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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설 <벗>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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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북한소설 <벗>


북한소설 <벗> 표지 ⓒ아시아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선언은 대한민국이, 아니 한반도가 65년만에 진정한 평화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도 바라마지 않을 한반도 평화를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염원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먼저 해야 할 건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게 아닐까요. 


'먼나라 이웃나라'는 아주 유명한 학습만화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웃해 있는 나라가 오히려 가장 먼 나라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의 명구이기도 합니다. 우린 일본, 중국, 러시아와 굉장히 가깝지만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 인종, 문화, 역사를 가졌기에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요.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 동안 한 민족으로서 동일한 문화를 영위했던 한반도는 65년 전 한국전쟁 휴전 이후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세상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두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당연히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모릅니다. 


남북 해빙 시기, 북한소설을 소개하다


문화의 총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문학'은, 상대적으로 소개되기 쉬울 수 있습니다. 의외로 북한소설은 1980~90년대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이 소개되었죠. 당시 서슬 퍼런 군부독재 하에서 운동권을 중심으로 많이 읽혔는데, 그중 북한에서도 당시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백남룡, 남대현 작가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 버금가는 판매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백남룡 작가의 <벗>, <60년 후>, 남대현 작가의 <청춘송가>가 그것들인데, 우리 아시아 출판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복간을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군부독재 시절에도 소개했던 '북한' 소설을 몇 년 전 당시에 소개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는 건 당시에도 지금에도 명약관화한 일이죠. 그리고 이 날이 왔습니다. 


남북 해빙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 확신한 저희는 빠르고 면밀한 내부검토를 거친 후 남북정상회담 즈음을 목표로 북한소설 복간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모든 걸 뒤로 하고 책 구입, 필사, 대조, 교정교열, 해설(발문), 디자인 순으로 일사천리 진행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첫 책 백남룡 작가의 <벗>을 때맞춰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겨레말큰사전사업회' 상임이사이자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결성한 남북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인 정도상 작가께서 발문을 써 주시는 등 다방면에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겨레말'들의 뜻풀이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습니다. 정도상 작가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책이 출간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받은 도움은 책의 맨 뒤에 '단어 표기와 뜻풀이'라 하여, 남한어와 북한어를 나란히 두어 겨레말을 이해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해 두었습니다. 일종의 '겨레말소사전'이 아닐까 싶은데, 간혹 틀린 풀이도 있을 줄 알며 추후 계속 수정 및 추가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북한의 사랑, 결혼, 이혼


<벗>은 북한의 사랑, 결혼, 이혼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 예술단 여가수 채순희와 공장 선방공 리석춘의 이혼 갈등을 중심으로 하여, 그들의 이혼 상담을 주관하는 인민재판소 판사 정진우가 주인공으로 나서 극을 이끕니다. 북한에서 이혼이라... 다른 건 몰라도 북한에서 이혼은 절대불가일 것 같은데, 이 소설로 우리는 북한에서의 이혼이 가능은 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이미 30년 전에 말이죠. 


정진우 판사는 채순희와 리석춘의 이혼을 부추기는 인물을 배척하고 교화시키려는 한편, 판사 아닌 '벗'으로서 위기의 부부 주위에 있는 이들을 챙깁니다. 채순희와 리석춘 부부, 그들의 아들 리호남은 물론, 채순희가 속한 예술단의 부단장과 리석춘이 속한 공장의 기능공 아바이, 그리고 본인의 아내 한은옥과도 벗이 되는 그다. 정도상 작가는 발문을 통해 '백남룡은 북한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을 것이다'라고 평합니다. 


더불어 정진우 판사는 북한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체적 인간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모로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인데, <벗>이라는 소설 자체가 북한소설이 흔히 보여주는 비약적인 서사적 흐름과 결말에서 크게 벗어나 나름의 확고한 흐름과 결말을 보여주어 그 속에서 소설미학적 활약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북한을 알아가는 방법


저희는 백남룡 작가의 <벗>을 필두로, 같은 작가의 <60년 후> 그리고 남대현 작가의 <청춘송가>도 곧이어 선보일 예정입니다. <벗>이 사랑과 '이혼' 이야기였다면, <60년 후>는 노동과 '노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춘송가>는 북한의 '연애교과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또한 북한의 명단편소설들을 추려 <북한단편소설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아는 수많은 방법,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방법 중 '북한 소설'을 통해 그들의 기민한 일상을 접해보심이 어떨까요. 물론 소설 자체로 문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학적 재미가 담보(보장)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곧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알아야 할 시기가 도래할 텐데, 이미 도래했을지도 모르는데, 이 소설들로 최소한의 맛보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북한에서는 남한의 소설을 접하고 있을까요. 자못 궁금합니다. 북한에서의 외부로의 반출보다 외부에서의 북한으로의 반입이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죠. 당장의 완전한 자유왕래는 아닐지라도 당장의 영구평화를 기조로 한 종전과 자유왕래와 경제협조가 시행되길 바랍니다. 남과 북이, 북과 남이 진정한 '벗'으로 첫걸음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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