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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팡세 다시읽기

파스칼의 <팡세>를 통한 자유로운 사유(思惟)의 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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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간이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고 우주가 그를 죽이기 위해서는 한번 뿜은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고귀하다. 인간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유(思惟)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하는 것' 그것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원리이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 단, 올바름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 생각하기에 있어 높고 낮음은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파스칼의 <팡세> 아포리즘은 계속된다.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1. 인간에게 자신의 상태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영원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의 파멸과 영원한 불행의 위험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극히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두려워하고 미리 챙기고 느낀다. 그런데 일자리를 잃었거나 명예를 훼손당한 듯한 느낌 때문에 몇 날 몇 밤을 분노와 절망 속에서 보내는 바로 그 사람이 죽음에 의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도 동요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같은 마음속에 그리고 같은 때에 극히 사소한 일에 대한 예민함과 극히 중대한 일에 대한 야릇한 무감각을 보는 것은 참으로 망측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불가해한 마법이고 초자연적 마비이며, 이것을 야기하는 원인이 어떤 전능한 힘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2. 사물에 대해 건전하게 판단하며 자신을 정직하고 충실하고 공정하게 보이고 친구에게 유익한 봉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만을 자연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자기는 멍에를 벗어 던졌다거나, 자기의 행위를 굽어보는 신이 있음을 믿지 않는다거나, 자기를 행위의 유일한 주인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자기에게만 책임을 진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고해서 우리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3. 신 없는 인간의 비참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보다 정신의 극도의 결함을 드러내는 것은 없다. 영원을 영원을 약속하는 진리를 원치 않는 것보다 마음의 그릇된 성향을 나타내는 것은 없다. 신에 대해 허세 부리는 것보다 비열한 짓은 없다. 그렇다면 이런 불신은 참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사악하게 태어난 자들에게나 넘겨주자. 기독교도가 될 수 없다면 최소한 성실한 인간이라도 되라. 그리고 이치에 합당하다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다음 두 종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 신을 알기에 마음을 다하여 신을 공경하는 사람들과, 신을 모르기에 마음을 다하여 신을 찾는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파스칼의 <팡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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