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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보고 계속보기/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노인 부부, 무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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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초코파이 광고에 나왔던 유명한 카피입니다. 남성분들에게서 자주 언급되는 이 문구는, 뭇 여성분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문구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말하지 않아도 아느냐? 표현을 해야지 알지!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이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옵니다.(그럴거라 생각됩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가타부타 말씀 없이 걸음을 옮기십니다. 다시 보면, 젊은 남성이 주장하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무조건 오랜 세월 함께 한다고 무언의 대화가 실현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사랑과 존경, 신뢰와 의지가 내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비로소 서로를 한없이 감동시킵니다. 다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들 만의 속삭임이죠. 


어느덧 한 겨울이 찾아왔고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 충만한 시간들을 보낼 것입니다. 반면 그만큼의 사람들이 어느때보다도 사랑에 목말라 할 것입니다. 그 모든 분들께 제가 느꼈던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오늘 일기는 일기가 아닌 메모이지만, 꼭 전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있어 행복한 연말연시가 되시길. 



그들의 무언의 대화. http://www.flickr.com/photos/36595903@N00/1267269122/




2012년 7월 24일

지하철 6호선 안이다. 

내 옆에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할아버지께서 맞은 편을 보며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누군가와 헤어지고 인사를 하신거겠지 생각하며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 뭔지 모를 행동들을 하신다. 

그래도 그러려니. 할아버지들이 가끔 하시는 그런 동작인 듯. 

문뜩 맞은 편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선하게 생기신 할머니시다. 

할머니께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아, 옆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와 부부셨구나. 

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끄덕거림은 할머니와의 무언의 대화였구나. 

"나 여기있어, 할멈"

"응, 나도 여기 있어, 할아범"

할아버지께서 내리려고 일어나신다. 그 눈빛과 행동을 읽고 같이 일어서는 할머니. 

할머니가 일어서는 할어버지를 자못 사랑스런 눈빛으로 올려다 보신다. 

어떤 존경의 마음이 거기에 있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그들의 지난 세월이 읽힌다. 저런 삶을 살고 싶다. 

잘 모르지만, 알 수 있을 듯하다. 

남편이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부인이 남편을 얼마나 존경하는 지를.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고 신뢰하는 지를. 

그 짧은 순간에 전해진 사랑의 대화가 나를 가슴벅차게 했다. 

전해주고 싶다, 그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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