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리뷰] <미씽: 사라진 여자>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포스터. ⓒ메가박스 플러스엠



최근 몇 년 새에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영화들이 많이 보인다. <차이나타운> <비밀은 없다> <악녀> <소공녀> <당신의 부탁> 등이 기억에 남는데, 남주인공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온전한 여배우 탑 영화라 할 순 없다. 자본의 손이 덜 탄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련희와 연희> 정도가 여배우 탑 영화로 기억에 남는다. 


한국영화에서 온전히 여주인공만을 내세운 영화를 찾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셀 수 없이 많다. 특이할 점은, 상업영화에서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를 찾아온 영화만 열거해도 <툼 레이더> <레이디 버드> <스탠바이, 웬디> <미세스 하이드> 등이다. 한눈에도 엄청난 차이이다. 


그 와중, 한국영화 중에도 감독과 주연배우가 모두 여자인 경우가 비교적 최근에 있었다. 이언희 감독, 엄지원·공효진 주연의 <미씽: 사라진 여자>가 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앞서 제시했던 한국의 여배우 탑 영화들처럼 자본과 거리가 먼 독립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라는 '객체'를 앞세워 도구로 이용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여자라는 주체가 겪는 지극한 현실을 지극히 잘 짜인 영화적 각본에 끌어들여 어느 하나 모나지 않게 우리 앞에 나왔다. 우리는 그저 즐기고 안타까워하고 분개하고 소름을 돋으며 응원하며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라진 그녀를 찾아라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혼 후 지선(엄지원 분)은 생계를 위한 일은 물론 아이 육아까지 책임지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보모를 두었지만 언젠가 큰 실수로 아이를 다치게 하여 그만두게 하고 버티다가 새로운 보모 한매(공효진 분)을 들였다.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덥지 않았지만, 아이를 돌보는 출중한 능력을 믿고 함께 하고 있다. 


어느 날, 일도 잘 안 풀리고 아이 양육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던 와중에 한매가 아이 다은이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설마설마 하던 지선은 온동네를 찾아다니다가 경찰서에 신고하려 하지만, 변호사와 시어머니에게 오히려 양육권을 지키려고 벌인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결국 그녀는 혼자의 힘으로 다은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은이 혼자가 아닌 한매와 함께 사라진 만큼 한매의 행방을 찾는 게 맞다고 판단한 그녀, 와중에 보이스피싱까지 당하고 결국 경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경찰조차도 지선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데... 다시 혼자가 된 지선은 한매를, 아니 다은이를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한매는 왜 다은이를 데리고 사라진 것일까. 


현대 미스터리 스릴러의 절정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는 연기와 각본 그리고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연출력과 분위기까지, 완벽에 가까운 영화적 기술력을 뽐낸다. 최근 몇 년 새에 전성기라고 할 만한 연기력을 폭발시키며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엄지원과 범접할 수 없는 '로코의 여왕'에서 이젠 그 연기력을 다양하게 뽐내고 있는 공효진의 앙상블은 따로 또 같이 빛난다. 


근래 보기 드문 잘 짜여진 꽉찬 각본은 이 영화의 힘을 대변한다. 그 자체이자 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웰메이드 실종 미스테리 영화, 할리우드의 <나를 찾아줘>와 일본의 <화차> 등이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완전히 다른,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를 함유하고 있기에 결코 묻히거나 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스릴러는, 지극히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현대인이 갖는 불치병과 현대사회가 주는 거대한 압박을 한몸에 동시에 받는 모습과 다름 아니다. 우리는 늘 불안하고 불만에 차 있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우리 사회는 우리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고, 우리가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 


영화는 이혼한 워킹맘 지선과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한매의 처절함을 통해 현대의 미스터리 스릴러가 보이는 모습에 더 직접적이고 깊숙히 다가간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이다.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모르긴 몰라도, 지선과 한매(와 다은)는 결국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우린 눈에 보이는 지선의 극도의 불안과 불만과 불쾌, 그 위에 덧씌어진 처절과 바람과 허무를 훨씬 능가할 게 분명한 한매의 그것과 만날 것이다. 치를 떨며 소름이 돋고 악에 받힌 울음을 함께 터뜨릴 수도 있고, 못 버티고 눈과 귀를 틀어 막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건 그런 거다.'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방이 막혀 있는 건 물론, 사방에 도움 청할 이 하나 없으며, 사방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은, 그런 현대 미스터리 스릴러 그 자체 말이다. 그들 자신이 겪은 엄청난 일로 힘들어 하는 그들을 보며, 우린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녀들의 울음이 오래 가지 않고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들이 서로를 찢어 죽이려 하고 서로의 아이를 팔아 넘기려 하지 않고, 부디 서로를 진정한 이해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 모두 평평한 땅을 걸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어불성설' 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울어졌고 지금도 기울어져 있다. 


두 여주인공을 제외하곤 주로 남자로 구성된 조연 캐릭터들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도식적이었던 아쉬움 아닌 아쉬움을 남긴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남자 쪽으로 기울어진 땅에서 여자가 버티고 서 있으려면 한 없이 입체적인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그런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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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