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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영화관> 영화를 통해서 한국사를 재미있게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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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사 영화관>


<한국사 영화관> ⓒ메멘토

융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것들이 수많은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큰의미로 인문과 경영, 경영과 예술, 예술과 과학 등이 서로 결합하여 각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며 전혀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금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보자. 요즘 인문학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떤 분야에서든 인문학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되었다. 예술, 경영, 과학, 체육, 사회, 정치 등의 분야에 인문학을 넣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함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역사를 전공하고 영화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저자가 쓴 <한국사 영화관>(메멘토)는 이런 융복합 콘텐츠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영화를 통해 한국사를 들여다보는 기획이다. 


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구려의 멸망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2011년작 <평양성>을 시작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부림사건을 다룬 양우석 감독의 2013년작 <변호인>까지 20편의 영화로 한국사의 역사적 분기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이야기가 곧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엄연히 역사 관련 도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말은 아끼고 있다. 단, 영화적 사실과 실제 역사적 사실이 다른 경우 이를 콕 집어 말해주고 있다. 역사영화가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교육 텍스트라고 말하는 저자가 그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영화를 통해 교육을 시키는 것 같다. 교과서보다 훨씬 재밌고 관심이 가며 쉽다.


2012년에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6세기 정치 상황을 대부분 변형시켰다고 한다. 


"영화에서 왕과 왕비 사이의 주요한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왕비의 오빠는, 실제로는 광해군의 측근으로 권력을 누렸다. 또 광해군의 실제 정치적 동반자는 허균이 아니라 이이첨이었다. (중략) 영화는 왕을 고립무원의 외로운 존재로 극단화하고 관료들을 왕에 맞서는 적대세력으로 설정하여 극의 긴장감을 주었지만, 이는 자칫하면 역사가 한 사람의 선량한 독재자로 인해 발전한다는 잘못된 역사관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본문 중에서)


또한 2011년에 개봉했던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의 경우도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여담이지만 역대 한국 영화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김한민 감독의 최신작 <명량>의 경우, 역사적 사실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청 왕자인 도르곤의 삼촌뻘로 나오는 쥬신타가 경우 니루 조직의 에젠 정도라는 설정은 잘못된 점이 있고, 쥬신타가 거느리는 사람들도 아무리 정예라도 하여도 그 수가 너무 적어 역사적 사실성은 살리지 못한 듯하다. (중략) 영화와 달리 도르곤은 죽지 않고 삼전도에서 인조가 항복하는 자리에 배석하였고, 전쟁이 끝나자 조선인 포로와 인삼, 금 등의 공물과 공녀 수백여 명을 사로잡아 선양으로 귀환하였다." (본문 중에서)


이밖에도 상당한 수의 역사 영화에서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경우가 발견되곤 한다. 교육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사실 관계를 파고드는 것이 옳지만, 이때문에 영화적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두면 좋겠다. 그런면에서 '한국사 영화관'이라는 제목은 다소 어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막상 읽어보면, 한국사를 말하기 위해 영화를 넣은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훌륭한 기획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건 저자와 출판사의 선택이었겠지만, 한국사의 중요한 분기점에 해당하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몇몇 빠져 있다는 개인적 생각이다. 2000년대 이후의 영화를 다뤘다는 저자의 말을 참고해도 말이다. 


실미도 684부대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2003년작 <실미도>, 한국전쟁을 다룬 강제규 감독의 2003년작 <태극기 휘날리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김지훈 감독의 2007년작 <화려한 휴가>, 조선 시대 세종대왕의 비밀무기를 다룬 김유진 감독의 <신기전> 등. 그리고 지난 4월에 개봉했던 조선 시대 정조를 다룬 이재규 감독의 <역린>도 있다. 혹여나 <한국사 영화관> 2편이 나온다면 이 영화들도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좋아하고 역사도 좋아하며 책은 물론 좋아한다. 이 책은 이 3가지 중에서 역사와 책의 두 가지를 충족시켰다고 본다. 역사를 재미있게 알려주고 읽는 재미까지 있다. 반면 지나간 영화를 대상으로 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말은 아끼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는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대로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여기서 소개된 지나간 영화들을 다시 본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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