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되면서 KBS 1TV에서 '정도전'을 시작했는데요. 일명 고품격 사극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오랜 기간동안 준비해 완벽에 가까운 고증과 입장 차이는 있을지언정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전개에 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역사 왜곡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MBC '기황후'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도전이라고 하면, 오랜 세월 동안 역적이라는 이름 하에 그 진면목을 애써 감추려 해왔었습니다. 비록 이성계와 함께 조선 창건의 핵심 중 핵심이었지만, 이후 이성계의 후처 소생들을 봐주다가 본처 소생 이방원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죽은 것이죠. 하지만 그가 조선에 끼친 영향을 그 어느 누구보다 위에 있습니다. 심지어 이방원조차도 왕권중심 권력구조로 바꾼 것 빼고는 거의그가 만든 틀을 답습하다시피 했죠.
정도전은 정치, 경제, 군사, 철학, 종교 등 모든 것을 바꾸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것이 조선이었죠. 그리고 그 핵심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저서가 바로 헌법적 이론서 <조선경국전>입니다.
과연 그 <조선경국전>은 어떤 내용일까요. 그 처음을 살펴보시죠.
보위를 바르게 함
《역(易)》에 이런 말이 있다. "성인의 큰 보배를 '위(位)'라고 한다.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위'를 지킬 수 있을까? '인(仁)'으로써 해야 한다. 천자(天子)는 천하 백성의 공봉(供奉)을 받고 제후는 경내 백성의 공봉을 받으니 천자나 제후는 부귀가 지극한 사람들이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의 지혜를 바치고, 무용이 뛰어난 인물들이 자기의 힘을 바치며, 백성들이 분주하게 자기가 맡은 역(役)에 복무하고, 오직 인군(人君)의 명령에만 복종하니 '위'를 얻는다는 것이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자는 만물을 생육하는 데 있어서 순수하고 평등하다. 근원이 되는 '기(氣)'가 빈틈없이 유포되어 만물이 생성될 때에는 모두 이 '기'를 받아서 된다. 만물은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고 어떤 것은 높고 어떤 것은 낮고, 제각각의 형태를 지니고 제각가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기'의 작용에 의한다. 그러므로 천지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을 본심으로 삼는 것, 이른바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은 천지의 큰 '덕(德)'이다.
인군의 '위'는 높기로 말하면 높고, 귀하기로 말하면 귀하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다. 만일 인군이 천하 만만의 인심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긴다. 하민(下民)은 지극히 약한 존재이지만 힘으로써 위협해서는 안 된다. 하민은 지극히 어리석지만 꾀로써 속여서도 안 된다. 인심을 얻으면 백성이 복종하지만 인심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인군을 버린다. 백성이 인군을 버리고 따르는 데에 있어서는 털끝만 한 여지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심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며, 도(道)에 어긋나고 명예를 손상시키며니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방법은 오직 '인'일 따름이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시키는 마음가짐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천하 사람들이 모두 기뻐서 인군을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볼 수 있게 되면, 오래도록 안녕과 부귀와 존경과 영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요, 나라가 위태롭고 멸망하여 쓰러지는 근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써 '위(位)'를 지키는 것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삼가 생각해 보면, 주상(主上) 전하는 하늘과 인민의 뜻에 순응하여 보배로운 '위'를 신속히 바르게 하였고, '인'이 착만 마음을 완전하게 만들고, 사랑이 '인'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을 체득하고 사랑을 인민에게 미루어 베풀었으니, '인'의 본체가 세워지고 '인'의 작용이 실행되었다. 아! '위'를 보유하여 천만세에 길이 전하여질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랴.
-올재 클래식스 '조선경국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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