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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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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박 4일동안 일본 도쿄 여행 중입니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방문, 댓글, 추천, 작성 등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대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 '프란츠 카프카'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이, 그것도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편지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요.)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보내는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애뜻함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워낙에 내면 세계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면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작품보다도 일기나 편지, 산문, 에세이 등에서 그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읽으시는 김에 이왕이면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편지는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제일 친한 친구 '막스 브로트' 앞으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친구로 유명하지만, 그 자체로도 유명한 작가이자 평론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죽은 후 원고를 모조리 불태워버려 주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무시하고, 오늘날 유명한 카프카의 책들 원고를 태워버리지 않은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카프카의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카프카는 그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보냈을까요.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감상하시죠. 수많은 편지 중 한 개를 골랐습니다.


왼쪽이 '막스 브로트' 오른쪽이 '프란츠 카프카'



프라하의 막스 브로트 앞

프라하, 1910년 3월 12일 토요일


나의 친애하는 막스, 타르노브스카에 대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네, 그 대신 비글러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겠어. 그런데 비글러의 판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들의 판단이지. 왜냐하면 그에게서 이미 여론이 시작되거든. 나를 위해서 시 두 편이 준비되어 있다는 소식은 자네의 상상 이상으로 나를 기쁘게 하네. 그러나 나는 위안이 필요해. 이제 제때 위통과 자네가 원하는 것이 시작되었네, 너무 강해서 뮐러식 운동으로 다져진 사람에게나 맞을 정도의 통증이네. 오후 내내 얼마가 되든 소파에 누워 있었네. 위장 속에다 점심 식사 대신 차 몇 모금을 담은 채, 그러고는 한 15분쯤 잠들고 깨어나서 한 것이라곤 고작 날이 저물지 않음에 화내는 일이었네. 4시 15분경에도 밝은 기운이 떠돌더라니까, 그건 그냥 단순히 그치지 않으려들었지. 하지만 이어서 날이 어두워졌지만 그 또한 좋지 않았어. 막스, 처녀들에 대해 불평하는 일인랑 그만두세, 그네들이 자네를 괴롭히는 고통이야 좋은 고통이지. 아니라면 자넨 그것을 버텨서, 그 고통을 잊게, 힘을 얻고, 하지만 나는 뭔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나를 겨냥하고 있어. 나를 겨냥하는 것이라면 더는 내 소유가 아니지. 예컨대 나를 - 이건 순전히 하나의 예인데 - 내게 고통을 주는 것이 내 위장이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더는 내 위장이 아니라, 어떤 낯선 자의 소유물, 나를 몽둥이질함으로써 재미를 삼는 그런 자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 그러니 모든 것을 가지고서,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급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에 저항하고 힘을 소모하는데, 그것은 다만 급소들을 더 잘 누르는 것이 되지. 때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져, 하늘은 아시겠지, 대체 내가 어떻게 여전히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느냐 말이지, 그 고통이 내게 야기하는 그 절박함에 넘쳐서 도무지 수용할 수가 없게 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나도 그것을 알지, 난 정말이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고. 난 정말이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을 모르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나는 소파 위에서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네, 제때 그쳤던 밝음에 대해서 화를 내지도 않았고, 어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네. 그러나 친애하는 막스, 믿고 싶지 않더라도 날 믿어야 하네. 이날 오후의 모든 것은 꼭 그런 식으로 나열되었기에, 그러니까 내가 만일 나라면, 그 모든 고통들을 꼭 그런 순서로 느낄 수밖에 없었노라고. 오늘부터는 중단 없이 더 많이 말할걸세. 한 발의 사격이면 최선의 것일 게야. 나는 자신을 내가 있지도 않은 그 자리에서 쏘아 없애고 있네. 좋아, 그것은 비겁일 게야, 비겁은 물론 비겁으로 남겠지. 어떤 경우 다만 비겁만이 존재한다 해도 말이야. 한 경우가 여기 있네, 여기에 하나의 상황이 있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없애야만 할 상황이. 그러나 어느 누구도 비겁으로 그것을 없애지 않네, 용기는 비겁에서 다만 경련을 불러일으키지. 그리고 경련 중에 머무네, 걱정 말게나.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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