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태치먼트>





미국에서 2011년에 개봉해 이미 3년이나 지난 작품이자 청소년들의 청소년들에 의한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작품이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통용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보아야 할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디태치먼트>. 우리나라 말로 '무심함' '거리를 둠'을 뜻한다. 


현실과 흡사한 영화 속 모습


헨리(애드리안 브로드 분)는 뉴욕 외곽에 위치한 한 학교의 대리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이유가 그 구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학교 때문이었다. 그 학교는 소위 문제아들의 집합소였고, 그 문제아들의 상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어떤 학생이 선생님한테 협박을 하는데 흑인 갱단을 불러서 처참하게 강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상당수 선생님들이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고,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상태는 가히 좋지 않았다. 헨리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이 영화의 시작 포인트는 학생들의 진저리 처지는 모습과 헨리의 대처법이다. 


헨리는 단 한 가지의 규칙을 말한다. "여기 있기 싫으면 오지마." 그리고 역시나 학생들은 헨리에게 험한 협박을 가하려 한다. 이에 헨리는 무심한듯 대처하며 이해한다고 조용하게 말한다. 카리스마 때문일까? 애정 때문일까? 아이들은 헨리에게 마음을 연듯 보인다. 





영화가 보여주는 초반 모습은 현실과 흡사하다. 현실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학생일 때를 생각해보면, 학생이 선생님에게 단순히 반항하는 행동을 넘어서서 욕설과 함께 협박까지 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선생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거리를 두고 무심하게 학생들을 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헨리도 그런 마음가짐인 것처럼 보인다. 


헨리가 보여주는 소통법


하지만 헨리에게는 인생을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그 트라우마의 원인은 그의 할아버지인데, 기관에 맡겨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할아버지를 통제하지 못해 헨리를 불러서 처리하곤 하는데, 이에 헨리는 참지 못해 관리원에게 엄청난 욕설을 퍼붓곤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헨리는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훔치곤 한다. 자신의 모습이 창피하고 못났고 미안하고 처량하고 억울하기 때문일까?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녀는 집 없이 떠돌며 몸을 팔아 연명하고 있었다. 소녀는 무작정 헨리에게 들이댄다. 그리고 다음에 또 한 번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 잠자리와 먹을 거리를 제공한다. 그럴 때도 헨리는 역시나 무심한듯 조용하게 대처한다. 





헨리의 무심한듯 조용하게 대처하는 소통법은 무엇을 보여줄까? 그의 소통에는 가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접근하지 않는다. 위나 아래에서 바라보지 않고 수평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그녀)가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은 채, 그 자체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굉장히 어렵다. 자신이 상처 받지 않을 강한 중심이 있어야 하고, 임기응변이 있어야 하며, 무심한듯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모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교육, 소통, 삶에 대한 이야기


헨리는 같이 살게 된 소녀 에리카에게 에이즈 검사를 시키며 전에 없는 관심을 쏟고 에리카는 헨리에게 아침 저녁을 밥을 해주며 보답한다. 또한 이들은 함께 데이트도 즐기고 서로 선물도 챙겨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헨리는 에리카에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 놓는다. 헨리는 7살 때 눈 앞에서 자살한 엄마를 발견한다. 그리고 엄마가 자살한 이유는 바로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한편 헨리가 얼마간의 관심을 보였던 한 여학생 메디리스가 어느 날 헨리에게 선물을 준다. 그 선물은 텅 빈 교실에 있는 텅 빈 얼굴의 헨리 사진이었다. 이를 칭찬하는 헨리와 오열하며 자신을 붙잡아 주라는 메드리스. 하지만 헨리는 누구에게서나 거리를 두고 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받아줄 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헨리는 에리카조차 보호 시설로 떠나보내게 된다. 과연 에리카와 메드리스는 어떻게 될까? 헨리는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지만, 비극으로 훨씬 더 치우쳐 있다. 거대한 비극에서 헨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더욱이 그 자신조차 엄청난 트라우마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말이다. 감독은 지루할 만큼 플래시 백을 자주 등장 시켜 그의 트라우마를 부각 시키는 것이다. 그래도 그를 그리워하고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그 이후 나타나는 비극과 그에 대한 대처 또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영화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며,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분명 그러한데, 마지막 장면의 스산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헨리는 텅 비고 어질러진 교실에서 홀로 

애드거 앨런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의 일부분을 읊는다. 애수에 잠긴듯한 어셔가는 텅 빈 교실일 테고,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은 헨리의 무심한 마음일 테다. 어쩌다가 교실이 견뎌내기 어려운 우울함이 영혼을 잠식하는 곳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침내 저녁 어스름이 나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울 때

애수에 잠긴듯한 어셔가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눈에 얼핏 보았을 뿐인데도

견뎌내기 어려운 우울함이 내 영혼을 잠식하는 듯 느껴졌다. 

나는 그 지역의 단순한 풍경을 둘러보았다. 

성벽과 하얗게 죽어버린 나무 등치와 저항할 수 없는 영혼의 짓누름을, 

거기에는 영혼을 침잠시키고 마음을 병들게 하는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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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