크다. 


아기자기한(?) 스케일에서 보여주는 극도의 리얼리티


이들 무적의 5인방과 퓨리는 계속해서 무훈을 드높이며 나아간다. 한번은 적진에 발이 묶인 아군 보병들을 구출해내기 위한 작전에서 멋지게 성공한다. 드넓은 평지에서 무지막지하게 포탄을 날리는 탱크들의 위용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그렇지만 여지없이 위기에 맞닥뜨린다. 퓨리를 비롯해 다른 3대의 셔먼 탱크가 진군 하던 중, 독일군의 티거를 만난 것이다. 티거 한 대면 셔먼 탱크 4~5대를 상대할 수 있었다. 죽음을 각오한 혈투. 다른 3대의 셔먼 탱크들이 폭사 당하고, 워대디의 퓨리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이동이 용이한 셔먼 탱크의 장점을 살려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영화 <퓨리>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주)



이번에는 <퓨리>가 남성 관객을 사로잡을 차례다. 전쟁 영화가 갖는 미덕 중 하나는 바로 '리얼리티'인데,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탱크의 탱크에 의한 탱크를 위한 맞춤이다.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는 2012년 작인 <엔드 오브 왓치>로 리얼리티의 극치를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 미덕을 발휘한다. 흔히 전쟁 영화에서 보이곤 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 대신, 아기자기한(?) 스케일에서의 리얼리티라 더욱 실감이 난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 연기력!


이게 전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찾아온 전쟁 영화를 색다르게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결함들도 눈에 띈다. 너무나 예상 가능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 라인과 마지막 전투 때문이다. 도대체 워대디는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그나마 빈약한 스토리를 더욱 빈약하게 만들 수는 없기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생각난다고 말해둔다. 노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겁쟁이 '업햄'이 생각나고, 마지막 전투의 양상도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이들 5명의 '연기'다. 과거 '꽃미남 스타'에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브래드 피트는 제쳐 두고서 라도, 바이블 역의 샤이아 라보프는 예전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줬던 촐싹 맞고 안정적이지 못한 면모를 완전히 지워냈다. 고르도 역의 마이클 페나는 <크래쉬>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파 배우로 우쑥 선 배우답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쿤 애스 역의 존 번탈은 미국 최고의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보여줬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워낙 잘 어울리는 역이라서 전혀 이질감 없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노먼 역의 로건 레먼은 그동안은 '포텐'이 터지지 않아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노먼 역이야말로 로건 레먼이 아니었으면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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